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남미, 어디까지 가봤니? - 남미 히피 로드

800일간의 남미 방랑기
글 입력 2019.05.2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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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브라질 출생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읽으면서다. 『연금술사』를 비롯해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까지. 그리고 『순례자』를 읽으면서 ‘순례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고, 주인공이 걸은 ‘순례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기회가 된다면, 갈 수 있다면 남미라는 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남미를 여행하는 건 고생길이고, 위험할 거라며 ‘그래서’ 내가 가지 않는 거라고 애써 외면했다. 실천으로는 옮기지 못하고 있었던 찰나, 『남미 히피 로드』를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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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히피 로드


노동효 지음


펴낸곳 : 나무 발전소

 

발행일 : 2019년 4월 24일


문학, 여행에세이


380페이지


정가 17,000원



400페이지 정도의 다소 두꺼운 책은 무게감이 있었다. 그리고 책 표지에는 여행자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으면서 서로를 보면서 활짝 웃는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 있었다. 무어라 손짓을 하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여행자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남미 히피 로드』는 노동효 여행작가의 800일간의 남미 방랑기를 다룬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 정반대의 성향에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는 여행하는 것을 즐기고, 낯선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친화력을 지니고 있었고, 낙관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으로 불평도 하지 않고, 모든 걸 아름다운 눈으로 보는 그런 사람이었다.


반대로 나는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다. 여행보다는 집에 있는 걸 즐기는, 낯선 사람과는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생각에 집중하면서 읽었다. 나와 정반대의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하는지, 여행을 대하는 태도, 사람 사이의 태도에 대해서 집중했다.

 

   

 

길 위의 형제, 히피들



히피에 대해선 아는 게 없어서 이 부분은 낯설었다. 그동안 얕게 배운 미국의 역사에서 반전운동을 주도한 모임을 히피라고 하는 것을 알았고, 미디어에서는 히피를 정처없이 길 위를 떠도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히피를 조금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책에 나온 히피들 역시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밀려난 사람이라고 바라봤었다. 하지만, 히피들은 내 생각과는 정반대로 자유롭고, 자기 신념대로 사는 멋진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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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와의 만남은 ‘2장 볼리비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가와 히피는 우연히 영화관에서 만나게 된다. 작가가 만난 히피는 ‘무지개 가족’이라는 모임을 알게된다. 무지개 모임은 ‘가족이라곤 하지만 비폭력 평등주의라는 원칙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규율도, 가입조건도 없는 느슨한 모임’이었다.


즉, ‘자연을 위한 찬가를 부르고 명상을 하고픈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레인보우 게더링’이다. 서로를 가족이라 칭하고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가족 공동체로 그들의 신념을 누구보다 지키며 살아가는 자들이다. 서로를 아끼고 베푸는 삶을 통해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히피들의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위선적이지 않고, 자유를 찾아 정착하는 것을 거부하는 삶. 어쩌면 평생을 안정적으로 살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면서 불안감을 느낄 법하지만, 그들에게는 세계 곳곳 모든 사람이 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현대인들이 겪는 외로움에 비하면 히피들의 삶이 더 낫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길 위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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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예술은 사람들을 결속시킨다. 다른 나라, 성별, 지위, 생김새의 사람을 하나로 묶는 것이 예술이다. 예전에 쇼콰이어 그룹 ‘하모나이즈’가 남아공의 한 식당에서 라이온킹 OST 인 ‘Circle Of Life’를 노래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식당 안에 있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흥겹게 춤을 추는 것을 보면서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신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악기를 연주하면서 호흡하는 과정에서 친밀감을 느끼고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남미에서는 특히 거리의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무지개 모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두가 평등해지는 곳에는 항상 음악이 있었다. 특히, 칠레에서는 음악과 관련된 일화가 자주 등장한다. 아마추어로 결성된 밴드에 대한 일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밖의 궁금하면 ‘칠레 편’을 집중해서 보길 바란다.)

 


“한 달간 무지개 모임이 이어지는 동안 밤마다 축제가 벌어졌다. 날이 어둑해지면 함성을 지르지 않아도 자매형제들은 모닥불 지펴놓은 광장에 모여들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저마다의 북을 두드리고 기타를 치고 피리를 불며 함께 연주에 동참했다.”


81-82p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생각에 동화된 것일까? ‘나도 이렇게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작가처럼 자유롭게 여행해보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라고. 집 걱정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는 작가의 삶을 동경하게 되었다. 두려움을 흥미로 바꾸는 가치관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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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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