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계는 지금 [문화전반]

글 입력 2019.05.16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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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진리와 같은 말이다. 요즘 영화산업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영화 산업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영화 소비 형태가, 내부적으로는 국내 배급사의 경쟁 구도가 변하고 있다. 우선, 외부 상황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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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 관객 수 2억 명 시대. 2013년에 관객 수 2억 명을 달성한 후, 6년째 그 수를 꾸준히 유지하는 중이다. 대단한 일이나 마냥 긍정적인 일은 아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6년 동안 이렇다 할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장 정체기를 두고 영화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영화관이 주춤한 이때, 반대로 상승세를 보인 것이 바로 OTT(Over The Top)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OTT는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OTT 이용자는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전부. 영화를 보기 위해 반드시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멀티플렉스 사업자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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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의 영향력은 이미 기존 영화 산업의 질서를 흔드는 수준이다. 이것은 지난 2월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이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 영화인 <로마>가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을 거머쥔 것이다. <로마>의 수상은 이 영화의 배급 시스템이 전통적인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전통적인 영화 배급 시스템은 시간에 따라 극장 - VOD - 케이블 채널로 유통망을 이동하여 이익을 얻는 구조이다.


그러나 <로마>는 애초에 넷플릭스 독점공개를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이기에 기존의 유통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다. 때문에 <로마>를 극장에서 상영하긴 했으나, 상영한 극장은 일부에 불과했다. 이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로마>를 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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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
 


<로마>의 수상은 넷플릭스와 OTT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로마>의 작품성을 증명한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콘텐츠가 영화관에 배급되는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킬러 콘텐츠로 이용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 초기에 기를 펴지 못하다가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드라마 <킹덤>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국내에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디즈니, 애플 등 다른 OTT 사업자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OTT가 유통 플랫폼뿐만 아니라 제작사의 형태도 띠는 것이다. 이것이 OTT가 기존 사업자에게 더욱 위협적이고, 앞으로 영화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이유이다.

 

외부에서 OTT로 혼란하다면, 내부적으로는 국내 영화 배급사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국내 메이저 영화 배급사는 빅 4라 불리는 CJ ENM, 롯데컬처웍스, 넥스트엔터테이먼트월드(NEW), 쇼박스다. 한국 영화유통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이들의 작년 성적이 신통치 않다. 제작비 100억대 대작들이 줄줄이 실패한 탓이다. 명절 성수기와 흥행 보장 배우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작년 추석의 경우 100억 대작 중 <안시성>을 제외하고 <명당>, <물괴>, <협상>은 모두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데 실패했다.


그 뒤로도 <스윙키즈>, <PMC: 더 벙커> 등이 기대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신과 함께-인과 연>을 배급하여 최초로 관객 점유율 1위에 등극한 롯데컬처웍스를 제외하면 모두에게 뼈아픈 한 해였다. 이 여파로 2018년 상업영화 평균 추정수익률은 –17.3%으로 2017년 18%에 비해 대폭 하락하였다. 그래도 CJ ENM은 올 초에 <극한직업>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며 부진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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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안의 그놈>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한 것이 신생 배급사다. 메리크리스마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행남사 등 신생 배급사는 올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예고했다. 여러 신생 배급사 중 주목해 볼 만한 것은 메리크리스마스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쇼박스 유정훈 전 대표가 중국 화이브라더스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로, 첫 배급작인 <내 안의 그놈>이 손익 분기점을 넘기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내 안의 그놈>의 활약은 여러 배급사에게 거절을 받았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또한, 유정훈 대표는 인터뷰에서 아이템 개발 단계에서 영화, 드라마, 웹툰, 게임 등 다양한 매체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는 새로운 사업 방식을 언급하였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도를 할 것으로 보여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이외에도 네이버, 카카오페이지가 자사에서 확보한 IP(지적재산권)를 바탕으로 영상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네이버는 웹툰 <마음의 소리>, <머니게임> 등의 영화화가 포함된 라인업을 공개하며 사업을 구체화했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IP를 다수 확보한 기업인만큼 이들의 영화 산업 진출로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변화의 중심에 있는 영화 산업. 이 상황에서 살아남는 자는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의 성공과 더불어 작년 한국 영화의 부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작년 한국 영화 부진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식상한 콘텐츠에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보는 안목이 높아진 관객들은 새로운 걸 원하는데 배급사가 보여준 것은 지루할 정도로 익숙한 소재와 서사였다. 물론 영화 배급사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한 편에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고 그 제작비를 회수해야하기에 모험보다는 흥행이 보장된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편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은 그것을 이해해주지 않으며 더 이상 그런 콘텐츠에 소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다.


관객의 입장에선 앞으로가 기대되는 한편 걱정도 된다. 전자는 경쟁 속에서 다양하고 신선한 영화가 제작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고 후자는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개인적인 기대와 우려와는 상관없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치열한 전쟁에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누가 승기를 쥐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당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참고자료


2018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 영화진흥위원회

[새로운 자본의 시대②]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 “인프라, 철학,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중요하다”, 씨네21, 2018.08.29



[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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