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남미 여행 지침서 - 남미 히피 로드

남미 여행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
글 입력 2019.05.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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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남미를 ‘갈 예정’인 사람들에겐 필수 책, 남미를 ‘언젠간 가야지’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에겐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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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행 에세이답게 사진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여행 에세이는 사진이 책의 분위기 중 반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한데, 히피다운 느낌의 사진들이 많고 사진 자체의 해상도도 높아서 전체적으로 남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감히 내가 평가할 순 없지만, 여행 에세이를 매우 좋아하는 내 입장에선 1차 합격이었다.

 

그리고 나라별 지도가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되어 있어서 2차도 합격이었다. 난, 남미 여행을 조만간 갈 생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남미 여행을 준비할 때 이 책이 엄청 도움 되겠다!’ 지도뿐만이 아니라 배낭여행자 입장에서 도시와 도시 간의 이동이나 유명한 볼거리가 있는 곳에 가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


내용이 이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일 관심 있는 나라부터 (간접) 여행했다. 처음은, 당연히 쿠바였다! 평소에 남미에 간다면, 제일가보고 싶은 나라 1순위가 항상 쿠바였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지 않는 한 그것이 삶의 목표라는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다.


We cannot be sure of having something to live for unless we are willing to die for it.


- 체 게바라 Ernesto "Che" Guev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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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인가, 19살인가? 김신지 작가의 <여긴 지금 새벽이야>라는 책을 읽고 쿠바에 가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여행을 더 다녀서 여행 레벨이 오르고 나름의 스킬이 많이 생기면 아프리카 다음으로 최종 목적지 같은 느낌으로 남미를 여행해야겠다 다짐했었다. 그리고 아직 아프리카는 이집트밖에 못 가본 내게, 비교적 최근인 드라마 <남자친구>가 다시 한번 쿠바에 대한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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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이, 아프리카도 가지 않은 나를, 남미를 먼저 여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단 3줄의 문장으로 말이다.

난, 쿠바의 특정 장소를 가보고 싶은 게 아니다. 딱히 가보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그 나라가 좋고, 그 나라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여행 그 자체일 것 같았다, 내게 쿠바는. 근데 이 책에 나온 3줄이 쿠바를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쿠바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생각 같은 걸 말하는 부분이었다.

 


독재자 바티스타에겐

“혁명을 일으키게 해줘서!”


레이건에겐

“혁명을 강화하게 해줘서!”


부시에겐

“사회주의를 돌이킬 수 없게 해줘서!”


 

쿠바인들은 그들을 쫓아낸 독재자와 적대국 대통령을 조롱할 때조차 이런 말을 하며 위트를 발휘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감사하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들인가?!


*


이다음으로 우루과이와 페루를 읽었다. 에콰도르는 남미에 나온 챕터 중 제일 생소한 나라여서 두 번째로 읽어봤다. 남들이 많이 가는 곳보단 비교적 덜 가는 곳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에콰도르 파트에서 작가의 말 중, 멋지면서도 와닿은 부분이 있었다. 남들이 볼 게 없다며 말리는데 작가가 “정말 볼 게 없는지 제가 가서 확인해 보려고요.”라는 말을 했을 때, 그 문장을 한참 동안 읽고 또 읽었었다.

 

또한, 페루 부분에서도 읽고 또 읽은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작가가 페루에서 만난 파블로란 친구가 잉카 문명을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특히, p.35에 나온 부분에선 웃길 수도 있는데, 파블로의 행동을 보고 내가 다 감동을 해서 눈물이 치밀어오를 뻔했다.

 


출근하기 전에 쉬지도 못하고 날 위해 시간을 내준 파블로가 너무 고마웠다.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데 파블로가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돌담과 돌담 사이의 풀숲을 파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싸질러 놓고 간 똥이 수풀 위에 진득하게 얹혀 있는데도 맨손으로 똥을 걷어내며…

파블로는 잉카 유적지를 안내해 준 대가로 무언가를 바라는 게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발견한 ‘하나의 세계’를 내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 파헤친 바닥을 가리키는 파블로의 손엔 똥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사실 난, 페루에 가도 잉카 문명을 볼 생각은 없다. 유적지엔 영 구미가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친구라면 그 어디든 갈 의향이 있다. 그 어떤 유적지보다도 가치 있고, 그 어떤 문화보다도 눈부시다.

 

이렇게 주-욱 책을 읽다가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 부분을 읽었다. 아르헨티나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순서가 계속 밀려서 마지막으로 읽게 됐다.

 

*

 

책을 읽다 보면 여행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같이 지치곤 한다. 마지막쯤엔 나도 여행 증후군이랄까? 뭐, 이런 비슷한 게 오곤 한다. 뒤에 다른 나라에서 작가가 ‘여행으로부터의 도피’라고 표현한 것과 유사하다. 마지막인 아르헨티나에서 난, 지루함이 찾아왔다. 작가가 표현한 여행으로부터의 도피는 여행을 길게 하다 보면 누구나 겪는 권태감이다. 어디가 됐든 결국 초기의 그 ‘설렘’은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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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영 질리지 않는 게 있고, 항상 설레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람’이다. 사람을 사귀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 가서 만나는 현지인들은 언제나 설렌다. 이 책엔 다양한 여행자와 현지인이 등장한다. 그래서 비록 지루했을지라도 지겹진 않았던 책에서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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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히피 로드
- 당신은 잘 지내고 있나요? -


지은이 : 노동효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문학, 여행에세이

규격
신국판(140*210)

쪽 수 : 380쪽

발행일
2019년 04월 24일

정가 : 17,000원

ISBN
979-11-865366-36 (03810)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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