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를 봤다.

메모지들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게임이 전시되어 있는 요상한 곳
글 입력 2019.05.1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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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는 ‘생활의 발견’이라는 전시 기조를 따라 전시장의 작품들을 생활 속에서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하였다. 그림, 조형물, 사진, 영상과 더불어 게임, 포스트잇, 책, 포스터와 같이 기존 전시회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함께 다뤄 보는 이로 하여금 ‘생활 속 예술’을 더 실감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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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좀 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숟가락 분수로 튀긴 물로 옷이 다 젖어버린 기억쯤은 다들 있을 거다. 요쿠야마 요시유키 작가는 그런 일상 속 순간들을 캡쳐해 사진으로 남기며 어쩌면 평범하게 지나갈 수 있는 순간들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사진들은 그의 사진집 <Bacon Ice Cream>에 실린 작업으로, 작가가 유럽에 갔을 당시 우연히 먹었던 신기하고 독특한 베이컨 아이스크림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사진집의 이름은 독특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사진들은 멋지고 독특한 것이 아닌, 작가의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담아냈습니다. 평범하게 지나가는 순간들이지만 작가는 애정을 담아 대상을 들여다보고, 피사체와의 긴밀한 교류를 작품에 따스하게 녹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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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층 더 파고들어, 평소 일회용품이라고만 생각하던 비닐봉지를 모아 예술적 가치를 가진 조형물로 재창조 시킨 작가가 있다. 김태연 작가는 쓰레기로 남겨지는 비닐봉지들을 모아 태평양의 섬을 형상화하며 인간의 개입 이 끝난 후 자연에 남겨진 사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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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이 작가와 문제이 작가는 ‘혼자’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현대의 사람들은 혼자 하는 것(혼자 있는 것)을 찾아다니며 이와 관련하여 혼밥, 혼술, 혼영과 같은 단어들이 파생되고 있다. 두 작가는 혼자가 되려는 사람들과 타인들과의 관계성에 대해 관철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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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와 영화 포스터는 사람들의 구매력 촉구와 직결된다. 그렇기에 어쩌면 가장 상업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취향을 반영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어쩌면 대중들이 그들에게 ‘끌림’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사람들은 그것들에게 끌림을 넘어 소유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 안에 담긴 내용을 함축시켜 보여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 것이다. 즉, 사람들은 각기 다른 자신만의 취향의 눈으로 그것들을 선별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그 책을 읽을 생각이 없어도 표지가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구매하거나, 보지도 않은 영화의 포스터를 사기위해 언제 어디서 열릴지도 모르는 아트마켓을 찾아다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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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다 게임을 한 적은 처음이다. 본 전시를 유유히 감상하다 보면 게임 <플로렌스>를 플레이 해볼 수 있는 체험존이 나온다. 게임 엑스포도 아니고 무슨 전시장에 게임이냐 싶겠지만 <플로렌스>는 게임이라기 보단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살면서 한 번도 게임과 예술을 동일 선상에 두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유희의 목적으로만 소비되던 게임이 예술성을 띈 작품이 될 수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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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전시는 우리 생활 속에 배치되어 있는 예술과 우리의 생활 그 자체를 예술의 소재로 삼아 작품으로써 보여준다. 전시를 완상한 후에 어쩌면 예술을 멀게만 느껴지게 만든 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공간마저도 이미 예술성을 띈 수많은 무언가로 채워져 있음을 알았고, 그것을 발견하여 예술로 받아들일지 그저 일상 속 한 순간으로 지나쳐버릴지는 한 끗 차이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예술은 생활 속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었고 소소한 것들에까지 묻어있었다. 아직 예술의 필요성과 영향력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이가 있다면 본 전시가 그에 응하는 해답이 될 것이다.



[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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