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애, 그 무궁함에 대하여 [사람]

글 입력 2019.05.2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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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누군가 말했다. 사랑은 인간이 가진 감정 중 가장 오래되고, 위대한 감정이라고. 우리가 즐겨 듣는 가요가 사랑 노래로 가득한 것은 그만큼 사랑이 보편적이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세상엔 수많은 사랑의 형태가 있다. 짝사랑, 연인끼리의 사랑, 모성애, 헌신 등 다양하다. 그러나 오늘 나는 그 중 연애, 즉 연인끼리의 사랑에 관해 쓰고 써보고 싶다. 내가 연애를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놓고 싶어서이다. 어쩌면 상당히 주관적일 글이 될 테지만, 그런데도 공감이 되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것 같다.



좋을 땐 정말 좋은데, 싫을 땐 정말 싫어!

예전에 나를 포함해 친구 셋이 만난 적이 있다. 나와 친구 B는 연애 중이었고 친구 C는 연애 경험이 없는 친구였다. 수다를 떨던 중 C가 물었다. “나도 연애해보고 싶어. 연애하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나와 B는 동시에 대답했다. “좋을 땐 정말 좋은데, 싫을 땐 정말 싫어.”

장소를 옮긴 후 B가 며칠 전 애인과 싸웠던 얘기를 해줬다. 우리는 열심히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B를 위로했다. 그 후 나는 애인과 통화를 했는데, 그날따라 애인의 말투가 묘하게 거슬렸다. 전화를 끊고 난 후 내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C가 나와 B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유, 너네 보니까 나는 연애 못 할 것 같아.” 나와 B는 다시 말했다. “그래, 좋을 땐 정말 좋은데, 싫을 땐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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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면 대개 감정의 폭이 상당히 커진다. 항상 평온하던 나의 감정 그래프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갔다 할 때가 종종 있다. 상대방의 말투 하나에 기분이 확 나빴다가, 진심 어린 사과와 사랑한단 말 한마디에 다시 행복해지곤 한다. 좋을 때는 ‘세상 사람들, 모두 연애하세요!’라고 외치고 싶다가도 어느새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헤어질까?’를 이야기하는 친구, 주위에 흔하지 않은가.

물론 개인이나 커플의 성향마다 차이가 있긴 하다. 나의 경우 현재 만나고 있는 애인과 제대로 싸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둘 다 성격이 평온하고 쓸데없는 싸움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그와 별개로 속상함과 울적함 등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곤 했다. 그때마다 대화로 잘 풀어나갔기에 싸운 적이 없던 거지, 감정의 폭이 오르락내리락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왜 이러나 싶고,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는 아리송한 감정들의 집합체, 그것이 바로 연애인가.



이해와 존중, 그리고 배려하는 과정

‘연애는 감정싸움, 감정낭비다’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할지 말지 고민될 때가 많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내가 어린애 같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하다. 그런 나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하기란 어려울 때가 많다.

내가 애인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말이 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라고 했다. ‘애초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서 완벽한 사랑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애인은 그 말을 보고 그렇기에 사랑이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고 한다. 신이 아닌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완전한 사랑 또한 없으며, 그래서 서로를 보듬고 채워주려고 노력하게 되니 더욱 아름답지 않냐고, 내게 말해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나와 다른 세월을 살아온 사람과 한 순간에 ‘연인’이란 명목으로 가까워진다는 건 생각보다 위대한 일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그 세월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면서 나도 모르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배려를 배우게 된다. 연애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을 꼽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이해와 존중, 배려하는 과정을 배우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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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 중 하나

유행가 ‘아모르파티’라는 노래에선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란 가사가 등장한다. 나는 연애도 내가 원할 때, 원하지 않을 때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연애도 선택, 결혼도 선택’으로 개사를 한다면 딱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래도 그다음 가사는 공감이 된다.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돼’. 맞다.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된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연애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들도 있는데, 연애가 필수인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있는 이들에게는, 감히 한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내게 연애는 ~다.라는 질문을 주고 빈칸을 채우라고 한다면, 난 인생 경험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연애는 그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 중 하나다. 뭘 해도 머릿속에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던가, 젊을 적 패기 넘치고 풋풋했던 기억들과 이별 이후 흘렸던 눈물까지 전부 다 경험이 된다. 흔히 말하는 ‘똥차’를 만났더라도, 앞으로 그런 사람은 다신 만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발표도 자주 해 본 사람이 잘하고, 운동도 하던 사람이 잘하듯이 사랑도 해 본 사람이 잘한다. 여기서 ‘잘 한다’는 잘 알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짝사랑을 해 본 가수가 부르는 짝사랑 노래는 어쩐지 더 구슬프게 들리고, 사랑을 해 본 시인의 시는 달콤한 비유를 드러내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본 사람은 다음 누군가와의 이별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사랑했던 경험은 이렇듯 우리를 조금 더 부드럽게도 혹은 단단하게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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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can only learn to love by loving.
우리는 오로지 사랑을 함으로써
사랑을 배울 수 있다.

- Iris Murdoch (아이리스 머독)


연애 예찬론자도 아니고, 많은 연애를 해 본 것도 아닌 내가 연애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좀 우습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연애에 대해 잘 모르고, 사랑의 형태가 얼마나 다양한 것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겠다. 그만큼 연애란 건 무궁무진하다. 그렇지만 난 연애를 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많았으며, 이 연애가 끝나더라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모두 연애를 하라는 말도 아니고, 강요는 더더욱 아니다. 언젠가 살면서 기회가 된다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 경험, 한 번쯤은 해 볼 만하다고 털어놓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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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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