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디자이너를 고찰하다 - 디자인 매거진 CA #244

CA 디자인 매거진 19년 5월호 리뷰
글 입력 2019.06.02 19: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래픽 디자인 출판사 CA BOOKS에서 나온 책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번 CA 디자인 매거진도 무지 기대를 했는데, 탁월한 시대감각이 더해져 현재의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 폭 넓게 고찰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이번 호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시도들과, 시대의 흐름 위에 자기 만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디자이너들을 조망했는데, 판을 바꾸는 디자이너라는 책의 큰 주제가 그 어떤 때보다도 알맞는 타이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지금부터 애독자이자 디자이너로서, 그래픽 디자인의 판도를 바꾸는 이들을 접하며 느꼈던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래픽 디자인 교육의 새로운 구상은 꼭 필요한가?


그렇다. 매우 절실히.


스트로해커 디자인 학교의 총장인 빌 스트로해커의 글은 디자인 학교 학생으로서도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래픽 디자인 교육과정 중 대부분은 업무 현장에 어울리는 학생을 양성하지 못한다는 그의 말이 공감된다는 건, 이런 실정이 단순히 한국만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무과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실제 업무에서 실무진들이 원하는 것들을 학생들이 명민하게 갖추지못하는 환경적 이유로, 너무 많은 학생의 수에 비해 필요한 교수의 수는 너무나도 적다는 점은 통감하지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최근 어떤 글에서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근대부터 몇 십년간 유지되어온, 한 명의 교사가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교육체제는 사실 고착된지 얼마안된,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상당히 적은 기간동안 유지되어온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교육방식이 한계를 드러내는 것도 이상할 게 없어보인다.


최근엔 이 글을 쓴 빌 스트로해커가 설립한 스트로해커 디자인 학교를 비롯해 소수 단기교육체제가 조금씩 성행하고, 소위 서당식 교육이 일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결국은 그런 교육들의 진정한 목표는 학생의 성장이 아닌가?


다시 빌 스트로해커의 글로 돌아오자면, 결국 오늘날의 교육시스템이 문제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 학생만을 양성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빌 스트로해커는 그의 디자인 학교를 설립하기 이전에 수많은 실무자를 비롯한 디자인 업계 담당자를 만나 그들이 디자인 전공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물었고, 그들의 답변은 디자인 전공자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포트폴리오는 훌륭해 보이지만, 실제로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방법과 돈을 버는 방법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현실이 너무나도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같은 과 후배의 연락을 받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학교에서는 개인의 흥미와 관심사를 고려해주지 않으며, 그런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태평한, 학업 따위에는 관심 없는 한심한 이로 치부해버리며, 문제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학교는 적어도,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급속히 바뀌는 변화들과 수많은 변수에 학생 스스로 적응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을 학생 각자의 관점으로 해석할 힘은 길러주어야 하지 않나.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를 찾고 추구하는 것은 무시로 일관하면서 어찌 그런 시대적 역량마저도 학생의 개인 재량으로 돌리려고 하는가.

*스트로 해커 디자인학교는 영국의 빌 스트로해커가 대학 파트타임 강사로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치다, 대학 교육방식에 회의를 느껴 스스로 설립한 단기 디자인 교육기관이다.



2.jpg
 



방법론이나 툴이 무색해지는 시기다.



무슨 말이냐고? 즉,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꼭 하나쯤은 작업을 실체화시켜줄 툴이 분명 존재한다. 누군가와 협업하지 않고 혼자서도 충분히 말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여전히 다수에 의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툴들은 존재한다. 사진 하면 포토샵, 프로덕트하면 라이노, UX 프로토타이핑 하면 스케치나 XD 등등  굵직굵직하게 업계에서 통용되는 툴들은 있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니어도 가능하단 얘기다.


그만큼 전과는 달리 다양한 비주얼의 작업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물론 점점 더 많아지는 툴들과 제작자만큼 많아지는 디자인 방법론의 갯수에 조금 버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다 섭렵하고 배우는 건 이전에나 가능한 일. 그때그때 필요한 걸 써보고 아니면 말면 된다. 디자이너 이외에 어떤 작업을 의뢰하려 했던 클라이언트들에게도 열려있다. 이를테면 혼자서 웹페이지를 디자인할 수있는 WIX등등 비전공자가 쉽게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다면 디자이너에게 의뢰하자.




차고 넘치는 흔한 디자인



등장할 때만 해도, 서비스나 디자인을 한층 더 친근하게 만들며 시선을 사로잡았던 일러스트레이션과 산세리프의 결합이 어느새 차고 넘치는 디자인이 되었다고 언급하며, 그런 흐름에 반해 제작된 몇 가지의 매력적인 세리프 서체, 그리고 우버 리디자인 브랜딩 작업물들이 이번 호에 실렸다.


문득 기계적으로 산세리프 서체를 쓰고, 일러스트레이션이 일면을 차지하는 앱 디자인을 제작하는 나 자신을 돌아봤다. 안전한 디자인을 하는게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디자인을 양산해내는 것이 단순 디자이너만의 문제는 아닐 것인데, 대중들은, 좀더 본질적으로 사람은, 다름에 생각보다 더 많이 예민하고 열려있지 않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SNS 시대엔 그만큼 기존의 트렌드에서 벗어난 것이 주류에 도달하기 어렵다.


디자이너는 어쨌든 상업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이고, 남을 위해 디자인한다. 그러니, 보는 이들이 흔히 호감을 느낄만한 디자인을 하려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나. 하지만 그런데도, 책에도 언급되어있듯 남들과는 다르면서도 충분히 상업성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들이 존재한다.


어떤 길을 가느냐는 온전히 디자이너의 몫이다.



3.jpg
포레스트 영의 우버 리디자인 프로젝트



창업하는 디자이너가 범람하는 요즘



영국에서 개인 스튜디오를 비롯해 창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의 수가 전례 없이 많은 시기라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디자인 강국인 영국에서 창업을 시작한 디자이너들이 많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비단 디자인 업계에만 적용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선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조언을 비롯해 포트폴리오 전략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시기를 잘 반영한 소재였고, 후에라도 꼭 창업을 희망하는 나로서는 피와 살이 되는 조언들이었다.




가상세계로 표현된 일러스트레이션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가상 세계를 그려낸 일러스트레이터 라이 티에스와 그의 작품이 소개된 부분이다. 가상 현실 또는 VR 제작을 비롯해 AR 서비스 제안을 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가상현실은 온전히 3D 비주얼 영역이라고만 생각해, 가상현실을 일러스트레이션에 도입했다는 이 부분을 읽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몰랐을 것이다.


2D 모션은 알아도, 2D 가상현실이라니. 게다가 그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게 작가 본인이 친절히 제작과정을 함께 설명해주었다. 정적인 2D일러스트레이션 안에 하나의 네러티브를 담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동선을 유도해 동적인 영역까지 시도한 일러스트레이션의 확장성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파노라마처럼 넓게 펼쳐진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니 최근 보고 왔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가 떠오른다. 그의 작품 중엔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한 시도들이 많았는데, 작업의 형식에 경계가 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1.jpg
라이 티에스의 일러스트레이션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결국,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디자이너의 현재가 아닐까.


지금 진행 중인 작업들이 진정 내가 하려는 것이 맞는지, 맞는다면 더욱 공고히 다른 작업물들과 차별화시킬 부분이 뭔지, 아니라면 어떻게 나의 디자인이라고 불릴만한 작업들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할 만한 화두를 던진다. 또 설령 디자이너가 아닐지라도, 분명 느낄만한 부분은 존재한다.


모두가 디자인할 수있는 시대가 도래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좋으니, 하고싶은 이야기, 일련의 데이터만 있다면 일단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분명 누군가는 듣고 있을 테니.



VIEW2.jpg
 

[고유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