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행이 즐거운 이유, 이 책이 즐거운 이유 - 남미 히피 로드

책 <남미 히피 로드>를 읽고
글 입력 2019.05.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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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시절, ‘남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이해’를 수강한 적이 있다. 수업은 남미의 지리적 특성을 배우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나, 남미의 문화나 여행지 등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자유분방함, 훼손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 문명의 신비함, 미스테리한 유적은 남아메리카만의 확고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나는 남미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었고, 언젠가 꼭 떠나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로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막연한 미래의 남미 여행 계획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책을 발견했다. 바로 <남미 히피 로드>이다. 총 10개의 나라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쿠바를 둘러볼 수 있었고, 그 과정 속 작가가 겪은 이야기를 함께 떠올려볼 수 있어 즐거웠다. 책으로 함께 여행하며, 느꼈던 몇 가지를 풀어보고자 한다.




사람이 있어 즐거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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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로가 다니는 길목 모든 곳이 부러웠으나, 가장 즐거움이 묻어나던 부분은 여행지 마다 사람들과 함께 했을 때다. 페루에서 케추아 원주민에게 건넨 10솔이 후에 맛있는 음식과 우정으로 돌아왔을 때, 볼리비아에서 무지개 가족과 밤마다 축제를 즐겼을 때, 파라과이에서 몽헬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 아르헨티나에서 카루셀 여관의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을 맞이했을 때 등등 가장 생기가 느껴졌다.



아니, 정말 위험한 숙박업소는 입을 꾹 다문 채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들여다보는 관광객들로 가득한 곳이다.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 흥겨운 기타 소리, 둥둥 북소리,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아니라 헤드폰으로 듣는 음악과 액정화면 속 자기만의 여행에 갇혀버린.


-p.169



여행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색적인 풍경과 황홀한 유적지 때문만이 아니라, 그 곳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라는 이유도 있음을 깨닫게 했다.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 나의 감정과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기대감을 품게 하는 사람 등이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알았다.


내 여행 속 즐거운 기억을 떠올려 봤을 때,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행복한 순간을 함께 공유해서 일까, 끈끈한 우정이 순식간에 생겨나는 것 같았다. 나이도 국경도 따지지 않고 친구가 될 수 있는 마법, 이 마법은 일상에서의 불편한 격식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책으로 떠나는 대리만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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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니, 작가의 여행길을 동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씩 나눠서 책을 읽었는데, 다음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기대감이 들었다. 그래서 휴식을 갖고 싶을 때 이 책을 꺼내 읽고 기분을 전환시켰다. 그만큼 몰입감이 엄청났고, 일상을 잠시 잊는데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책 속에서 묻어나는 생동감은 결정적인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 그리고 유연하게 전개되는 생생한 대화 덕분인 것 같다.



제리코아코아라에서 당신이 장기체류를 한다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삶을 사는 원주민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바닷가 땅을 높은 가격에 임대해 준 돈으로 큰 도시에서 아파트를 사서 번듯하게 살아야지!’하는 야망 따윈 갖지도 않고, 땅 팔아 돈을 벌었어도 예나 지금이나 사륜구동 자동차를 운전하며 관광객과 시시덕거리는 사내와 여전히 동네 아낙네들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깔깔대는 여인을.


-p.301



나는 위의 부분을 읽었을 때, 가장 행복감을 느꼈다. 제리코아코아라의 푸르른 바다, 정돈되지 않은 이 도시만의 느낌,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절로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다. 언젠가 브라질에 방문한다면, 이곳에 꼭 머물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릿한 몸과 마음 자세를 갖추고 조그마한 모든 사항들에 귀 기울여 보고 싶다. 평소 내가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들을 만끽하며 이 도시를 한껏 품어보고 싶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은 것에 행복을 찾는 삶, 여행에선 그 삶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기에 우리는 다시 여행을 계획하지 않나 싶다.


*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미래의 나의 남미 여행 계획이 이 책을 통해 다시 환기되었다. 즐거운 미래를 기약하며 나의 일상에 자그마한 설렘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당장 떠날 수 없는 현실을 생생함으로 무마시켜주기도 했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색다른 탈출구를 원하는 사람, 지루한 일상에 신선함을 주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남미 히피 로드
- 당신은 잘 지내고 있나요? -


지은이 : 노동효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문학, 여행에세이

규격
신국판(140*210)

쪽 수 : 380쪽

발행일
2019년 04월 24일

정가 : 17,000원

ISBN
979-11-865366-36 (03810)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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