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 번째 디자인 잡지 CA #244

디알못의 두 번째 매거진 리뷰.
글 입력 2019.05.31 16: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CA244 cover 1.jpg
 
 


01 두 번째 매거진



디자인 매거진을 처음 접한 것은 황금돼지가 그려진 1/2월 호였다. 이런 유형의 잡지도 있구나,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미술을 전공한 입장에서 디자인의 새로운 트렌드를 아는 척이라도 하고 싶어서 이번 5/6월 호를 신청했다.


택배함에서 책을 꺼내고 포장을 뜯었을 때, 1/2월 호의 황금돼지 표지보다 디자인이 더 예뻐졌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원래 픽셀 아트를 좋아하기도 하고, 게임 콘셉트가 독특하고 귀여웠다. 1/2월 호에서 5/6월 호로 오기까지 디자이너와 디자인 트렌드만 변화한 게 아니라, 디자인 매거진 디자이너의 실력도 함께 변화한 것 같은 느낌.. 아무튼 강렬한 인상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02 복잡한 예술계에서 살아남기



나는 디자인 매거진을 읽을 때마다 항상 일종의 위화감을 느낀다. '야, 너 예술 하려면 저거도 이 정도의 감각, 센스는 있어야 해. 할 수 있음ㅇㅇ?' 이런 종류의 위화감. 게다가 예술계, 특히 디자인계는 트렌드가 무의미할 정도로 정말 빠르게 변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력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게 뜻대로 잘 안되더라도, 자신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능력까지 필요한 것 같다.


p.112의 <틀에 박힌 디자인 사고 부수기>만 보아도, 디자인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다. 자신들이 수많은 레퍼런스와 퀄리티 높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그들의 작업물이 진부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모 아니면 도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반항'이라는 명목하에 시도한다.


과연 나는 내 분야에 이 정도의 열정이 있으며,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깡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실력과 운이 따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걷잡을 수없이 변화하는 트렌드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은 열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190531_154048523가로축 변환E.jpg
 


게다가 요샌 융합적 지식도 필요로 하고 있다. 2년 전, 전공 교수님께서 개인전을 하신다고 해서, 보러 갔던 적이 있다. 전광판을 이용한 전시였는데, 전광판에 들어오는 불빛의 색깔과 반짝이는 주기, 규칙 등을 직접 코딩을 통해 프로그램을 짜셨다고 했다. 순간 '와 이젠 저런 능력까지 요구되는 시대가 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마찬가지로 p.87의 <공간을 인지한 디자인>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미적으로 훌륭한 디자인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공학적 지식, 건물 자동화 시스템, 데이터 추출 등 그 공학 분야의 지식까지 필요로 함을 알 수 있다. 학문의 종합 화가 미술계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03 브랜딩과 스토리텔링



예전부터 브랜딩이라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디자인 매거진의 리뷰에 쓰기 적당한 것 같아서 짧게 써보려 한다.


나는 경영학을 공부하지만, 마케팅이라는 학문에 대해서는 딱히 호의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마케팅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수단을 이용했든 간에 제품의 진실을 숨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반박이 있을 수 있다. 나는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니까 말이다.)


예를 들면 p.81의 오랜 말차 유산의 새로운 브랜딩을 보자. 그들은 말차를 전통 이미지가 아닌 '건강하고 패셔너블한 아이콘' 페르소나를 입혀 말차를 좀 더 젊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했다. 여기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말차를 '전통 이미지'로 생각했던 고객들을 겨냥하여 자기들 마음대로 '건강하고 패셔너블한' 이미지로 인식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정말 말차가, 건강에 좋고, 에너지 보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면, 연구에 근거하여 브랜딩을 해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좀 더 젊고 재미있는 콘텐츠 접근을 위하여(젊은 사람들 목표로 하여), 아직 대중화되지 못한 말차를 타깃으로 삼아 브랜딩을 하고,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모습이 싫다는 것이다.



KakaoTalk_20190531_154649193가로축 변환E.jpg

그들이 만들어낸 건강한 이미지의 말차



정말이지 꼬여도 한참 꼬였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마케팅의 일환인 브랜딩이 흔히 우리가 취업 준비를 하며 쓰는 자소설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싶다. 채용 담당자가 말하는, 자소서도 '스토리가 있어야 해요' '눈에 띄는 자소서를 쓰세요'라고 하는데, 온갖 수식어를 남발하면서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렇게 해서 뽑힌 사원들도 퇴사를 한다.)


결국 자신의 제품을 팔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지출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브랜딩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브랜딩과 스토리텔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04 책을 덮으며



디자인 매거진 1/2월 호만 봤을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디자인을 어렵게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땐 '아무 생각 없이, 와 멋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


이제 와서 내가 못하는 분야에 대해 샘이 나서 찬물을 끼얹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마냥 트렌디한 제품, 디자인이라고 무분별하게 수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노파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디자인 매거진이라는 잡지 자체는 내가 말하는 비판, 걱정들이 무의미할 정도로 참 재미있고 도움되는 콘텐츠다. 앞으로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중심에 두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예연.jpg


[전예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