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4명의 음악가의 다채로운 매력을 재해석한 2명의 예술가

바딤 콜로덴코 & 알레나 바에바 듀오 콘서트
글 입력 2019.05.0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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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통 피아니즘과

매혹적인 선율의 케미!


바딤 콜로덴코 & 알레나 바에바

듀오 콘서트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바딤 콜로덴코의 첫 내한공연


비에니아프스키콩쿨 우승,

찬란한 음악의 소유자 알레나 바에바


러시아전통 피아니즘과 매혹적인 음향의 케미를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듀오 콘서트



VK B&W image no logo credit Ellen Appel, Mike Moreland - The Cliburn - Copy.jpeg
 

바딤 콜로덴코 Vadym Kholodenko


피아니스트 바딤 콜로덴코는 강한 흡입력을 지닌 선율과 번뜩이는 패시지, 뛰어난 음감으로 러시아 전통 피아니즘을 구현하는 연주자이다. 바딤 콜로덴코는 한국인 최초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우승하여(15회) 화제가 되었던 반 클라이번 콩쿠르 14회에 출전 하여 풍부한 표현력과 상상력, 정확한 테크닉으로 심사위원과 청중들을 사로잡으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후 필라델피아, 애틀란타, 인디애나 폴리스 심포니 등 다양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와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의 리사이틀 등을 통해 역동적이고 뛰어난 테크닉을 인정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Credit Vladimir Shirikov.jpg
 


알레나 바에바 Alena Baeva


어두우면서도 아름다운 음색과 강렬한 사운드 컬러를 뿜어내는 바이올리니스트 알레나 바에바는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현대곡 최고 연주상과 더불어 우승을 하였다. 이 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를 석권하며, 동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하나로 급부상 하고 있는 연주자이다.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 작업한 지휘자들로는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파블로 헤라스-카사도,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사카리 오라모, 카즈키 야마다 등이 있으며, 실내악 파트너로 마르타 아르헤리치, 유리 바쉬메트, 니콜라이 루간스키, 미샤 마이스키와 같은 존경받는 음악인들이 함께 했다. 바에바의 단골 소나타 파트너인 2013년 반 클라이번 우승자, 바딤 콜로덴코는 그녀와 함께 10년 이상 음악적 파트너십을 쌓아왔다.



프로그램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Op.3-2


라흐마니노프: 프렐류즈 Op.23 No.1-5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Op.24“봄”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Op.28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왈츠 스케르초, Op.34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


누구나 어딘가에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명곡, 베토벤 월광 소나타 중에서도 특히 1악장은 내게도 역시 친숙했다. 콜로덴코가 의자에 착석한 뒤 두 손으로 살포시 눌렀던 피아노 건반들은 아주 여린 소리로 그 도입부를 알렸다.


그는 이어지는 주 멜로디들 또한 피아니시모를 음마다 적용한 것처럼 여리고 부드럽게 연주해나갔고, 연주 내내 고슴도치처럼 웅크린 그의 자세는 음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한 열정으로 비춰졌다. 가끔씩 무대 천장을 올려다보며 어두운 조명 속 오직 그만을 향해 비춰지는 그 조명을 달빛으로 삼아 연주해내는 듯한 그의 모습이 인상 깊었던 1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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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월광 소나타 2악장


고요함과 한밤중의 엄숙한 어둠을 표현했던 1악장과는 사뭇 다른, 더욱 밝고 명랑한 느낌을 주는 듯한 2악장이었다. 마치 달빛을 머금은 새벽의 바다를 항해하는 듯한 느낌. 2악장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했을 때 떠올랐던 문장이다.



베토벤 월광 소나타 3악장


앞 두 악장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분위기의 3악장의 첫 부분은 수많은 건반의 현란한 연주와 함께 그 시작을 알렸다. 아쉽게도 내 좌석에선 그의 화려한 손놀림을 자세히 관찰하긴 어려웠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수많은 핀블럭의 역동적인 움직임 속에서 3악장이 전달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Op.3_2
전주곡 c#단조 [모스크바의 종]


비장함과 침울함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그에 대한 연장선을 연상시키는듯한 주멜로디의 빠른 박자로의 변화가 돋보였다. 라흐마니노프의 24개의 전주곡 중 가장 대표적인 c#단조는 축제일에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전의 종소리를 듣고 느낀 것을 소품으로 간추린 곡이라고 한다.


그동안 종소리라고 여겨왔던 짙은 울림의 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곡이었기 때문에, 이 곡이 궁전의 종소리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꼭 한번 직접 그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Op.23 No.1-5


5곡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No.5였는데, 그 곡이 내 머릿속에 아직까지 짙은 여운과 함께 남아있는 이유는 독특한 도입부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각각의 저음들이 만들어내는 조화 속에서 신비로움과 토속적인 분위기를 느꼈고, 여러 화음이 서로를 얼싸안고 민속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아 아주 중독성있는 곡이었던 것 같다.



Alena Baeva-2.jpg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Op.24 봄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만큼이나 유명한 바이올린 소나타 ‘봄’. 바이올린의 연주가 시작부터 가슴속을 파고들며 아주 평온하면서도 밝은 느낌을 선사한다. 이어 바이올린의 소리를 받아 본격적인 피아노의 맑은 선율도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바이올린이 이끄는 힘찬 멜로디의 기운을 그대로 전달받아 다양한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듯한 피아노의 연주가 인상 깊었다.


특히 이 곡에선 바에바의 바이올린 연주가 돋보였는데, 도입 부분의 온화함을 표현하기도 하는 동시에 이후 등장하는 주 선율의 힘찬 에너지를 온몸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많이 봤어도 이렇게 바이올린의 솔로를 온전히 감상했던 적은 나에게 이번공연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바에바의 강렬한 동작을 연주 속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주 신기했다.


고조되는 분위기를 타고 계단을 한층 한층 올라가는 듯한 그 선율을 연주할 때마다 그녀는 마지막 음을 힘차게 현을 그으며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곡의 전환되는 분위기가 더욱 생동감 있게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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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소나타 ‘봄’은 바이올린의 기교를 최고조로 뽐낼 수 있는 곡이기도 하지만 바이올린, 피아노 각각의 매력과 그들이 이루어내는 조화가 곡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곡에 대해 약간의 조사를 하던 중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알고 있었던 베토벤은 본의 궁정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연주했다는 점이고,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피아노에 비해선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곡의 선율에 따라 붙여진 이름, ‘봄’은 클레멘티의 작품을 베꼈다는 혐의를 받았을 정도로 베토벤답지 않은 유려한 선율을 보여준다. 내가 알고 있는 클레멘티의 곡 piano sonatine in c major op.36-1-II Andante/III Vivace 등을 떠올려보니 ‘봄’에서의 활기찬 기운이 사뭇 비슷했다. 아름답게 만개한 꽃과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들으면 너무나도 좋을 베토벤의 소나타 5번 Op.24 봄. 요즘 들어 정말 아름다운 우리 대학 캠퍼스를 거니는 동안 이 곡이 크게 울려 퍼졌을 순간의 행복함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Op.28


평소 알고 있었던 생상스의 곡과는 느낌이 너무나도 달라 한번의 신선한 충격을 느꼈고 콜로덴코의 신들린듯한 연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던 생상스의 곡은 동물의 사육제와 김연아 선수의 피켜 스케이팅 주제곡이기도 했던 죽음의 무도였다.


여러 동물을 음악으로 표현한 동물의 사육제를 들으며 처음 생상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죽음의 무도에서 죽음과 무도회의 아이러니한 조합을 아름답게 표현한 선율을 들으며 그에 대한 흥미가 더욱 증폭되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감상하게 된 그의 곡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는 피아노의 강약조절과 빠른 박자를 동반한 화려한 멜로디가 아주 매력적인 곡이었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왈츠 스케르초, Op.34


왈츠 스케르초 Op.34는 얼마 전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보며 감상했던 그의 왈츠곡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 곡은 뭔가 발레 곡의 느낌보다는 협주곡의 분위기가 훨씬 압도적이었다.


*


이번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잠실에 있는 롯데콘서트홀을 처음 다녀왔다. 내게 이번 공연은 잠실에 대한 내 기억을 롯데월드, 석촌호수와 벚꽃명소로만 한정짓지 않고 거기다 예술의 향기를 소폭이나마 더할 수 있던 멋진 경험이었다. 이제는 친구들에게 예술의 전당 말고 또한 곳의 멋진 예술장소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한편으론 롯데콘서트홀을 이야기하며 예술이 스며든 잠실여행을 한번쯤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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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과 공연을 정말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관람경험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은 제대로 된 감상평을 쓸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좀 더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되어 언젠가는 공연에 대한 폭넓은 감상과 비평을 나만의 멋진 해석으로 채울 수 있는 날이 내게도 왔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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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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