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쓸쓸하고도 찬란한 슬픔의 정수, 오페라 "나비부인"

글 입력 2019.05.1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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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최고의 역작, 그 탄생 배경




“미미, 무제타, 마논, 토스카에 대한 나의 애정과 … 《나비부인》에 대한 애정을 비교할 수는 없다.”


- 자코모 푸치니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프랑스 소설 <국화 부인>과 연극 <나비부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오페라다. 런던에서 벨라스코의 연극 <나비부인>을 관람한 푸치니는 단번에 마음을 뺏겨, 오페라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자신과 계속해서 호흡을 맞춰온 리브레토 작가들과 오랜 시간 작업하여 자신 있게 관객에게 선보인다.

푸치니는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게서 일본의 샤미센 음악, 5음계, 민요 등의 자료를 모아 일본 음악의 요소들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작사가였던 일리카는 나가사키에 직접 방문하여 일본만의 색채를 연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초연 당시에는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지나치게 길었던 2막을 두 부분으로 나누는 등 수정을 거쳐 푸치니의 대표작으로 남게 되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후에 캐머런 맥킨토시에 의해 비극적이고도 현실적인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어느 갠 날’은 초초 상의 비극적이고 숭고한 사랑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떠난 외국 남자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하녀의 말도 듣지 않고, 핑커턴이 약속대로 3년 만에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는, 안타까운 장면을 표현한다. 특히 후에 초초 상이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선율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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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매료된 동양의 신비로움

최근 혁명 이후 러시아를 떠나 유럽에서 활동하던 러시아의 대표적인 안무가인 니진스키가 주연을 맡았던 <세헤라자데>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당시 파리의 관객들이 이국적인 동양의 색채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비부인>을 <투란도트>(1926 초연), <세헤라자데>(1909 초연)와 더불어 동양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었던 20세기 초반 서양의 공연 예술의 흐름에서 이해해보려 한다.

과연 당시의 예술가들이 매료되었던 동양의 신비로움은 어떤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우선 공연예술인 오페라와 발레에서 가장 중요한 시각적 화려함이다. <세헤라자데>가 파리 초연 당시 꾸몄던 무대가 너무나 아름다워 통째로 박물관에 옮겨두었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다. 유럽에는 없는 색채와 독특한 형태의 의상은 기존의 고전적인 예술을 탈피하고 `모던함`, `아방가르드함`으로 막 나아가려는 시기의 유럽의 수많은 예술가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본은 서양과의 문화 교류에서 철저히 계획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적극적으로 국제전시회나 만국박람회를 통해 일본과 아시아의 이미지를 전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문화 예술이 발달한, 즉 문명화된 세계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사실 오페라 <나비부인>은 시각적 화려함과 큰 규모와는 거리가 멀다.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이나 시간이 상당히 제한적이기도 하고, 이야기도 무척 짧고 단순하게 요약될 수 있으므로 시각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러나 다른 오페라처럼 신분이나 국가가 걸림돌이 되는 봉건제 사회가 아니라, 근대화가 진행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문화의 충돌을 그리고 있으므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는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여성의 이미지다. 이는 사실 지금까지도 아시아인인 여성에 대해 흔히 존재하는 편견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미지는 문화 교류의 부재라는 배경과 여성에 대한 편견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기다리고 희생하는 사랑은 시대를 막론하고 숭고하고 이상적인 사랑으로 여겨지기에, 수많은 관객을 매료시켰을 것이다.

<세헤라자데>나 <투란도트>는 이런 점에서 <나비부인>과는 다르다. 두 작품의 경우 무능력한 여성 대신 지혜롭고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푸치니를 비롯한 유럽의 예술가들이 동양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보기 위해 이렇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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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공연팀이 구현하는 고전 공연

이번에 공연되는 오페라 <나비부인>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상급의 성악가들과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을 통해 선발된 성악가들로 꾸려졌다. 20세기의 비극적인 오페라가 21세기의 젊은 음악가들에 의해 어떻게 해석되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대한민국의 오페라 발전을 위해 기획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관객 약 23만명, 총 183회 공연이라는 성과를 냈다. 우리에게 익숙한 레퍼토리부터 창작 오페라까지, 대한민국 오페라 예술의 한계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국내에서도 수차례 공연되었던 레퍼토리이기에 과거 공연팀과의 비교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회차를 거듭하며 쌓아온 비결과,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자료를 찾다 보니 유명한 오페라임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 비해 국내에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이들이 이 작품에 관심을 두고, 21세기에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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