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서오세요, 다양성의 세계에! [웹툰]

내게 성소수자의 세계를 알려준 선생님
글 입력 2019.05.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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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 동성애에 대해 알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이 그 질문에 대해 크게 망설이겠지만 나는 확실히 대답할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텔레비전에서 남성끼리 키스하는 장면을 본 순간부터이다. 그 오래전 일을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만큼 그때 받은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충격이라는 단어 선택이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내가 느낀 감정에 관해 설명하는 부분임을 감안하고 양해해주길 바란다) 그 장면을 보고 저건 판타지라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의 세계에 동성애란 아예 존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인터넷을 통해 ‘퀴어 영화’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야 내가 본 장면이 판타지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시절의 나는 여전히 동성애를 ‘그 세계’라고 칭하며 나를 그들과 분리했고 심리적 거리감을 느꼈었다. 일부 소수의 이야기,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치부하며 내 마음속에서 그들을 고립시켰다. 그렇게 동성애의 존재만 알 뿐, 전혀 몰랐던 그 시기, 2008년 초에 나의 편협한 성소수자에 대한 가치관을 완전히 새로 정립하게 해줄 웹툰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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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난 작가의 <어서오세요, 305호에!>(‘305호’) 는 2008년 3월 3일부터 2011년 9월 22일까지 총 171회에 걸쳐 네이버에서 연재된 웹툰으로, 평범한 20살 김정현이 게이인 김호모와 305호에 같이 살게 되면서 겪는 일을 다뤘다. 이 웹툰의 첫 화를 봤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그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웹툰을 많이 봤었고 신작이 뜨면 일단 확인부터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내게 ‘305호’도 그런 수많은 신작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확인한 1화는 이 웹툰이 내가 여태까지 봐왔던 모든 웹툰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웹툰은 김정현이 대학생이 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취방에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독립생활, 이 얼마나 설레는 상황인가. 그러나 그 설렘은 문을 열자마자 바로 산산조각이 난다. 앞으로 같이 살아야 할 룸메이트가 게이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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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아무리 현실을 부정해보지만, 본인 입으로 확실히 들어버렸다. 그렇다. 그 룸메이트는 게이였다. 게다가 이름은 또 김호모다. 살면서 본 적도 없고 앞으로 볼 일도 없을 것이라고 믿어왔던 게이와 함께 살아야 한다니. 절망적인 상황과 마주한 김정현은 그 상황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게이와 살게 됐다며 아웃팅(타인의 성지향성을 함부로 알리는 행위)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김호모가 이성애자인데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게이라고 속였다고 오해한 김정현은 본인이 게이인 척을 해서 골탕 먹이려 한다. 그러나 그 ‘게이인 척’이란 게이는 모든 동성을 좋아할 것이라는, 성적으로 문란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행동뿐이다. 자신의 성지향성에 대한 편견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확인했어야 할 김호모는 무슨 기분을 느꼈을까.

 

성소수자 문제를 무겁게 다루지 않겠다는 작가의 태도는 1화에 김정현과 김호모가 만나는 순간부터 확실하게 드러난다. 웹툰은 성소수자에 대해 그릇된 편견을 지닌,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인 김정현이 어떻게 룸메이트 김호모를 받아들이고 모든 성소수자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지 설득력 있게 나타낸다. 그 설득력은 일상 시트콤 같은 작품의 분위기에서 나온다. 그 분위기는 민감한 소재를 독자에게 부담 없이 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애초에 성소수자가 그만큼 일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원 지하철, 길거리, 학교, 직장 등 우리가 쉴 새 없이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 성소수자 역시 그중 한 명의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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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웹툰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게이뿐만 아니라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등 아주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세계를 다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많은 성소수자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여러 성소수자의 등장은 같은 성소수자라고 하더라도 개개인이 얼마나 다른지, 그 성소수자 내부에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게 한다. 그래서 독자도 그 많은 성소수자를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가장 핵심적인 주인공 김정현이 이성애자, 즉 성적다수자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웹툰은 절대 이성애자를 악마화하지 않는다. 작품이 진행될수록,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는 김정현의 그릇도 커진다. 자신의 삶에 등장한 여러 성소수자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후반부의 김정현은 김호모에 대한 거부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던 초반부의 모습과 확연히 대비된다. 웹툰은 성적소수자가 이해를 받는 만큼 성적다수자가 이해를 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웹툰이 이성애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윤성이라는 인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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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성은 레즈비언인 누나 오윤아의 영향으로 자신 역시 이성애자임에도 다른 이성애자들을 혐오하게 된 인물이다. 혐오의 출발점은 누나가 레즈비언임을 알게 된 순간, 거부감을 드러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다. 그 혐오는 자신의 지향성을 부정하고 다른 성소수자를 경멸하는 오윤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욱 심해진다. 모든 이성애자는 호모포비아라고 여기던 오윤성의 그릇된 생각은 김정현과 자신의 트랜스젠더 친구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양주하라는 인물을 통해 서서히 변하게 된다.

 

웹툰은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는 김정현의 성장만큼 이성애자를 받아들이는 오윤성의 성장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것은 이 웹툰이 작품의 주제인 ‘성적소수자와 성적다수자의 화합’에서 얼마나 열심히 균형을 유지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김정현과 비슷할 것이다. 어린 시절, 동성애에 대해 처음 접한 나도 김정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한 수많은 김정현의 존재는 개인의 인성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물론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예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당장 나를 봐도 그렇다. 그 시절의 내가 초등학교 4학년씩이나 되었으면서도 동성애의 존재를 아예 몰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 사회가 얼마나 열심히 성소수자를 지워왔는지 알 수 있다.

 

학창 시절 한 사회 수업 시간이 떠오른다. 이 웹툰을 한창 열심히 보고 있을 때라서 성소수자에 대해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을 때였다. 선생님은 고대 유럽의 지식인들이 동성애를 하기도 했다는 여담을 전하면서 “그건 이상한 거지, 그러면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을 했다.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선생님이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 학교에 특강을 온 외부 강사로부터 동성애는 자식을 번식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그릇된 행위라는 말을 들었다. 또 몇 년이 지난 뒤에는 교수님에 의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한 목사의 연설을 들어야 했다.

 

내가 살아온 사회는 이렇게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 자연스러운 사회였다. 김정현이 살아온 사회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이성애자 말고도 다른 성지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사회 말이다. 작가 역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웹툰이 절대 이 땅의 수많은 김정현을 배척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내가 <어서오세요, 305호에!>를 보지 않았더라면 위의 폭력적인 말을 듣고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아찔해진다. 오랜 시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선생님들이 내게 많은 지식을 전해줬지만 성소수자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도 내게 이 웹툰만큼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는 시의 구절처럼 내가 지금처럼 성소수자를 인식하게 해준 것은 8할이 <어서오세요, 305호에!>덕분이었다. 웹툰이 완결 난 지 8년이 지났다. 지금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305호’와 같은 뛰어난 선생님이 곁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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