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과 희망을 전하는 감동적이고 유쾌한 이야기 [도서]

송미경의 『일기먹는 일기장』을 읽고
글 입력 2019.05.1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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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을 읽을 때마다 “보다 더 재밌는 작품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새로 집은 책을 읽으면 더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를 만난다. 끝도 없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읽을 것들이 더 많이 쌓여간다. 돌 씹어 먹는 아이, 일기 먹는 일기장 등.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송미경 작가의 작품은 제목만큼 아주 매력적이다. 송미경의 『일기 먹는 일기장』은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작품이었다.


가장 큰 특징은 서사가 탄탄하다.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모두 생동감있게 다가왔다, 모든 인물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고 매력이 넘쳤다. 어느 새 한두 페이지가 남았을 땐 읽는 동안에 정들어버린 지민, 동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보내기 아쉬워질 정도였다. 장편의 긴 호흡만큼 내용과 인물들을 찬찬히 오래 머금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날마다 뽀끄땡스』의 들레를 만났을 때도 이와 같은 마음이었던 걸 보면 아마 장편동화의 힘인가 보다.



 

매력넘치는 등장인물들


  

주인공 지민이는 피아노 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피아노 소리는 세상을 고요하게 한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피아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런데 왜 세상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쥐어주지 않는 걸까. ‘라’ 건반에 이어 지민이가 가장 좋아하는 ‘솔’ 건반까지 고장이 나버리고 나중엔 엄마가 피아노를 팔아버린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처럼 지민이의 곁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가능하다면 나라도 동진이가 좋아하는 ‘초능력’을 가져 아픈 아빠를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이토록 문학이 슬픔의 본질을 많이 다루는 것은 역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일까.


동진이는 지민이와 조금 다른 처지다. 방이 3개인 가장 좋은 7동에 산다. 하지만 엄마의 강제로 학원을 여러 군데 다니고, 원하지 않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아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언제나 유쾌함을 잃지 않는 장난꾸러기 동진이는 정말 매력 넘친다. 특히 징글징글하게 예민한 지팡이 할머니의 벽보를 맘껏 바꿔버린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세상에! 아동문학처럼 유쾌하고 순도 100%의 순수함이 담긴 희화, 풍자의 글은 어디에도 없을 거다.



어린이가 만든 공고문


공동주택관리법에 의거하여

른이 만화책도 안 보고 일만 하는 소리

른이 피아노 두들기지도 않으면서 인상 쓰는 소리

른의 끝없는 잔소리

른이 아이들 째려보는 소리

른이 방귀 뀐다고 야단치는 소리를 해가 진 이후엔 금함

사항을 위반할 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안 취할 수도 있음

이 광고문을 떼어 내는 사람 가만두~~겠음


- 장난기 넘치는 어린이 대표 -



1동에서 7동까지 빈부격차에 따라 서열을 매기는 잔혹한 동네에서 그렇게 다른 둘을 이어주는 샘소리 피아노학원과 행복식당은 인간성을 유지하는 꺼지지 않는 촛불 같았다. 그리고 귀가 어두운 샘 선생님의 넓은 마음, 된장찌개를 제일 잘 끓이는 다정한 행복식당 할머니는 불을 밝히는 심지와 같았다. 동화 속 아이들과 소통하는 어른들은 언제나 옳다.

 



두 아이를 이어준 "꿈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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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을 끝까지 이어줘 ‘지구 반대편의 음악 잔치’에 함께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꿈과 희망”이 아닐까. 각자의 힘든 상황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꿈꾸고, 희망을 가지며 피아노를 각자의 방식대로 연주하는 두 아이는 참 닮아있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잘 치는 지민이와 겉모습은 마치 피아노 천재 같지만 엉터리 연주를 하는 동진이, 둘의 불협화음은 피아노 대회에서 잘 맞는 화음으로 느껴진다. 이 부분에서 나는 갑자기 울컥했다. “우리의 연주는 소리가 아닌 움직임처럼 느껴졌다.”라는 부분을 읽고는 마치 동진이와 지민이의 피아노 연주를 관객석에서 숨죽이고 바라보는 것 같았다.


지민이의 사라지는 일기와 동진이의 사라지는 축구공이 결국은 꿈을 위해 잘 모아져 ‘어린이 비밀 은행’에 전시되어 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꿈을 잃지 않고 힘든 세상을 잘 이겨내 그 꿈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보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송미경 작품을 읽고 작품의 ‘취향’을 찾게 된 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른들, 현실적인 슬픔을 판타지적인 요소로 즐겁고 유쾌하게 승화시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일깨워주는 메시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품의 모습이다. 나 또한 내가 앞으로 읽게 될 책들과 읽었던 책들을 바탕으로 마음속에 아동문학의 한 공간을 차곡차곡 채워서, 아이들을 비춰주는 달처럼 은은한 빛이 담긴 좋은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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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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