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 이야기 [기타]

글 입력 2019.05.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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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내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남이 무슨 꿈을 꾸었는지 서로간에는 도통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저 상대방이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것이 바로 꿈이다. 나의 꿈은 온전히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뒤숭숭한 꿈을 꾸거나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황당한 꿈을 꾸고 일어난 아침이면 ‘해몽’을 검색해 보곤 한다. 미신이라지만 그럴싸하다. 꿈은 뇌와 관련하여 연구되고 있다는데 나는 그런 것에 대해 잘 모른다. 무의식이니 기억이니, 우리가 잠을 자고 있어도 뇌는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란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사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도 한다.


나는 꿈을 그렇게 많이 꾸는 편이 아니다. 그러니까, 꿈을 많이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래서인지 한 번씩 꾸는 꿈을 제법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깨고 나서 기억을 곱씹으니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비슷한 몇 가지 종류의 꿈을 꾸는 편인데 썩 좋은 꿈은 아니다. 꿈을 꾸면 십중 팔구는 악몽이고 가위도 자주 눌린다. 그래서 나는 내 방의 터에 무언가 문제가 있나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아파트인데도 그럴 수가 있는 걸까? 지금 생각해보니 단순한 수면장애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번 글에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나의 꿈 얘기를 하고자 한다.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없지만 절대로 꾸며내거나 과장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나가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꿈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1_ 달리고 또 달리고_ 근데 나는 달리기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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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리기를 못 한다. 정말, 정말 못한다. 애초에 몸을 빨리 놀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횡당보도의 파란 불이 깜빡이고 있으면 정말 급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달리지 않고 가만 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편이다. 지금에야 웬만하면 달릴 일이 없지만, 초, 중등학교 시절에는 꼼짝없이 체력검사 탓에 달려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기억하는 나의 기록은 초등학교 시절 50M에 11초였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라 불리는 우사인 볼트의 ‘100M' 기록이 9.58초이다.)


허나 그런 나지만 꿈속에서는 결코 느리지 않다. 나는 쫓기는 꿈을 종종 꾸는데, 10번의 꿈을 기억한다면 그중 5번이 쫓기는 꿈일 정도이다. 그리고 언제나 나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이러한 쫓기는 꿈의 역사는 아마도 초등학교 때 시작되었다. (저학년인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인조인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런 나는 어느 날 꿈에서, 어째서인지 인조인간과 한 방에 있었다. 그는 아마 책상에 앉아 있었던 것 같고 나는 아마 바닥에서 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의 부품 같은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 그것이 옷장 밑으로 굴러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그가 돌변하며 ‘아까 그거 어디 갔어!’를 외치며 나를 잡으려 드는 게 아닌가.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꿈이 깰 때까지.
 

비슷한 종류의 꿈들은 계속되었다. 그 뒤로 나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는 쫓기는 꿈을 종종 꿔 왔는데, 스토리는 간단하다. 나와 내 친구들은 학교에 있는데, 학교 밖에서 창궐한 좀비 떼가 학교 안으로 쳐들어온다. 그럼 나와 친구들은 마치 좀비 영화의 주인공 무리마냥 도망치고, 숨고, 다시 도망치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학교의 구조는 그때그때 기억하는 건물들이 섞여 등장했고, 친구들 역시도 그랬다. 한동안 내 꿈 계의 스테디셀러였던 이 쫓기는 꿈은, 어느 순간부터 자주 등장하지 않게 되었는데, 두 번째 종류의 꿈을 자주 꾸게 되면서였던 것 같다.




2. 다 빠져도 괜찮아 다시 나니까_ 상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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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이빨이 빠지는 꿈을 자주 꾸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꿈에서 이빨이 뽑기 직전의 유치처럼 덜렁덜렁 흔들리더니 쑥쑥 빠져버렸다. 일어나 영 찝찝해 검색을 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흉몽이란다. 그리고 그 뒤에 몇차례 더 비슷한 꿈을 꾼 뒤, 생각했다. 대체 왜 이런 꿈을 꾸는 거람?

 

어릴 적 이빨이 영 강한 편은 아니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유치가 두어번 깨지기는 했다. (특히 송곳니가 그랬다) 초등학교 시절 ‘브레이크’인지 ‘브레이키’ 인지 길쭉한 초코막대형 과자를 얼려서 깨 먹다가 정말 송곳니가 ‘브레이크’해버려서 다시는 그런 류의 과자에 눈길도 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 유치니까 그냥 뽑아버리면 그만 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어린 시절에 치과와 영 친하질 못해서 영구치는 아주 엉망으로 나 버렸다. 덕분에 교정을 하는데 고생 꽤나했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당시 학업으로 받던 스트레스 때문인지 그 두 개가 합쳐졌는지, 아예 다른 이유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이빨 빠지는 꿈은 나날이 상황이 심각해졌다. 결국 어느 날에는, 꿈속에서 내가 바가지를 한손에 들고 그 위에 이빨을 몽땅 쏟아냈다. 후두둑, 이빨들이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바가지 안에 담겼는데, 잇몸에서 이빨이 순식간에 다시 자라는 거다. 그리고 또다시 몽땅 후두둑. 바가지가 찰 때까지 반복했다. 잠에서 깨 눈을 뜨자마자 혀로 이빨을 훑어봤다. 기분은 찝찝하고 이빨은 어색하고. 그래도 불쾌한 이빨 꿈으로는 정점을 찍었는지 그 뒤로 이빨이 빠지는 꿈을 꾼 기억은 없다.




3. 일으켜 주시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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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나는 야외 원형 극장에서 무언가 공연을 보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하나 둘 자리를 뜨고 나도 자리를 뜨려는 찰나 눈앞에 유명 발라드 가수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주 유명한 사람이기는 하나, 평소에 관심을 두던 사람은 아니라 그냥 지나치려는데 별안간 다리에 힘이 훅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곁에 있던 친구가 나를 일으켜주려고 애를 썼으나 마치 평강공주 없는 온달장군의 시체마냥 나는 바닥에 주저 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 모습을 근처에 있던 발라드 가수가 목격했다.


그는 나와 내 친구에게 다가와 일으켜 주려는 듯 손을 내밀었고 영문을 알 수 없게도 나는 그 친절한 도움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나의 무례함에 그는 그냥 떠났고 나는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은 채였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정말 별것 아닌 꿈이지만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로부터 몇주 뒤에 있었던 중요한 시험을 시원하게 말아 먹었기 때문이다.


 


4. 복숭아 한 알에 삼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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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몽을 믿는 편이다. 나의 태몽은, 내가 생긴 것을 부모님이 알기 전에 친할머니께서 꾸신 꿈인데, 산길에서 밤송이를 주워 집에 가져와 까보는 꿈이었다. 알다시피 밤송이에는 두 알의 똑 닯은 밤이 들어있다. 그리고 나는 쌍둥이로 태어났다. 갑자기 태몽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내가 최근에 꾼 꿈이 누군가의 태몽인 것 같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할 꿈이다.


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시식코너에서 복숭아 하나를 먹었다. 그런데 세상에, 너무나도 맛있어서 가격을 물어보니 한 ‘알’에 3000원이란다. 무슨 복숭아가 한 알에 삼천원이나 하지? 꿈속에 나는 그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고, 어디 그 귀한 복숭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 좀 하자란 심정으로 매대를 향했다. 그런데 그 복숭아라는 게 정말이지 수박만 한 게 아닌가? 심지어 한 알씩 나란히 세워 줄 맞춰 진열 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복숭아가 한 알 있었는데, 다른 것들은 조금씩 울퉁불퉁하거나 갈색 얼룩이 있었던 반면, 오로지 그 한 알 만이 아주 둥글고 얼룩 하나 없이 비현실적으로 짙은 분홍색이었다. 나는 냉큼 그 복숭아를 구매했고 꿈에서 깨어났다. 이거는 아무리 생각해도 태몽이거나, 아니더라도 길몽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이 꿈의 진실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내가 돈 몇천 원에 친구에게 이 꿈을 팔았기 때문이다.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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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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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미로운 글이네요! 저도 에디터님과 비슷한 꿈을 꾼 적 있어서 어떤 면에선 공감도 갑니다. 김민혜 에디터님의 이 글을 읽고 나니 새로운 자극이라고 해야할까요, 어떤 영감을 받은 느낌이라 저도 조만간 제가 꿨던 꿈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어집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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