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제를 즐기는 방법② [영화]

글 입력 2019.05.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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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앞으로 이어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까지 다양한 국내의 영화제들을 즐기는 데 필요한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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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회생활> GV 현장




전혀 새로운 작품과 감독을 만나라



영화제에 처음 가 보게 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익숙한 감독의 익숙한 영화를 찾게 될 것이다. 특히 그 지역 주민이 아니라면 큰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참여하는 축제일 것이므로, ‘실패’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꼭 봐야 하는 작품을 다 보고 난 후에는 과감히 새로운 작품과 감독을 만나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축제는 현실과 괴리된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평소 방 안에서 듣는 음악,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며 우리는 축제에 간다. 그 기대에는 분명 익숙한 취향의 확인과 강화 이상으로 새로운 체험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앞선 오피니언에서 밝힌 것처럼,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엄선한 작품이므로 어떤 작품을 골라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개봉하여 만나게 될 유명한 감독과 배우의 작품들보다는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나는 것이 모두가 모이는 `축제`의 의미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으로 절대로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을 조지아(그루지야) 감독의 예술 영화와, VR 영화를 관람하였고,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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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GV 현장



되도록 GV에 참석하라



어릴 적부터 ‘출발 비디오 여행’을 즐겨 봤던 시청자로서, 영화의 뒷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나 명장면이 애드리브나 우연한 기회로 탄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영화라는 예술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상영되는 영화만 놓고 보면 정해진 대본과 계획적인 편집을 통해 탄생하는 완성된 예술작품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생생한 촬영 현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영화 속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우연이 좌우하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영화와 친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국내 영화의 경우 개봉 시기에 맞추어 표 구매만 성공한다면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하는 시사회나 GV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영화는 국내에서 GV행사를 여는 경우가 거의 없고, 배우나 감독이 내한한다 해도 일반인들의 경우 영화 이야기는 언론 시사회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반 상영보다 더 제한적인 시간대에, 더 많은 돈을 내고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영화제에서는 영화제 기간 내내 감독들과 배우들을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다. 또 GV에서는 영화제에 처음 출품한 신인 감독부터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들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평등하게 자신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화관 밖에서는 이미지로 소비되는 `연예인`인 배우들도, 영화관에서 자신의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여느 감독 못지않은 진정한 예술가라는 것이 느껴진다.


GV행사라 해도 티켓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의 이야기를 되도록 직접 듣고 싶어 하지만, 주머니는 가벼운 학생들에게는 정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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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감상을 기록하기 위해 들렀던 '풍년제과'



반드시 영화의 감상을 기록하라



주변에서 영화제에 가서 3박 4일 동안 9편의 영화(단편까지 포함하면 12편)를 봤다고 하니, 도대체 그 많은 영화의 줄거리가 헷갈리지도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사실 일본 영화 세 편을 본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른 문화권의 영화였고, 관람했던 세 편의 일본 영화조차도 강력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영화를 보고 느낀 감흥을 기억하는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오전을 1회차, 정오가 지난 이른 오후를 2회차, 4시경을 3회차, 6시 이후를 4회차로 하여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연속으로 몇 회차를 관람한다고 했을 때 운이 좋으면 영화 간 간격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조명이 켜질 때까지 애타게 기다렸다가 바로 뛰쳐나와야 했을 정도로 시간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강렬한 감정도 금세 휘발되어 버릴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영화가 끝나자마자 떠오르는 것들을 여과 없이 적어 내려갔다.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해서 각 장면에서 느꼈던 것을 문장으로 표현하고, 기억하려 애썼다. 그 결과 그 많은 영화를 보았어도 각각의 영화에 관해 설명하고, 느낀 점을 한 줄로 정리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머릿속에 많은 것들이 남았다.


이는 영화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영화를 볼 때도 필요한 방법이다. 책이든 영화든 예술이 나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를 기록해야만 한다. 왜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게 되었는지, 왜 다른 사람들이 다 우는 그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았는지, 왜 남들이 다 재밌다는 영화가 형편없게 느껴졌는지를 기록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의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를 반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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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거리에서 구입한 각종 기념품들



주변의 봉사자들에게 귀를 기울여라



지난 칼럼에서도 밝힌 것처럼, 영화제라는 행사를 알게 된 것은 한 영화제 프로그래머분의 특강을 통해서였다. 영화제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자,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찍어 올린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영화관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와 의전까지, 구석구석 봉사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대부분 봉사자가 대학생 신분인 경우가 많아 같은 학생으로서 호의적인 인상을 받은 것도 있지만, 모두가 면접을 통해 선발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행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소 불쾌한(물론 모두가 불친절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꼭 말하고 싶다!) 일들이 훨씬 드물게 일어난다는 것을 느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인간을 존중하지 않을 리 만무하다. 자연히 관객들도 그것에 맞게 참을성 있고 예의 바른 태도를 갖추었기에 행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몸을 사용하는 봉사 업무를 생각하고 오지는 않으리라고 추측해본다. 모두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도 축제를 즐기고 싶어 봉사 현장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친절한 서비스 정신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훌륭한 안목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아침에 표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옆 줄에서 들려온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골랐던 영화가 `인생 영화`가 되어 상당히 고마워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필자가 무슨 영화를 보았을까,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그래서 영화제 특집 3부작의 마무리로 다음 오피니언에서는 영화제에서 보았던 영화 몇 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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