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스럽지만 귀엽지 않은 이야기, 톤코하우스 전시회

글 입력 2019.05.2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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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회를 감상한 것에 대해 구구절절 쓰기에 앞서, 긴 글을 읽기에는 인지기능이 너무 스낵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들을 위해서 전하고 싶은 세 줄만 쓰고 시작하겠다.


아름다운 그림이 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전시 기간이 기니까 그냥 가서 꼭 한번 보길 바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보기 드문 수작이다.


어떤 방식으로 시리즈를 이해하건, 시리즈를 모두 감상한 사람들은 새로운 성찰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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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랑스럽지만 귀엽지 않은 이야기

톤코하우스 전시회


어떤 웅장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픽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필자의 편견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도 깊은 이야기가 존재하긴 하지만, 사실 어디까지나 '픽사'의 범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애니메이션이 아무리 배경이 어둡더라도 내면의 아주 깊은 이야기를 직접 마주한다거나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말은 반드시 좋게말하면 교훈을 주는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편이지만, 계속 생각하며 가슴이 뜨거워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실제로 만나본 톤코하우스의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노블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그냥 일상 자체가 우울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와중에 발견한 오아시스라고 해야할까? 귀여운 그림으로 가득 찬 이 전시회가 아이들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절대 아니다. 톤코 하우스의 작품은 어린 아이들도 즐길 수 있지만, 어른들에게 더 깊은 대화를 유도한다. 톤코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는 다국적인 색채를 띈다. 새로운 신작의 대표적인 주제 자체가 오니인 것도 있지만, 애니메이션 안에 내포된 주제 자체가 동서양을 넘나든다. 후술하겠지만, 애니메이션 <moom>에서는 불교적 메시지가 두드러진다. 하여튼 애니메이션이 충격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 필자가 바로 이렇게 타자기를 두드리게 된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이 감동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이 전시회에서 만난 것들이 정말 끝내준다. 필자는 6월에 한번 더 다녀올 예정이다.

 소위 말하는 만화 매니아, '덕후'로서 <The dam keeper>은 손가락에 꼽는 만화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 특유의 감성이 있으니, 제하고 굳이 비교하자면 이 감동은 미국 애니메이션 <스티븐 유니버스>과 비슷하다. 아름다운 음악이나 색채로 순수한 감정을 과장없이 표현하는데, 인물들이 부자연스럽게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성장을 담보한다. 등장인물들은 미성숙하고 거친 관계와 상황을 계속 마주하지만 결국 성장한다. 그럴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희망을 가진 존재기 때문이다. 스티븐 유니버스에서 그랬듯이, 돼지는 여우와의 관계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애니메이션에는 없지만, 그래픽 노블에서는 아버지와의 기억이 삶을 이어나가는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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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 keeper>의 애니메이션 자체의 서사는 간단한 편이다. 어두운 구름에 의해 모든 것이 파괴된 미래, 큰 댐 위의 풍차로 바람을 일으켜 구름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여 살아 남은 작은 마을이 있었다. 댐 지기인 돼지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 사라진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계속 풍차를 돌리고 있다. 학교친구들의 괴롭힘과 마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그는 꿋꿋하게 풍차를 돌린다. 그러던 중에 여우를 만나게 되고, 그는 처음으로 관계의 가치를 깨닫는다. 애니메이션 자체도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래픽 노블과 <The dam keeper poem>과 그래픽 노블에서 돼지의 내면 묘사가 더 자세히 묘사된다. 이야기 자체도 그림체와 달리 묵직하고 흥미로운 설정으로 가득하다.

특히 돼지가 유년시절을 추상적으로 기억해내는 <The dam keeper>은 감동적인 비유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그래픽 노블에서는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조금씩 드러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잘 풀어냈을 뿐더러, '댐지기'의 진실이 조금씩 밝혀진다. 눈치 챘겠지만, 여우와의 우정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와의 이야기가 더 중요한 주제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두 애니메이션이 돼지에게 여우가 현재라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에, 그 후의 이야기인 그래픽 노블에서 돼지가 과거와 미래를 적극적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 중 애니메이션과 연결된 흥미로운 부분을 몇가지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기 전, 돼지의 아버지는 죽은 어머니와 대화하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돼지 앞에서 갑작스럽게 잠겨진 뒷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떠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이 장면은 돼지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돼지의 아버지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돼지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그래픽 노블과 <The dam keeper poem>에서 아버지의 불안정성을 표현한 상징은 반복 제시된다. 하지만 동시에 돼지에게 아버지는 모든 '보살피는' 관계의 원천이었다.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에서 아버지는 그에게 거대한 풍차로 묘사된다. 이는 아버지가 돼지에게는 무의식적으로는 매우 든든한 존재이자 멘토였음을 의미한다.

아버지는 사람들을 지키는 댐 지기의 일을 그에게 가르쳤다. 애니메이션에서 댐 지기의 일은 아버지가 돼지에게 꽃을 키우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 과정에서 돼지는 사물을 사랑하고 지키는 방법을 이해한다. 괴롭힘으로 무너지기 전까지 그가 꿋꿋하게 버티며 풍차를 돌릴 수 있는 것은 그가 댐지기 아버지로부터 꽃을 키우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돼지에게 아버지는 어둠 그자체, 죽음(정확히는 상실이라는 단어의 범주에 있는)이라는 상징인 동시에, 유일한 가족이자, 댐지기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희망을 제공하는 인물이다. 아버지라는 상징이 갖는 독특성은 돼지가 아버지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아버지는 종종 검은 연기나 해골로 묘사된다. 돼지는 때로 아버지와 같이 미치지 않겠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온통 아버지가 남긴 것들을 쫓는데 온 신경을 쏟고, 내심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엮여 거대한 풍차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의 형상을 닮은 어둠을 마주하고, 몰아내는 것에 몰두하는 댐 지기 돼지의 비유는 우리에게도 심상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돼지는 온 몸을 다해 풍차를 돌리고, 때로는 무너져 갈길을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댐 지기로서의 소명을 잃지 않는다. 그가 그럴 수 있는 것은, 그가 꽃을 돌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사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고통을 감내하게 만든다. 우리 안에서도 수도없이 반복되는 행복한 시지프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이러니 돼지의 이야기에 마음이 울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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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M>도 흥미로운 애니메이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적 메시지'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톤코 하우스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다. <MOOM>은 말랑말랑해보이는 기억들의 이야기다. 기억들은 물건과 함께 매일 호수에서 솟아 오른다. 기억들은 물건들에 붙어 있는데, 물건과의 집착이 끊어지면 반짝거리며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물건에서 기억을 자유롭게 해주는 역할을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보라색 캐릭터와 노란색 캐릭터, 뭄이 함께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물이라고 표현되는 무의식 공간에서 의지를 가지고 기억들을 구원하는 주요 캐릭터들이 자아의 모습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된다는 메시지는 불교적 메시와 닮아 있었다. 불교의 단어를 빌리자면, 이들은 고통이 집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놓여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물건에 피는 꽃은 왠지 윤회사상을 떠올린다. 결말 역시도 모든 것이 이어져 해탈에 이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이어진 인연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이토록 완벽한 애니메이션을 소개받을 수 있어 기뻤지만, 전시회 자체에 대해 짧게 감상을 공유하자면 아래와 같다. 사실 구성 자체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작은 전시회장의 일층에는 댐 키퍼와 뭄의 작업물과 미니어처가 있고, 윗층에는 애니메이션 감상실과 신작 소개가 되어있다.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는 하늘을 찌르니 더 말할 것 없고, 스테프들도 적극적은 자세를 취해 감상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많은 콘텐츠를 담고 있진 않으며, 친필 싸인을 담고 있긴 하지만 굿즈의 가격이 비싼 편이다(다른 상품들은 그렇다쳐도, 그래픽노블 같은 경우에는 한권당 오만원으로 거의 두배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가격을 후에 알게되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친필 싸인 값이 책 하나 값이라니!).


사실 이는 전시회의 기념품 가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성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한 이벤트가 이층에서 진행되었지만, 사실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가 너무 부족했다. 개인적으로는 광고물이 다소 부실하지 않았나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지가 중요시되는 오늘날, 텍스트보다 단일 이미지의 중요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터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배치할 뿐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라는 마음이 더 아쉬운 점을 보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고, 바쁜 기간에 틈을 내어 보러 간 것에 후회가 남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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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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