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일이 기대되는 여행, 내일로 [여행]

글 입력 2019.05.08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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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여행을 떠났다. ‘내일로’란 코레일에서 주관하는 정기권 패스로, 만 27세 이하 청년들이 패스 한 장으로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열차를 무제한 이동하며 여행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항상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떠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기존에 없던 춘계 내일로가 생겨 무작정 떠났다. 나와 아주 잘 맞고, 현재 함께 휴학 중인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모든 게 처음이라는 새로움

계획을 짜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다른 여행에 비해 내일로 여행은 기차 시간표에 맞춰 움직여야 하다 보니 일정을 반드시 짜두어야 했다. 일단 3일권, 5일권, 7일권 중 5일권을 끊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어 평일에도 시간이 넉넉했지만, 함께 가는 친구는 평일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5월 황금연휴에 일정을 맞췄다. 숙소는 내가 고르고 할인을 받아 미리 예약해두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검색하며 즐겁게 계획을 짰다. 친구와 나는 서로 우리 대단하다며 뿌듯해했다. 여기까진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다.

여행 시작 전날, 우리는 첫 여행지인 대구를 갈 때 기차보다 버스가 더 싸다는 걸 깨달았다. 내일러(내일로 패스를 사용하는 여행객)는 KTX를 60% 할인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전주에서 대구를 가려면 오송에서 환승을 해야해서 KTX를 두 번 타야 했다. 그런데 KTX 할인은 하루에 1회만 가능하고, 여행기간 내에 총 3회 가능하며 심지어 주말 및 공휴일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5월 비수기인데도 그렇다니... 한숨을 쉬었지만 황금 연휴에 놀러가는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많을 테니 그러려니 했다. 결국 더 저렴하고 이동 시간도 비슷한 고속 버스를 타고 대구로 이동했다. 내일로 기차 여행이지만 첫 교통수단이 버스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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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단양에서 강릉을 갈 때였다. 운 좋게 자리가 난 좌석에서 앉아서 졸다가 원주역에 도착하기 1분 전, 원주에서 강릉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원주역에 내렸다. 그 후 곧장 원주버스터미널로 가서 강릉행 버스를 탔다. 원래는 만종역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가다가 만종역에서 KTX로 갈아타는 것이었는데, 버스가 가격이 더 싸고 도착 시간도 비슷하다는 걸 전날 알게 되어 고민하던 차에 역에 내리기 1분 전 결정하고 행동한 것이다. 이후에도 교통 수단과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뚜벅이 여행의 적은 무엇보다 거리와 교통수단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자연이 주는 선물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우리는 산과 바다 등 자연경관이 예쁜 지역들을 여행하게 되었다. 전주에서 출발해 대구, 부산, 단양, 강릉, 서울을 찍고 다시 전주로 오는 코스였다. 순전히 전국 기차 노선이 그려진 지도를 보고 정한 코스였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대구와 서울은 도시의 멋이 느껴진다면 부산과 강릉은 바다의 매력(남해안과 동해안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단양은 산과 들, 강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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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경이로운 자연을 보고 있노라면 벅찬 기분이 든다. 특히나 나는 평소에도 바다를 굉장히 좋아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여행을 가서 바다를 꼭 봐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 부산의 바다는 정말 파랗고 파래서 하늘과 색이 일치할 정도였다. 버스 이동 시간이 길고 택시비가 비싸 갈까 말까 망설였던 흰여울문화마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노을을 보게 해주었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서 해가 바다 너머로 떨어지는 모습이 참 예뻤다. 강릉 바다는 맑디맑은 동해안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부산 바다가 세련된 바다라면 강릉 바다는 고즈넉한 자연 그대로인 바다의 느낌이랄까. 찰랑거리는 바닷소리를 듣고 있으면 복잡했던 머릿속도 잔잔해지는 것 같았다. 역시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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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지역을 꼽으라고 한다면 어렵지만, 단양을 고르겠다. 생전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도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가 함께 해보자는 말에 덜컥 신청했었는데,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살짝 두려움이 생겨 아빠께 걱정을 털어놓았다. 아빠는 자동차보다 안전하니까 걱정마라고, 굉장히 안전하다고 나를 안심시키셨다.

실제로도 그랬다. 안전 교육을 받고, 안전 장치를 맨 채로 절벽 앞으로 달려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이 때 절대 주저앉거나 점프를 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뒤에 있는 비행사와 나 자신을 믿고 달려나가기만 하면 그 뒤엔 하늘을 날고 있는 나를 경험할 수 있다. 발 밑으로는 너무도 아름다운 단양의 산들과 남한강이 펼쳐진다. 잘 그려진 풍경화를 바닥에 깔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액티비티지만 스릴이나 짜릿함보다는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나처럼 여행지에서 액티비티 활동을 크게 즐기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은 해 볼만하다고 강력추천한다. 당신의 인생에서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

내일러는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숙소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또한 5일 동안의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잡았다. 부산에서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는 광안대교와 광안리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오션 뷰를 지니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우리가 해맑게 바다를 보며 좋아하니 사람 없을 때 찍어주신다며 우리보다 더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주셨다.

흰여울 문화마을을 갈 때 택시 기사님께 부산항대교 쪽으로 가달라는 팁도 전수해주셨다. 나중에 택시기사님께 그대로 말씀드렸더니 부산 길을 잘 아시냐는 소리도 들어서 뿌듯하고, 감사했다. 밤늦게 숙소에서 라운지에서 여행 다이어리를 쓰고 있을 때는 오셔서 기특하게 바라보시며 좋은 습관이라고 칭찬해주셨다. 마치 옆집 삼촌 같은 좋은 주인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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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에서도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패러글라이딩할 때 내 담당 비행사님은 2주 전부터 날 기다렸다며 사람 좋게 웃으셨다. 예약을 2주 전부터 했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주시겠다는 일종의 농담이었다. 나도 감사드린다며 따라 웃었다. 상공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는데, 몇 년이나 패러글라이딩을 타셨냐고 물어보니 30년을 넘게 탔다고 하셨다. 평균보다 더 많은 시간을 태워주셨음에도 기류 때문에 더 태워주지 못했다고 친구가 아직 더 타고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며 미안해하셨다. 나는 충분히 너무 좋았는데도 말이다. 식당도 추천해주시고, 관광할 곳도 추천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강릉역에서 서울역으로 가기 전 아찔한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내일러이기에 입석 및 자유석으로 타면 되니 표를 미리 예매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타고 가야 할 KTX가 입석까지 전부 매진된 것이다. 어떡해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역무원이 오후 2시, 2시 30분에 강릉에서 청량리로 가는 기차가 한 자리씩 좌석이 있다며 표를 끊어주셨다. 덕분에 정말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서울을 갈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몇 번을 인사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고마웠고 좋았던 사람은 여행을 함께 해준 나의 친구였다. 서로 워낙 취향도 잘 맞고 하는 행동도 비슷해(심지어 외모도 비슷하게 생겼다고들 한다) 여행 내내 트러블이 생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7년째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기에 이 친구와 처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싸우면 어떡하나 고민도 했었는데, 오히려 다음 여행을 또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일정이 바뀔 때 군말없이 동의해주고, 나의 선택을 나보다 더 좋아해주고, 같은 물건을 사도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는 친구가 있었기에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애초에 좋은 사람과 떠난 여행이었기에, 좋은 사람만 만나고 올 수밖에 없었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떠나고 싶은 용기가 생겨

강릉 안목해변 커피 거리에서 숙소가 있는 강문해변까지 쭉 걸어왔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씨,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 독특한 음색을 가진 음악가의 버스킹 공연, 불꽃놀이까지 완벽했으니까. 나와 노래 취향이 똑같은 친구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며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걸어왔던 그 길을 잊지 못할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는 아쉬움도 그때의 기분 좋은 순간에 가려져 잠시 뒤로 밀려났다. 그다음 날 서울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쇼핑하고 돈을 많이 썼다며 자책하다가도 이만하면 재밌었지, 하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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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나의 이십대를 떠올리면 이러한 기억들로 가득 차 반짝거리겠지, 하고 생각한다. 돌아와서 여행 기간에 썼던 일기들을 다시 읽으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지고, 다시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5일 동안 힘든 순간도, 행운의 순간도, 행복했던 순간도 전부 다 있었다. 그런데도 다시 떠나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난 다 이겨내고 집으로 돌아온 위대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난 또 다음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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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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