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이들 손을 잡고 화면에서 걸어 나와 활자의 세상으로 – 출판저널 510호

아이들 독서 기초대사량 늘리기
글 입력 2019.05.13 03: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린 시절, 밤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스쳐가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고, 엄마 몰래 방에 숨어 밤늦게까지 <걸리버 여행기>를 읽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어렴풋이 떠오른다. 이런 내게 독서가 트집이 된 것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였다.


아침 자습 시간, 소설 책을 읽던 내 앞에 담임 선생님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불쑥 책을 덮어 표지를 훑어보시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습 시간은 소설을 읽는 시간이 아니라 공부를 하는 시간이다.”




도대체 독서가 뭐길래



자습 시간에 문제집 대신 소설 책을 읽는다고 타박하던 시절을 지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읽는 책 한 권 한 권이 경력이 되고 메리트가 되는 세상을 맞이하게 됐다.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그간 읽은 책을 상세하게 적어 교과 선생님 혹은 담임 선생님에게 제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2학년 문학시간에는 좌담에서 언급된 ‘독서교육’ 수업을 받았던 적도 있다. 그러니까, 나는 고작 3년 차이지만 독서에 관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전혀 다른 교육을 받은 셈이다.



street-2805643_1280.jpg
 


<출판저널> 510호의 특집좌담 주제인 ‘청소년 독서환경과 독서교육’에서 이야기하는 학교 분위기는 내 고등학교 시절과 매우 닮아있다.


당시 문학 선생님께서 열 권 정도의 다양한 책을 소개해주시고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읽게 한 뒤 매주 제출하는 독서 기록에 꼼꼼하게 피드백을 적어 주셨던 기억이 남아있다.


특집좌담을 읽는 내내 이때의 기억이 떠올랐고,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그 교실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서 흥미로웠다.



classroom-2787754_1280.jpg
 


실제로 독서 수업을 받은 적이 있는 입장에서 이번 좌담은 무척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문학 시간 독서 수업을 막 시작했을 때,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던 아이들은 처음 독서 기록에 피드백을 받던 날을 기점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아이들이 즐거운 목소리로 선생님께 투정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전까진 책에 관심도 없던 친구들이 훔쳐보지 말라는 둥, 나만 두 줄밖에 안 써줘서 너무하다는 둥 한참 떠들더니 다시 조용히 책에 집중하는 것은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광경이었다. 물론 평소에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금방 집중력을 잃거나 잠들기도 했지만 낯설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절은 원래 책을 좋아했던 나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책 추천을 빌미로 교무실에 찾아 갈 때마다 반겨 주시던 문학 선생님과 학교 도서관에서 추천 받은 책을 읽다 햇살을 받으며 잠들던 기억이 지금까지 나를 서점으로 데려가는 것 같기도 하다.



people-2572105_1280.jpg
 


시간이 흐를수록 ‘읽는 것’보다 ‘재생하는 것’의 영역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심심풀이 땅콩 시장에서는 휴대하고 꺼내 보기 번거로운 것일수록 쉽게 내쳐진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중고등학생 두 동생이 유튜브로 영상을 보느라 새벽 세 시가 되도록 잠을 안 자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송승훈 선생님의 말씀하셨듯, 교사의 전문성은 독서 기초대사량이 낮아 세 줄만 넘어가도 숨을 헐떡이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스트레칭부터 완독까지 달리며 성장시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재생 바 없이 스스로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출판저널 510.jpg
 


출판저널 510호
- Publishing & Reading Network -


출간 : 피알엔코리아(주)

분야
문예/교양지

규격
182*257*20mm

쪽 수 : 240쪽

발행일
2019년 04월 12일

정가 : 24,000원

ISSN
1227-1802



[이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