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함께 위로받는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

글 입력 2019.06.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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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

장소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40 삼아빌딩 1F


봄과 가을은 날씨가 좋으니 어디든 나가고 싶다. 평소 ‘집순이’인 나라도 5월은 나다니고 싶은 봄과 여름, 그 따뜻함이 있는 계절이다. 평소 전시회를 생각 정리용으로 가는 나에게 5월은 전시회 가기 딱 좋은 날씨다.

다양한 장소에서 수많은 전시회가 열리지만, 사람들의 후기만 믿고 가기는 또 두렵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 포스터 속 펼쳐진 노란 꽃밭, 귀여운 돼지와 여우 캐릭터,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5월에 딱 맞는 전시회란 직감이 들었다.

사실 난 애니메이션에 흥미가 있는 편은 아니다. 기껏해야 스누피, 짱구 같은 캐릭터들을 떠올리는 게 다다. 그래도 애니메이션 회사 중 지브리 스튜디오, 픽사가 유명한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나처럼 ‘톤코하우스(Tonko house)’를 처음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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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다이스, (우) 로버트


‘톤코하우스’는 픽사에서 수년간 아트디렉터로 활동해왔던 로버트 콘도 감독과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 감독이 설립한 소규모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이들은 픽사에서 <토이스토리 3>, <월-E>, <몬스터 대학교>, <카2>, <라따뚜이> 등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이후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2014년 톤코하우스를 설립하였고, 현재까지 다양한 애니메이션 영화, TV 시리즈 등, 도서, 전시회 등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나는 저녁 6시 30분쯤 톤코하우스 전시회장에 방문했는데,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평일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전시회장 규모 자체도 큰 편이 아닐뿐더러, 사람이 적으니 아주 찬찬히 사소한 부분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회에서 작품을 구경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아주 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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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벽면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전시회장 입구


애니메이션 전시회가 다른 전시회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과정’에 대해 전시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사진이나 영상, 미술품 전시회 등은 결과물이 바로 관람객들에게 닿는지만, 애니메이션 전시회는 그렇지 않다. 애니메이션 전시회는 기획, 스케치, 실수, 비하인드까지 관객과 함께 하나하나 과정을 밟아나가 결과물에 이르는 여정을 택한다. 그래서 하나의 컷,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캐릭터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과정이 숨어있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가령 캐릭터에게 빛의 각도와 색채를 어떻게 입히는지, 구분선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등을 몇 컷에 나눠서 그 과정을 전시하는 것이다. 덕분에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나도 그림자가 어디에 오는지, 왜 어떤 부분은 파란빛이 나고 어떤 부분은 하얀빛이 나게 처리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쭉 전시된 작품을 따라가다 보니 마치 애니메이션 하나를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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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코하우스의 캐릭터들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은 1층에서 2층으로 전시가 이어진다. 1층은 톤코하우스에 대한 소개와 이념, 애니메이션에 대한 소개와 제작 과정 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톤코하우스 스튜디오 내 제작자들 소개와 스크리닝 룸, 방명록 개념의 그림 게시판이 있다.

스크리닝 룸 안에서는 톤코하우스 단편 애니메이션 <댐 키퍼(The Dam Keeper>, <댐키퍼 피그 이야기(Pig:The Dam Keeper poems>,  <뭄(moom)>이 순서대로 상영된다. 따라서 영상 및 사진촬영은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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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코하우스 단편 영화 <뭄(Moom)>


2층을 둘러본 후 스크리닝 룸에 들어갔을 땐, 영화 <뭄(Moom)>이 상영중이었다. 거의 마지막 부분밖에 보지 못했지만, 마지막 장면이 아름다워 계속 앉아있었다. 노란색 코끼리같이 생긴 귀여운 캐릭터가 낡은 소파 위에서 버려진 듯한 헬멧을 껴안고 훌쩍이는 장면이었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그냥 그 캐릭터에게 마음이 쓰였다. 사실 1층에서부터 볼 때부터 귀엽다고 생각한 캐릭터였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바로 <뭄(Moom)> 비하인드가 나왔다.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 츠츠미가 직접 제작 의도에 관해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뭄’은 유년 시절 잊히고 버려진 물건들에 남아 있는 추억이 형상화된 캐릭터라고 했다. 난 단 한 번도 어릴 적 내가 버렸던 물건과 그 물건에 남아있는 추억이 어떤 형태로 살아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어린이도, 어른들도 누군가에게나 있었을 법한 소중했던 어떤 물건, 그리고 그에 얽힌 추억은 다들 마음속에 하나씩 품고 있을 테니. 가지고 있으면 행복했던 그 물건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을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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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태그 5개를 모두 찾으면
톤코하우스 미개봉작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2층에선 톤코하우스 단편영화도 볼 수 있지만, 또 다른 재밌는 체험이 가능하다. 바로 AR 기술을 이용한 어플을 통해 태그를 찾는 것이다. 태그는 전시장 2층 곳곳에 숨겨져 있다. 숨겨져 있는 태그를 모두 찾아 섹션 앞으로 가면 톤코하우스 미개봉작 캐릭터가 등장한다. 별거 아닌데도 태그를 찾았다는 뿌듯함과 귀여운 캐릭터에 절로 웃음이 나는 체험이었다. 아이들이라면 더욱 좋아할 것 같다.

따뜻한 감성을 지닌 애니메이션은 아이와 어른들 모두를 웃게 만들고, 울게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따뜻한 해와 차가운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누가 더 먼저 벗기는지 내기하는 옛날이야기처럼, 결국은 따뜻한 힘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시간대가 맞지 않아 보지 못했던 톤코하우스의 대표작 <댐 키퍼(Dam keeper)>도 궁금해졌다. <댐 키퍼(Dam keeper)> 또한 차가워진 마음을 녹여줄 영화가 아닐까 기대가 된다. 톤코하우스 전시를 본 후, 이제 나는 따뜻한 위로가 주는 힘을 진정으로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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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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