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최후진술" - 별이 된 갈릴레오 갈릴레이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5.2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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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돈다는 지동설을 펼친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영국의 대문호라 부르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는 갈릴레이의 황천길(?)을 인도한다. 지구는 돈다는 주장을 했던 코페르니쿠스를 자신의 저서 <주된 두 가지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에서 옹호했다는 교회의 판단만으로 사형에 처했다가 죽음이 무엇보다 무서웠던 갈릴레이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고 종교가 주장한 천동설을 지지하는 내용의 <대화> 속편을 쓰기 위해 혈안이 된다.


저승사자 같은 존재인 셰익스피어를 만나고 그와 함께 하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천국에 가기 위해 대화 <속편> 저술에 매달린다. 그 과정에서 그의 일생에서 관련된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들의 수다를 중독적인 넘버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죽음 앞에 있는 상황을 다루었지만 이를 재밌게 풀어 우리의 인생, 열정을 돌아볼 수 있는 뮤지컬 <최후진술>이었다.



최후진술1.jpg
 

 

갈릴레오 갈릴레이



갈릴레오 갈릴레이라는 한 사람을 너무나 잘 나타냈고 그 속에서 사람의 욕심, 나약함, 두려움, 원초적인 본능, 죽음을 향한 두려움 등 모든 사람들이 겪는 그런 모습들이 나타나서 보는 내내 그에게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하게 되고 그를 응원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사실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문과이기 때문에 1500년대 유럽의 과학자나 유명한 과학자들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극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초등학생들이 읽을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들을 읽고 갔다. 그게 효과가 있어 갈릴레이와 관련된 인물들이 등장할 때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과학, 수학 같은 학문보다 더 위에, 꼭대기에 있었던 종교가 갈릴레오에겐 거짓을 담은 <대화>의 속편을 쓸 정도로 무서운 힘을 가졌음을 공연 내내 느꼈다. 그는 속편을 쓰겠다는 진술을 하고 가택구금을 받는다. 그에게 ‘지옥’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감히 상상이 안 되고 죽을 때까지, 죽어가고 있는 과정에서까지 오직 속편을 쓰는 데 매달리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혹시라도 이 공연을 본다면 다음 인물들이 대충 무엇을 주장했고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코페르니쿠스 : 지동설을 주장하고 그 주장을 담은 책을 인쇄하고 2시간 만에 죽었다. 그의 주장은 훗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이어받았고 그가 더 정확히 이를 증명하고자 한다.


프톨레마이오스 : 천동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죽고 보니 지구가 돌고 태양이 중심이었다면서 무식의 증거가 영원히 책으로 남았다고 책 쓰지 말라고 한다.


프레디 : 뮤지컬 <최후진술>에서의 신이다. GOD로 모든 것을 전지전능하게 통제한다. 신은 차례대로 강아지, 장미, 고양이에게 천사의 역할을 준다. 질투가 참 많은 신이다.


밀턴 : 영국 청교도 시인 겸 극작가다. 귀족 출신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살아있을 때의 마지막 손님이다. 갈릴레이는 그에게 자신의 <대화>를 극적으로 바꾸라고, 천동설을 지지하는 것처럼 바꾸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마리아 첼레스테 :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딸이지만 연구에 몰두한 그는 딸들을 보살필 여력이 없었고 정식으로 결혼한 사람과의 아이가 아니라 사생아 처지였다. 그녀는 수녀가 되지만 갈릴레이보다 먼저 죽었고, 갈릴레이가 느끼는 죄책감과 후회 감정의 주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브루노 : 죽음 앞에서도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사상의 자유를 지키려다 화형을 당한 순교자이다. 무한 우주론을 주장하였고 이런 과학적 신념을 굽히지 않다가 로마에서 공개적으로 화형을 당했다.


 

간략히 이 정도로 등장인물들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각 인물마다 넘버가 있어서 재밌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예 모르고 간다면, 초반부터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등장인물들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전반적인 공연 이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조금의 스포일러인 것 같지만, 알고 가면 더 좋을 정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최후진술>, <프레디>, <시인의 시간>, <글을 쓴다는 것> 등 정말 모든 넘버가 좋다. 넘버가 많고 대사는 생각보다 적은 극이었다. 계속해서 넘버가 나오는데 가사도 재밌고 멜로디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그중 이 넘버가 제일 가슴 벅차게 다가왔다. 마지막까지 갈릴레이는 지옥에 간다는 두려움에 자신을 속이고 태양이 돈다고 최후진술한다.


셰익스피어는 그런 그를 붙잡고 아무런 개입도 하면 안 되지만 증인으로 나서 지구가 돈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말한다. 끝까지 진실을 말하라고 응원하고 북돋아 주는 윌리엄이 너무 따뜻했고 그에 힘입어 ‘대화의 속편은 못 쓴 게 아니라 안 쓴 거야!’라고 소리치는 게 너무 좋았다. 마지막에 진실을 소리치며 썼던 <대화>의 속편 종이들을 집어 던지면서 내 마음도 풀린다.


공연 내내 두려움과 석연치 않은 표정을 하며 걱정을 하는 갈릴레이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통쾌해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떠올리면 대부분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지구는 돈다’인 지동설을 떠올리는 것처럼, 이 이야기도 결국 지구는 돈다는 진실을 외치는 그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더 이 넘버가 좋은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속편 저술 제안을 받은 밀턴은 부탁을 거절한다. 그는 글을 쓴 주인이 글을 마음대로 바꾸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진심을 전하는 밀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도 밀턴을 응원하고 갈릴레이가 진실을 계속 주장하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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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자신의 진실을 믿고 행하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다. 나는 그 두명이 모두 천국과 지옥을 간 것이 아니라 그런 개념을 떠나 별이 되었다고 믿는다. 서로 신념을 지키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최고의 자리에 도달했다고 믿는다. 별을 바라보다 간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보며 나에게도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용기가 있을지 돌아보게 되었다.


죽음의 앞에서도 말할 수 있는 용기, 나의 생각을 지킬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진실이 거짓보다 더 깊숙이 파묻혀지는 일이 일어나는 상황에도 그런 진실을 꿋꿋이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인생도 내가 되돌아봤을 때, 당당하게 죽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밤하늘 별을 볼 때면, 계속해서 다짐할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전해주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 따뜻해지고 죽음 앞 나약한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무대에 조명 빛이 하나둘씩 꺼지면

나의 주인공은

밤하늘 별이 되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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