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에릭 요한슨 사진展 _ 상상의 테두리를 넘어 서다

글 입력 2019.05.1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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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일이다. 한창 미술학원을 다니던 초등학생은 그림을 무척 좋아했다. 안타깝게도 곰손도 되지 못하는 소위 '똥손'이었던 나는, 수많은 미술의 갈래 중에서도 상상화를 가장 어려워했다. 미술 선생님이 엄마와 상담을 하면서 남겼던 말은 아직도 나에게 남아있다.


"따라 그리는 건 곧 잘 하는데,

상상력이 약간 부족한 편이에요.

다양한 경험을 많이 접하게 해주세요."


그게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그 말이 나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아직도 이를 기억하고 있는데, 억울할 정도로 사실이라 할 말이 없다. 나는 상상력이 없다. 있다고 해봐야 문학적 상상력과 공감능력 정도일 테다. 초등 저학년 이후 한동안 미술과는 담을 쌓고 지내다 대학에 와서야 다시 미술의 매력에 빠졌다.


하지만 냉철할 정도로 자기성찰이 객관적인 나는 나의 저주받은 똥손과 비루한 상상력을 잘 알기에 그나마 내가 잘 할 수 있는 미술사와 미술 이론에 관심을 가졌다. 전시를 해석하고 비평하고, 다른 이들에게 작품에 대해 해설하는 일을 좋아했다. 내가 가진 능력들은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보다 기존의 것들을 파헤치고 해석하고 재배열하는 일에 더 적합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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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가 최근 디자인 툴을 배우기 시작했다. 포토샵이야 조금씩 써왔던 프로그램이지만 일러스트레이터나 인디자인 같은 툴은 아예 써본 적이 없었다. 이전에는 거의 써본 적 없는 툴을 쓰고 새로운 작업들을 해가며 조금씩 감을 잡아나가곤 있지만, 심화반에 올라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심화반은 종종 수업시간에 배운 기술로 다른 과제를 완성해가곤 하는데, 내 근본없는 디자인 감각이 이상한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름 열심히 해가는 과제들을 꺼내보일 때마다 선생님과 나는 그저 같이 웃는다. 막대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할 듯한 나의 저주 받은 감각에 한 줄기 단비 같은 희망은 많이 보고 많이 연습하면 그래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란 점이다. 만약 그래도 안 된다면 그냥 열심히 활자를 두드려야겠지.

많이 보고, 많이 익혀야한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눈은 다른 이들의 작품과 포트폴리오 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독서의 기본은 고전이듯이 디자인의 기본도 유명한 작가 공부부터 시작하자는 나만의 독자적인 신념 아래 (이미지를 글로 배웠다) 이것 저것 소스를 찾다 눈에 들어온 문화 초대 하나, 바로 ​에릭 요한슨 사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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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 수업을 듣다보면 종종 합성으로 만들어 낸 신기한 이미지들을 자주 접한다. 수업을 듣기 전에도 초현실주의 사진들을 사랑하던 나였기에 초현실주의 작가라는 타이틀에 이미 사로잡혀 있었다. 직접 이런 이미지들을 합성하려다보면 소스 사진을 찾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그들을 어떻게 배치할 지도 늘 고민 대상인데 마침 이 작가의 전시가 나에게 어떤 영감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전시 하나를 보러 서울까지 간다기보다는 서울에 한 번쯤 갈 일이 있어서 이래 저래 서울 놀러 겸 리프레쉬를 위해 다녀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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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릭 요한슨은 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로 그가 사용하는 모든 소스를 직접 촬영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작품 한 장을 위해 그에 필요한 소스들을 일일이 찍어내며 이들을 모아 다시 재배치한다. 즉 다른 사진 작가들이 1번의 포착을 통해 세상의 단면을 미학적으로 보여준다면, 그는 여러 번의 포착을 모아 재배치 한 후, 현실을 벗어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포착과 프레이밍을 통한 의미 재생산을 넘어 재배치를 통한 프레임의 탈출을 꿈꾸는 사람이 바로 에릭 요한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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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로 에릭 요한슨의 작품을 정식으로 소개하는 자리이며, 작가의 대표작 50여 점과 함께, 불가능할 듯한 그의 작품을 가능하게끔 체험할 수 있는 설치 작품들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의 이름은 Impossible is Possible, 직역하자면 불가능은 가능하다 정도이다. (앞 부분의 문법이 어색한 건 기분 탓이라 생각하시라) 타이틀처럼 전시는 사람들에게 에릭 요한슨의 작품들을 통해 불가능하다 느끼는 현상들이 가능해지는 색다른 공간 경험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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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어나는 일들 (사진에 담기는 현실의 단면들)을 모으고 모아 현실을 초월한 이미지를 만드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불가능의 실현 가능성을 내포한다. 비록 작가가 만든 이미지를 실제로 형상화 할 수 없다 해도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사고의 새로운 단면을 보게 될 것이다.


틀의 벗어나는 일, 좁다란 상상력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일, 비루한 내 디자인 감각의 확장을 바라며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를 준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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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요한슨 사진전
- Impossible is Possible -


일자 : 2019.06.05 ~ 2019.09.15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12,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0,000원
어린이(36개월 이상-만 13세) 8,000원

주최/주관
씨씨오씨

후원
주한스웨덴대사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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