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극으로부터의 고뇌.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비극으로부터 가지는 존재의 의미, 고뇌.
글 입력 2019.06.0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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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리뷰 특성상 많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드윅 메인포스터.jpg
 


루드윅 반 베토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조차 알 수밖에 없는 인물. 음악사에 뼈대가 되는 인물. 그것이 바로 루드윅 반 베토벤이다. 그는 운명 교향곡, 월광 소나타, 비창, 환희의 송가 등 익숙한 음악으로 우리들의 곁에 존재하고 있다.


그는 음악가에게 치명적인 병, 청력 손실이라는 비극에서조차 운명 교향곡, 월광 소나타, 비창, 환희의 송가 등 위대한 음악을 탄생시켰다.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는 그런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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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갔던 이 뮤지컬은 나에게 반전을 선사했다. 베토벤에 관한 공연이라면 당연히 ‘청력 손실, 음악, 천재성’에 초점을 맞춰 극을 진행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뻔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청력 손실과 천재성이 주가 아닌 음악에 대한 사랑, 꿈, 재능, 존재의 의미를 치열하게 고뇌했던 그의 일생을 조명하여 다루고 있었다.


이 공연에서 독특한 부분은 그의 일생을 다루기 위해 어린 시절, 청년 시절, 노년 시절의 베토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루드윅 판 베토벤’이라는 한 인물을 나타내기 위해 3명이 등장하는, 3인 1역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베토벤에게 초점을 맞춰 다루고 있어, 한 명의 배우가 계속 베토벤을 표현했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을 여러 명으로 분리시켜 전개시켜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 어린 시절, 청년 시절, 노년 시절의 베토벤이 모두 무대에 나타나 서로가 서로의 기억이 되어 추억하고 위로하는 부분에서 표현력이 돋보였다.



루드윅 역 서범석, 청년 역 이용규.jpg
 


공연에서는 표현력이 눈에 띄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는 ‘시련’이라는 넘버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청년 루드윅이 음악가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청력 손실’이라는 비극에 신을 원망하는 내용이 전개되었다.


이때 “내 안엔 온통 고요한 외침일 뿐이었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난, 신을 원망했네. 왜 나에게 환희를 보게 만들었나.”라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당시 베토벤이 느꼈을 참담함과 신에 대한 분노, 원망 등을 잘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력 손실이라는 비극 앞에 무너져 내리며 고통과 고뇌로 가득 찼던 그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마리’와 ‘발터’가 나타났고, 제안을 거절한 그에게 들려오는 발터의 죽음 소식. 이러한 내용과 함께 ‘운명’이라는 넘버가 흘러나오며 청년 시절의 루드윅의 귀를 노년 시절의 루드윅이 감싸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내 안에 음악이 흘러. 외치는 소리가 들려. 꺼내 달라 울부짖는 나의 강력한. 운명이 음악 되어, 운명이 선율 되어 흐르네.”라는 가사를 뱉어낸다.


노년 루드윅이 청년 루드윅 뒤에 서서 귀를 감싸 안는 손에만 집중되는 조명과 이후 둘이 한 몸이 된 듯 춤을 추는 부분은 꽤나 놀랄 정도의 표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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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리’라는 여성의 사연도 함께 그려진다. 사실 마리의 사연이 생각보다 비중이 있게 다뤄져서 좀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베토벤의 이야기와 그녀의 사연의 연결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넣었어야 하나? 무엇 때문에 포함이 되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졌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따로 두고 본다면 그 자체만으로 꽤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이 들었다. 편견, 규제, 규율로 가득했던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많은 기회를 박탈 당해야만 했던 그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세상이 잘못되었고, 나는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며 당당히 얘기하던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건축가라는 꿈이 아닌 수녀가 되었지만,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꼭 자기가 아니더라도 훗날 누군가가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줄 거라 꿈꾸며 그녀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배울 점이 많은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 뮤지컬 안에서는 이야기가 겉돌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언젠간 그녀가 주인공이 되어 그녀의 이야기가 그려진 공연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루드윅 역 김주호.jpg
 


베토벤의 일생을 다루고 있어서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부분을 실제 무대에서 연주하는 피아노와 표현력, 그를 뒷받침해주는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집중력 있는 공연을 완성시켰던 것 같다. (후반부에서는 스토리가 루즈해진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들었지만, 그럼에도 꽤 괜찮은 공연이었다.)


특히, 김주호 배우님의 연기력은 굉장했다. 내가 생각하는 베토벤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으며, 베토벤이 점점 청력 손실이 오는 과정과 그로 인해 그가 가지는 고뇌, 고통, 조카에 대한 집착, 후회 등의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거기다가 안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성량은 극에 흡입력을 더했다고 생각이 든다.


여기에 더해지는 베토벤의 음악. 그 음악은 나로 하여금 소름이 일게 하기 충분했다. 조카 ‘카를’에 대한 과도한 사랑이 집착이 되었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카를에게 음악을 강요하면서 시작되는 ‘합창 교향곡 - 환희의 송가’와 커튼콜과 함께 등장하는 ‘운명 교향곡’. 이 두 음악이 나옴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으며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놀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을 만큼의 연출력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베토벤의 천재성과 청력 손실, 그로 인해 가지는 존재의 의미와 고뇌, 원망, 후회 등 인간으로서 충분히 가지는 갈등과 고민들을 느끼고 싶다면 공연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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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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