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녀사냥 ; 1인분의 생각 [사람]

글 입력 2019.06.0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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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에 있었던 연예계 사건이다. 두 여자 연예인이 서로에게 욕설하며 말다툼을 한 사건이었다. 우리는 그들과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기사를 보고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건 곧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을 판단하고 욕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위의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초반에 대중들은 예원에게 동정론을 형성하였고 이태임에겐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비난을 했다. 그 후 이태임은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예원의 영상이 올라오고 상황은 전세 역전이 되었다. 이태임에 대한 동정론이 생겼고 예원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예원을 하차시키라는 글이 가득했다.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물론 처음에 이태임 영상만 나왔을 때, 예원 회사의 대응이 잘못되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비난부터 했던 네티즌의 잘못을 합리화할 순 없다. 더 심각한 건, 사건에 대한 비난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만한 욕들이나 사실 증명도 되지 않은 말들마저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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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누군가를 사회생활 할 수 없는 만큼 몰아간 뒤, 매장하는 것을 ‘마녀사냥’이라 일컫는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마녀사냥’이란 단어. 정확한 의미를 먼저 설명하자면, 특정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평범한 20대 여성인 ‘나’의 의견으로는, 군중심리를 이용해 누군가를 사회에서 매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난하는 것과 마녀사냥 하는 것을.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이유 없이 싫어할 수도 있고 어떠한 오해 때문에 싫어할 수도 있다.


여기서 엄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누가 누군가를 욕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자 이 글을 쓰는가? 욕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가?

 

마녀사냥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이다. 그저 이유 없이 혹은 개인적인 일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억울함’ 혹은 ‘생존이나 생계’와 관련된 문제이다. 이 글의 취지는 그 사람이 하지 않았던 일임에도 오해를 넘어서, 확신을 가지고 유언비어를 퍼트려 ‘왕따’를 만드는 것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녀사냥은 사람의 인성에 대한 것에만 해당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모 방송에서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 어느 가게에서 이물질이나 어떤 해로운 것이 나왔더라 하는 일명 ‘~카더라(하더라)’라는 말이 돌면 그 가게는 망하기 십상이다. 이건 곧 생계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방송에서 오보를 한 것이라 정정 보도를 내보낼지라도 사람들은 그 방송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 ‘말’에 의해 생기는 ‘편견’과 ‘오해’는 이처럼 무섭다.



모 대학교의 익명 제보 페이스북 페이지인 ‘OOO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한 음대생의 자살 사건을 제보하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모 대학교 안성캠퍼스 음대 기악과에서 첼로를 전공하는 A양(당시 21)이 건물 옥상에서 추락사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글에 따르면 평소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A양은 동기의 주도로 이유 없는 따돌림을 당했다. 또한 동기들은 그가 선배들의 험담을 했다거나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전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하고 다닌다는 등 갖가지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으며, 타지에서 생활하던 A양은 이로 인해 힘들어했다. A양은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더욱 힘들어했으며, 지난달 22일 술을 마신 뒤 건물 옥상에서 추락해 생을 마감했다.


출처 : 스포츠서울(2015년 기사)



같은 해인, 2015년 9월에 일어난 모 대학교의 음대 왕따 사건에 대해 들어봤는가? 피해자는 헛소문과 학교 사람들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다 자살을 했다. 더 끔찍한 것은 가해자들이 반성은커녕, ‘임신해서’ 자살한 게 아니냐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인터넷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댓글 같은 거 안 쓰는데’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욕했던 건 오해가 아니라 진짜 사실이야’라고 말하고 싶은가? 정말 자신하고 확신하는가? 스스로 정말 그렇게 장담할 수 있는가?


내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가해자일 수도, 앞으로나 혹은 과거에 당했던 피해자가 될 수도, 됐었을 수도 있다. 툭 까놓고 직접 겪었거나 들었던 예를 구체적으로 적어 보자면, 여자들의 경우 외모에 대한 얘기가 심하다. 성형해서 예쁜 거라느니 화장 때문이란 것과 같은. 그리고 누가 남자를 밝힌다느니, 꼬리를 친다느니, 몸이 쉽다는 말들도 많다. 그냥 한두 마디 하는 정도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부풀려져, 그 사람은 정말 쉬운 여자, 남성 편력이 있는 여자, 성형하고선 예쁜 척하고 다니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굳혀져 버린다. 그 뒤로 그 여잔 어떻게 될까? 학교생활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남자들의 경우 역시 여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여성 편력과 허세의 이미지로 욕먹는 경우를 대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세의 경우 정말 잘난 거고, 딱히 잘난척한 것도 아닌데도 괜한 질투심에 욕먹는 경우를 더러 봤다.


대화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인데도 주변에서 하는 말만 듣고 그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학교는 학교란 특성상 장소가 좁다 보니, 여러 헛소문이 빨리도 돈다. 또한 한 사람의 말실수가 ‘싸가지 없다(싹수없다)’라는 걸로 이어지면 소문이 금방 퍼져서 이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이들은 없다. 이렇게 한 사람의 학교생활이 힘들어지게 된다.

 

소문이란 것. 소름 끼칠 정도로 빠르다.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가게 주인을, 한 사람의 인생일.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했던 말의 무게와 책임을. 그런 일이 있은 후 그들과 자신들의 삶의 비교를. 가해자들은 금방 잊거나 더는 신경 쓰지 않겠지만 그들은, 즉 피해자들은 강한 정신력이 아니고서야 무너지고 만다.


누군가에겐 그 가게가 평생을 다닌 회사를 퇴사한 후 받은 퇴직금으로 차린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대출을 받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차린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이 그런 피해자가 됐을 때 답답함과 억울함 그리고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지거나 휴학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것까지 다 생각을 하고도 막무가내로 욕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정당한 욕이 맞는가? 차라리 ‘그냥’ 싫다고 하는 게 덜 억울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게 사회다, 이게 현실이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습들이 현 사회의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점을 문제로만 치부한 채 고쳐나갈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점점 ‘자기식’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갈 것이다. 왕따 아닌 왕따가 생기거나 억울한 누명으로 애꿎은 사람들의 밥줄이 끊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질 것이다.

 

잘못된 정보를 타인에게 전하며 퍼트리지 말았으면 한다. 이것은 돈이 드는 것도, 힘이 드는 것도, 그리고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저, 정확하게 알자는 것이다. 나 역시 철없이 누군가를 되지도 않는 이유로 미워하고, 주변의 말에 의해 누군가를 판단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글을 읽으며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지는 개인의 몫이며 자유이다. 강요할 생각도, 힐책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단 한 명이라도, 백 명 중 단 한 명이라도, 자각을 해서 인지하며 살게 된다면. 그래서 괜한 마녀사냥이 하나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고치고 바뀔 수는 없더라도 노력이라도 하는 우리가 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강요가 아닌 부탁을, 비난이 아닌 이해를, 오해가 아닌 아량을 말하고 싶다. 더는 타인을 자신의 입맛대로 생각하는 1인분의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싶다. 그저 글로나마 이렇게 말이라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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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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