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 봐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보면 더 좋을 [전시]

글 입력 2019.05.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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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대한 소개를 접한 뒤, 반가워서 바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를 본지가 꽤 되었고 혼자서 사색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기왕이면 ‘안 봐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보면 더 좋을 전시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미술관을 향했다.

 

여름이 가까워지는 날씨에 초록이 무성해지고, 버스보다 직접 걸으면 더 좋았을 청운동 길을 뒤로 한 채 마주한 미술관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대로보다 인적이 드문 부암동의 길목과 왠지 친절할 것 같은 주민들의 삶터 사이에 위치한 전시장이 나를 반겨주어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미술관에 들어서자 받은 귀여운 팜플렛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전시 소개에서 이미 읽은 글이었지만 실물로 접하니 관람객의 마음을 두드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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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기만 한 우리의 생활에서 ‘미술’, 혹은 ‘전시회’는 얼마큼의 비중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올해 서울미술관은 현대인들의 시간에서 예술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큼 풍요로워 질 수 있는지를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안 봐도 사는 데 지장 없는 전시; Unnecessary Exhibition in Life》는 하루 24시간동안 무의미하게 스쳐지나가는 순간들이 ‘예술’로 어떤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지, 그래서 그것이 내 삶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국내외 젊은 작가 21팀이 모여 일상의 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시간 속에서 작가들이 그려낸 예술적 심상(心象)을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이번 전시는 미술작품 외에도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도서, 폰트, 게임, 포스터 등 다양한 ‘예술 현상’을 함께 소개하며 우리의 생활 속 살아 숨 쉬는 예술의 발견을 경험하게 합니다.


 

 

 

Unnecessary(?) Art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는 쉬운 글이었지만 생각해볼 요소가 많이 담겨 있었다. 그 중 하나로, 해당 전시의 Preview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Unnecessary’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인간이 살아가는 요소는 ‘Necessary’와 ‘Luxury’로 나누어진다는 것. 그때는 전시의 영어제목을 모르고 썼지만, 다시 소개 글을 읽어보니 unnnecessary라는 단어가 언급되어 있어 반가웠다. 전시 기획자도 어쩌면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괜한 설레발을 쳐보며, 예술이 과연 luxury이기만 한 것인지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Preview] 당신의 삶에서 예술이란 존재는, '안 봐도 사는 데 지장 없는 전시'


그러자 나에게 예술이 어느 정도 필수적인 요소였음이 느껴졌다. 가장 힘들 때 좋아하는 이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주제나 작가의 작품을 보러 전시장을 찾았으며 누군가의 글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런 것도 당연히 예술적인 활동에 포함되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독자 중에 있다면 당신도 이미 예술과 친숙하다는 결론을 내려도 좋을 것 같다. 아마 이런 반어법을 미술관 측에서도 예상하고 의도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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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하루와 예술의 상관관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까지와 별다를 것 없는 루틴한 삶을 오늘도 살아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통근 혹은 통학을 하며 시간을 쏟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간으로는 주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일 테다. 이 시간만큼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때가 또 있을까.

 

그런데 당신이 틀에 박혀있다고 생각하는 이 하루를 전시장에서는 예술로써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본업이 예술가인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답게 하루에 대한 사색으로 빚어낸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을 관람하는 것은 꽤 흥미로웠다. 에세이 형식으로 친절하게 작품 옆에 자리하고 있던 설명도 좋았지만, 꼭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누구나의 삶에 다가가기에 친근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인상적인 관람평을 적어놓은 몇 장의 포스트잇에 눈이 더 가서 하나하나 읽어보며 그들의 감상에 공감하고 미소지을 수 있는 전시가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평은 작품 속에서 수많은 나를 발견했다는 한 관람객의 코멘트였다.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의 나, 휴대폰 화면으로 많은 정보를 접하는 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나, 혼자 길을 걸어갈 때의 나, 지쳐 잠드는 피곤한 나.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었음을 재발견하며 작품을 넘어 얼굴도 모르는 작가와 익명의 관람객들로부터 푸근한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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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안봐도 사는데 지장은 정말로 없지만, 보면 더 좋을 전시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나처럼 위로를 받았다는 것도 느껴졌다. 어쩌면 전시를 통해 이건 안보면 지장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대중친화적인 것은 무엇인지, 진짜 예술적인 것이 무엇인지 어려운 담론으로써 접근하지 않았기에 편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은 조금 다르지만 영화 ‘런던 프라이드’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대사 한 마디를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친다.

   


"승산 없는 전쟁에서 더 세고 더 큰 적을 만나 쫄았을 때, 뜻밖의 지원군을 만난다면 온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겁니다.”

 

- 영화 ‘런던 프라이드’ 中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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