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퀴즈예능의 출현 - 유퀴즈 온 더 블럭 [TV]

이것은 예능인가 다큐인가. 아니면 새로운 장르의 출현?
글 입력 2019.05.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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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팬심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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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느님’이라는 별명이 이제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유재석은 개그맨, 방송mc로서 방송계에서 한 획을 그은 연예인이다. ‘유느님’은 이제 그에게 제 2의 이름이 되었고, 별명이 아닌 하나의 고유어가 된 것 같다.


나는 유재석의 팬으로서 새로운 연예소식이 들리면 모든 기사를 찾아보거나 정보를 수집한다. 새 프로그램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치 한 가수의 팬이 컴백 전에 덕질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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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유재석’이 아니다. 그가 맡은 새 예능 프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대한 이야기다. 이 프로는 tvN에서 시즌제 예능으로 선보였고, 좋은 반응을 얻어 재정비과정을 거친 후 현재 정규 프로그램으로 활발히 달려가는 중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소식을 듣고 시즌제일 때부터 봐왔고, 지금도 여전히 애청중이다.


이 프로는 아주 매력적이다. 예능이라 단순히 재밌다고 할 수도 없고, 퀴즈를 푸는 프로라서 단순히 유익하다고 할 수 없다. 쉽게 말할 수 없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매력이 있다. 그렇다면 대체 이 프로의 강점은 무엇일까. 예능과 퀴즈프로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중심에는 바로 ‘사람’이 있었다.



 

新예능의 중심을 잡아주는 시민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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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퀴즈를 맞추는 예능이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서울, 혹은 지방 곳곳의 동네를 걸어다니며 여러 시민들을 만나 토크를 하고 퀴즈를 낸다. 퀴즈를 맞추면 100만원을 그 자리에서 현찰로 지급해준다. 퀴즈를 맞추지 못하면 ‘자기백’안에서 캡슐을 뽑아 선물을 준다. 직접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면 ‘한끼줍쇼’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나 식사를 하는 것과 퀴즈를 맞춘다는 것에서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퀴즈를 맞춘다는 면에서 보면 ‘1대 100’이나 ‘우리말 나들이’ 같은 퀴즈프로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띄는 예능이다. 또한 두 엠씨가 점심을 먹기 위해 길거리 주변의 식당에서 먹방을 찍는다. 수많은 먹방프로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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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온 더 블럭>에는 이처럼 아주 다양한 방송 장르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다큐’ 같기도 하고, 퀴즈를 맞추는 것을 보면 ‘시사/상식’ 프로 같기도 하고, 또 ‘먹방’ 프로 같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가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지럽지 않다.


우리 프로그램은 원래 그렇다는 듯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고 퀴즈를 풀며 밥을 먹는다. 아주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이 과정은 사람을 만나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과 같은 모습을 띈다. 이렇듯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을 잡아주고 다른 요소가 추가되어 즐거움이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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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벽이 깨지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다. 사람을 인터뷰하는 잡지기사도,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적어놓은 에세이도 그래서 모두 좋아한다. 내가 만나지 못하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보고 들으며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준다.


웃음, 감동, 그리고 깨달음이 있다. 나와 비슷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을 얻고, 나와 전혀 접점이 없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자유로운 인터뷰, 아이들의 거침없이 솔직한 인터뷰를 보면 웃음이 난다. 이처럼 ‘휴먼’의 향기가 짙게 풍겨 이 프로그램은 매력적이다.

 

 

 

지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주는 ‘리얼’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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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추구하는 예능들이 인기다. 리얼함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까지 나왔다. 과연 말처럼 리얼리티 그 자체일까? 역시나 ‘카메라’의 한계를 뛰어넘을 순 없었다. 관찰예능은 카메라를 의식한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여전히 인위적이고, 잘 짜여진 모습이다. 여전히 대본이 존재한다. 그러나 유퀴즈 온 더 블록은 제목 그대로 블럭(길) 위에서 생기는 이야기다. 누굴 만날지 알 수 없고,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규칙과 틀만 만들어놓고 거기에 ‘날 것’의 시민과 바깥 상활들을 투척한다.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하고, 차가 지나가거나 갑자기 비가 오기도 한다. 방송하기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다. 이런 예기치 못한 만남과 상황에서 나오는 날것의 재미는 제한된 곳에서 짜여진 웃음에 지친 시청자들에게는 훨씬 새롭게 다가온다. 이렇게 다양할 수밖에 없는 배경과 상황, 사람들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진부함의 길을 걷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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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이제 지쳤다. 매주 똑같은 게스트, 정해진 캐릭터, 그들과 애청자들만의 리그. 실제로 젊은 층은 예능을 볼 때 빠르게 이해하고 흐름을 쉽게 따라가지만, 높은 연령층은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특정 예능에서 눈을 돌리게 된다. 어떤 예능은 처음부터 젊은 층을 공략해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유퀴즈 온 더 블록>은 진입장벽이 낮다. 첫 화부터 시청하지 않아도 흐름을 파악하는데 문제가 없고, 사람들만의 이야기로 채워 다큐를 보는 듯 남녀노소 쉽게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이 프로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그렇게 한 번 빠져들면 너무 재밌고 웃겨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덕질 용어를 쓰자면 출구가 없는 것이다!

 

점점 젊은 시청자층이 유튜브나 스트리밍 방송으로 빠지고, 방송 프로그램은 높은 연령층이 주로 남게 된다. 그들을 잡기 위해선 이렇게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모든 연령층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마침내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역시 유느님, 그리고 새로운 ‘자기’ 콤비 조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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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유재석을 ‘국민 mc’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한 확신이 섰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인터뷰어의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고 중간에 위트를 잘 섞어 ‘방송에 나갈만한’ 인터뷰를 한다. 필터 없는 날 것의 재미와 매력이 유재석의 필터를 거쳐 조금 더 정확하고 쉽고 재밌게 나타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는 이해가 쉽고 즐겁다. 재미 가공의 단계가 뚜렷하다.


시민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프로그램의 인기를 몸소 체감한다. 유재석은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진행 방식이라고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다. 중심은 유재석인 듯 하지만 역시나 시민들이 중심이다. 자신의 스탠스를 잘 유지하면서도 상대를 돋보이게 만든다. 역시 유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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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팬이기에 발견한 점이 하나 있다. 억지웃음이 아닌 유재석이 정말 웃길 때 나오는 표정이 자주 보인다. 모두가 아는 돌출형 잇몸을 훤히 드러내며, 눈이 없어지고 환하게 웃는 얼굴이 있다.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는 그 표정이 자주 보인다. 무한도전이 쇠퇴기일 때 보였던 어색한 웃음과 긴장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녹화 내내 자신이 바라는 즐거운 일을 하는 것처럼 행복한 표정이었다. 사람에게서 즐거움을 얻는 유재석, 그리고 그를 보여 즐거움을 얻는 시청자들. 유재석 팬으로서 유느님이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웃음을 보면 나도 함께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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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기’ 콤비, 유재석과 조세호는 이 프로에서 갖는 애칭이 있다. ‘큰 자기(유재석)’과 아기자기(조세호)‘ 인데, 이 둘의 조화가 정말 좋다. 유재석이 조세호에게 귀여운 장난과 시비를 걸면, 조세호의 웃긴 반응이 나타난다. 유재석이 재미의 스타트를 끊으면, 조세호가 거기에 더 큰 웃음을 쌓는다. 또 반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큰자기와 아기자기의 죽이 잘 맞는 것을 보는 시청자들은 점점 ’입덕‘하게 된다. 팬층이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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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온 더 블럭>은 여러 인싸용어와 신조어 자막들은 친절한 영상과 언발란스한 듯 젊은층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자막은 영상에 부가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큰 위험성이 없어 이런 신조어를 장점으로 활용하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바깥 촬영이 대부분이라 인위적인 영상이 별로 없어 눈의 피로가 덜하다. 바깥 풍경을 활용한 다양한 영상들도 새롭다.

      

이렇게 남녀노소를 다 잡아버린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듯하다. 돌발적인 상황들을 조심하고, 인위적인 촬영방식과 거리를 둔다면 ‘국민방송’이 되는 것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자극적인 예능에 피로함을 느낄 즈음에 맑고 선한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프로가 생겨나서 개인적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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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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