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New Philosopher 2019 6호 :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

글 입력 2019.05.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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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희소성이 없는 자유재라고 배웠다. 그리고 이런 개념이 생성되던 최초의 시기에는 시간은 단순히 희소성이 없을 뿐만이 아니라 배재성도, 경합성도 없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 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개인에게 동일하게 하루가 주어진다고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맞이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자유재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예컨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 각 개인은 본인의 지불의사가격(Willingness to Pay)에 따라 KTX를 이용할 수도 있고,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매력이 있는 사람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구매력이 낮은 사람에 비해 시간을 구매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시간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뉴필로소퍼 6호가 우리에게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하고 묻는 질문은 아주 유의미하다. 더 이상 우리는 시간이 풍요롭다고 느끼지 않고, 시간이 부족하고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차  례

10   News From Nowhere

18   Feature 시간 도둑을 잡아라  올리버 버크먼

24   Feature 시간은 왜 늘 부족할까  티파니 젠킨스

32   Feature 달력도, 시계도 없는 사람들이라니!  앙드레 다오

38   Interview  시간에는 방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휴 프라이스

52   Comic  실존주의 방문판매  코리 몰러

54   Feature  여전히 우리는 태양의 영향 아래 있다  패트릭 스톡스

62   Feature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톰 챗필드

70   Feature  미래를 보는 실험  마리나 벤저민

76   Interview 시간은 각각의 ‘지금’들의 총합이다  카를로 로벨리

90   Feature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98   Feature  내일을 위해 여전히 알람을 맞추자  마시모 피글리우치

104  Feature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죠?  나이젤 워버튼

110  Essay  시간의 탄생, 그 이전  팀 딘

118  고전 읽기  시간 여행자의 귀환  허버트 조지 웰스

130  6 thinkers 시간Time

132  Coaching  어른들은 왜 재미있는 일들을 시간 낭비라고 하죠?  매슈 비어드

136  고전 읽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144  Opinion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 예술  나성인

150  Opinion  뮤즈를 기다리는 시간  기혁

156  Critic  최후의 날  클라리사 시벡 몬테피오리

164  Our Library

166  Essay  일하는 여행자의 시간  김소담

172  Interview 나만의 인생철학 13문 13답_수잔 칼런드





이렇게 시간이 귀한 와중에도, 우리는 시간을 낭비한다. 올리버 버크만이 '시간 도둑을 잡아라'고 말할 만하다.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수많은 생산자들은 잠재적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양산해내고 있고, 여기에 까딱 홀리기라도 했다간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간을 홀라당 뺏기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올리버 버크만이 인용한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은 굉장히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내 경험은 내가 관심을 쏟기로 동의한 일"이라고 말한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은 달리 말해 관심이 곧 인생이라는 것이며, 인생이 결국은 한 사람의 관심 범위를 채우는 요소들의 총합이라는 의미가 된다. 내 인생이 내 관심사의 총합이라 생각하면, 내가 지금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가를 돌이켜볼 때 아주 자기반성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시간 낭비와 에너지 낭비로부터 자유로운 현대인은 거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시간을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내가 더 의미있게 생각하는 그 관심사들로 내 시간을 가득 채우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선상에서 마시모 피글리우치의 '내일을 위해 여전히 알람을 맞추자'와 나이젤 워버튼의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죠?'도 생각해 봄직한 글들이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우리로서는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만이 명확할 뿐이다. 이런 생각이 주를 이루기 시작하면 그 무엇에도 집착할 이유가 없어지는데, 그렇게 되다 보면 모든 것을 미루게 되기도 하고 그저 일상을 관조하기만 할 뿐 방치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조차 우리는 다시금,제한된 삶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필요가 있다. 무상한 그 시간 속에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인생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은 매슈 비어드의 '갈수록 삶이 정신없이 돌아가요'에서도 강조되고 있었다. 갈수록 삶이 정신없이 돌아간다는 표현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 말이 더더욱 피부로 와닿기 시작하면서 이런 삶을 3~40년 동안 지속해오신 부모님께 엄청난 경외를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정신없는 삶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결국 항상 우선순위의 문제에 직면하며 살게 된다. 그만큼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해야 할 일들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슈 비어드는 아주 인상적인 표현을 썼다. 바로 나를 향한 의무 라는 표현이다.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일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매슈 비어드는 이것이 죄책감과 성취감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가족을 향한 의무와 당신을 향한 의무 사이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가족을 향한 의무도 중요하지만, 나를 향한 의무라니. 나를 향한 의무를 의식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굉장히 신선하게 와닿았다.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


이번 뉴필로소퍼 6호에서 시간을 향한 다양한 담론들을 담아낸 것 중에 찾을 수 있었던 공통점은 바로 나에게 집중하라는 것이 되겠다. 나의 관심이 곧 내 인생이 되고, 그렇게 된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으로 내 시간을 물들이고 싶은지를 나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의 사유, 나의 의지 그리고 나의 실행이 내 모든 시간을 완성한다는, 당위적이면서도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이 메시지를 뉴필로소퍼 6호에서는 여러 화자들의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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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우리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만 할 정도로 좁은 주제가 아니다. 어쩌면 인간이 인간다운 의식을 가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간은 인간이 가장 오랫동안 의식하고 쫓아온 주제였을 것이다. 그런 시간에 대해 뉴필로소퍼 6호는 다양한 철학적 사유들을 담고 있었다. 아주 과학적인 이야기도, 아주 철학적인 이야기도 말이다.


그 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팀 딘의 '시간의 탄생, 그 이전'이었다. 왜냐하면 이 칼럼에서 팀 딘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이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느낌은 변화를 체감하는 인간의 의식적 성향이 만들어낸 우연한 부산물일 뿐이다.


시간을 보는 관점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미 보편적인 시간 개념이 자리잡은 나에게는 너무나 납득이 되지 않는 표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의식하는 그 변화를, 시간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미 앞서 앙드레 다오가 '달력도, 시계도 없는 사람들이라니!'에서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속 시간의 존재를 모르는 아몬다와족을 소개했었다. 과거, 미래 같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다는 그들의 언어를 보면 시간에 대해 현재 전세계 수많은 언어들이 시제표현들을 가지고 있다는 게 또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우리가 시간에 압도되어 산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


시간에 압도되다 못해, 우리는 시간 사이를 누비며 과거나 미래를 오가는 상상 역시 끝없이 반복해왔다. 시간여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가장 흥미롭게 보는 주제 중 하나일 것이다. 미래의 내 모습이 궁금하니 보고 싶기도 하고, 과거의 나에게 그 선택은 하지 말라고 충고해주고 싶기도 한 게 인간의 마음 아니겠는가.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런 시간을 알 수 있을까.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이 각각의 '지금'들의 총합이라 말했다. 그러나 이 각각의 지금들은 자연적으로 동시에 발생하지 않는다. 이 견지에서 폭을 조금 확장해보면, 미래는 우리에게 완벽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된다.


우리가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를 확인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미래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가능성의 함수들이 중첩된 상태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그 수많은 가능성 중 무엇이 가장 높다고 우리는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가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를 보았다면 그것은 정확하게 실재하는 미래이며, 우리가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다시금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확인했을 때의 문제로 돌아간다. 살아있는 파동함수와 죽어있는 파동함수가 중첩된 상태였던 고양이를 보기 위해 상자를 열게 되면 우리는 살아있는 고양이 또는 죽어있는 고양이 중 하나의 경우만 보게 된다. 정확히는 죽어있는 고양이만 보게 될 것이다. 왜? 바로 상자를 연다는 이 행위가 독가스 방출을 유도하여 이미 우리가 보고자 했던 그 미래를 틀어버리는 기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시간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임영태의 책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내용이 생각났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는 실종된 운명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확인한 고양이의 죽음은 우리가 불러일으킨 일일 뿐, 고양이의 진짜 생사는 상자뚜껑을 열기 전의 그 시간에 있다. 운명은 '모르는 것'의 다른 이름이다. 아는 건, 안다는 그것으로 인해 운명이 아니다."



결국 미래는 우리가 '모르는 것'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이 잔인한 진실만이 찬란하게 남을 뿐이다. 가질 수 없는 시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


*


그렇게 시간은 영원하면서도 한시적인 것이기에 음악평론가 나성인이 말하는 것처럼 예술이 아름다운 것이다. 시간을 멈춰놓는 예술도, 시간 속에 있는 예술도 시간의 불멸성으로 우리에게 더 높은 곳을 지향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쫓으며, 따라잡으며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현대사회에 예술은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휘몰아치는 시간의 박자가 아니라 내 호흡대로 숨쉴 수 있게 하는 놀라운 기제다. 이를 두고 표현한 나성인의 표현이 참으로 깊게 와닿는다. "내 안을 흐르는 시간은 내가 정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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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누구나 어릴 때부터 자라서까지 변함없이 고민하는 가장 근본적인 주제다. 간단하기도 하고 동시에 무한하게 복잡하기도 한 이 단어를 두고, 뉴필로소퍼 6호는 다양한 관점에 입각하여 시간에 대해 조명하고 있었다. 시간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관심과 내 사유, 그리고 정확히는 나를 향한 의무를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내 의지에 달렸다.


무엇을 위해 나는 살아가는가.

무엇을 하며 나는 살기를 원하는가.

2019년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한 번쯤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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