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4시간 속 우리는 어떠한 예술 현상을 마주하고 있었는가

글 입력 2019.05.1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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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봐도 사는데 지장없는 전시>


주변 사람들에게 전시를 보러 간다고 말하면 무슨 전시를 보러 가냐고 되물어본다. 그리고 전시 제목을 알려주면 사람들은 또 다시 되물어본다. "무슨 전시 보러간다고?"라고 말이다. 이 전시의 제목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전시 제목이 진짜 그래?"와 같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전시를 보러 오라고 홍보를 해도 모자를 판에 '안봐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전시'라는 타이틀을 지어 전시를 기획하다니. 전시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것일까 아니면 정말 안봐도 사는데 지장이 없어 있는 그대로 제목을 지은 것일까. 처음 전시 제목을 보고 든 생각들이다. 제목은 안봐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서 더 관심이 가고,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 안봐도 사는데 지장없는 전시 preview



프리뷰를 작성했을 때 이러한 말을 적었는데, 이 생각은 전시를 보러갈 때까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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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대중들의 생활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의 삶에 얼마큼의 영향력을 줄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가 이 탐구 중의 하나로 현대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100여점의 작품을 통해 몰라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예술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생활에서 숨 쉬는 예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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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파트(아침, 낮, 저녁, 새벽)로 전시장을 구성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대인의 일상'을 소재로 다룬 현대미술 전 분야의 작품을 전시해놓았는데, 시작은 아침이었다. 이른 시간의 아침이라 그런지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었다.



황선태_빛이 드는 공간, 2015,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116x73x4cm.jpg
 


처음엔 전시장의 조명이 너무 어두운 게 아닌가 했지만 이는 아침의 빛을 느끼게하는 장치였다. 아침파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황선태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쉼표를 찾고,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일상은 더 없는 평화로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여러분의 안락한 쉼표의 순간은 언제인가요?"라고 말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쉼을 느끼는 그 순간을 표현한 것만 같았다.



드롤_2012, Portations, Inkjet print, 59.4x42cm.jpg
 


낮 파트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드롤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는 옛 프랑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 리옹의 특색있는 문을 촬영하고 이를 실제 크기로 출력한 뒤, 이를 프랑스의 항수 도시 르 아브르 곳곳에 설치한다. 벽에 설치된 낡은 문들은 언뜻 보기엔 실제의 문처럼 자연스럽지만, 거리를 지나던 행인이 어색하다고 느끼는 순간 문은 작품이 되고, 평범했던 행인은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예술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를 보고 이번 전시와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예술과 삶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곳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플로렌스 체험 (2).jpg
 


이번 전시에서 독특한 점이 있다면 바로 포스트잇 감상평과 게임, 도서와 같은 순수미술 외의 다양한 콘텐츠들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잇에는 관람객들의 감상평이 적혀있는데, 작품설명 옆에 위치하고 있다. 작품을 관람하고 작품 설명을 읽으며 이해하고, 감상평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받는 형식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발견하고 공감하고, 재치있는 글을 읽고 웃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전시에서 접함으로써 예술이 우리와 멀리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정다운_감각의 전환, 2018, Fabrics, fame, mesh, variable installation.jpg


과거 교수님께서 수업과제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레포트를 내주신 적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답을 학생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사람들은 숭고, 철학, 사상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모든 것'이었다. 보기에 좋은 것.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작가의 철학이나 사상이 들어간 것 등등.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드롤 작가가 문 사진을 실제 크기로 출력하여 붙여놓고 사람들이 '이게 실제 문인가?' 생각을 품는 순간 그들의 일상도 예술로 가득해지는 것처럼, 우리가 예술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을 의식하고 '이건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는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봐도 사는데 지장없는 전시> 맞는 말이다. 이 전시를 보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전시를 보지 않는다면 삶이 얼마나 예술로 가득한지. 얼마나 많이 예술로 뒤덮여있는지. 무심코 흘려보냈던 24시간 속 우리는 어떠한 예술 현상을 마주하고 있었는지, 또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예술로 재탄생 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를 놓칠 것이다.


안봐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삶은 예술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를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한 명이라도 더 이 전시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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