[Review] 도서 꼬리박각시

글 입력 2019.05.0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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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 얇은 두께감이 좋았다. 요즘 보게 되는 소설들은 대개 300~500페이지가 넘어 꽤나 읽는데 시간이 걸리기 일쑤였다.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보니 평일에는 거의 책을 읽을 만한 여유가 부족하다. 이번 주말 역시 많이 바빠서 읽을 수 있으려나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도 황금연휴가 나를 기다려주어서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꼬리박각시란 이름을 처음 들었다. 표지를 보았을 때 나방의 한 종류로 알았다. 하지만 무슨 특징이 있길래, 많고 많은 나방의 종류 중에서, 아니 굳이 나방을 제목으로 한 이유가 무엇인지가 가장 궁금했다. 꼬리박각시의 특징이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더니 성충은 여름에 흔하며 주간에 활동하고 각종 꽃에서 흡밀한다고 했다.

왜 많고 많은 나비의 종류 중에서 이 것일까? 이를 좀 많이 기대하고 책을 읽었지만 아쉽게도 나에게 사이다를 주지는 못 했다.

*

주인공 롤라는, 낮에는 30대의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밤이 되면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헌터다. '헌터'라고 하면 조금 멋진 느낌이 들지만, 롤라는 그다지 그런 멋진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첫 사랑의 실연으로부터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소위 말하는 '원나잇'을 즐기는 사람일 뿐이다. 상대를 정복했다는 의미로 롤라는 관계를 맺은 후 손톱을 잘라온다. 하나의 의식인 셈이다. 그녀는 그렇게 오늘도 정처없이 프랑스의 밤거리를 거닐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시니컬하고 날 것을 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책의 문장력은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시점을 이리저리 옮겨갔고, 3인칭인 것 같으면서 '너', '나' 같은 1인칭 요소도 같이 있었다. 어지러움을 동반했다. 내가 책을 잘 읽는지 가늠이 잘 안 갔다. 그러면서도 책은 계속해서 한 장 한 장 넘어갔다.

구태여 문장마다 그 안에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지 찾을 필요를 나는 느끼지 못 했다. 그냥 그렇게 현실을 살아가는 것 처럼 빠르게 읽어나갔다. 그러면서도 프랑스의 전경을 (빠르게) 본 느낌이다. 롤라는 이곳 저곳 나를 다양한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정작 그녀는 그렇게 제정신이지는 못했지만. 그러면서도 그녀가 나를 이끈 곳은 좋아보이면서도, 한 편으론 암울하고 어두운 곳들이었다.

그렇지만서도 나는 항상 소설을 볼 때면 가볍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생각 없이 읽으려면 라이트 노벨을 읽으면 되니까. 소설이란 것은 어찌되었든 처음이든 중간이든 마지막이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매 순간 이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아하' 같은 느낌이 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꼬리박각시는 그게 어려웠다. 작가는 프랑스의 느와르를 그려내고 싶었던 걸까?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것을 경험할 수 있게끔 한다고 적혀있었지만 나는 읽으면서 내내 무언가 불편함이 떠나지 않았다. 아, 혹시 작가는 이걸 노렸던 걸까?

*

롤라는 여러 남자들과 하룻밤을 지냈다. 생선 냄새를 풍기는 남자, 구두장이, 유부남 등. 그들은 모두 하루(혹은 그보다 더 많이)를 같이 보낸 롤라에게 매료되어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러다 결국 첫사랑에게 돌아가버리는 롤라를 보고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이들의 등장 이유는 롤라가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에 필요한 인물들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서도 영원을 맹세하지도 않은 그 인물들은 떠나가버린 롤라를 그저 혐오하고 폄하해버린다.

물론 다른 캐릭터들이 작정하고 롤라의 복수 또는 살인 계획을 했다면 이야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파국으로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는 내내 그저 그랬다. 원나잇을 했다면 그대로 연애로까지 이어지고 결혼마저 생각을 해야 하는건가? 혼자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킨 것 같은 남조연들이 롤라를 창녀라며 욕하는 부분은 어이가 없을 뿐이다.

페미니즘을 접한 뒤로 여자는, 나 자신의 자존심, 자존감 그리고 존재의 가치를 남자에게서 찾아선 안 되고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레 탈코르셋도 하게 되었고 밖에 나갈때 남자에게, 타인에게 예쁘고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 마음이 편했다. 나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자와의 섹스로 마음의 갈증을 채우려고만 하는 주인공이 안타깝다고만 느껴졌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나는 결코 여자가 갈증을 남자로만 채워서도, 채울 필요도 없다고 확신하는 바이다. 모든 여자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서도 그런 류의 내용을 쓰고자 했다면 <꼬리박각시>라는 소설 자체가 탄생하지 못 했을 것이다. 다행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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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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