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도 나만 고양이가 없다 –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도서]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리뷰
글 입력 2019.06.0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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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출간된 이래

전 세계적 사랑을 받은 고양이 책의 고전



‘묘’한 책이라는 말 외에 이 책을 잘 설명해주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정말로 ‘묘’한 책이다.


지금껏 학생, 주부, 직장인, 박사, 운동선수, 연예인, 교수, 의사, 학자, 소설가 등이 집필한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고양이가 저자라니, 이런 책은 없었다. 실제 고양이가 저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철저히 고양이의 입장에서 인간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방법 표지4.jpg
 


이 책의 저자 고양이는 어릴 적 엄마를 잃고 떠돌며 지냈지만 뛰어난 머리와 처세술로 한 인간 가족을 ‘접수’하여 여왕처럼 군림한다. 자식들 또한 각자의 인간 가족을 접수하게 만든 그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어린 고양이들에게 지침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쓴다고 밝히고 있다. 출간 즉시 고양이서점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 책은 고양이들의 세상에서 교과서일 수도 있겠다.

 

첫 단계인 ‘접수하기’부터 시작하는 챕터는 재산 만들기, 음식 받기 등 소소한 지침뿐 아니라 태도와 자세, 예의범절, 사랑 등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토대로 기묘하고 재치 있게 인간을 길들이는 법을 설명한다.


나는 한 번도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직접적으로 ‘길들여’졌던 적은 없지만 텍스트를 읽는 내내 고양이의 행동, 울음, 표정을 상상하며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았다. 이렇게 다들 랜선집사가 되는 거겠지. 나도 멍청한 인간인가보다. 이렇게 빨리 길들여져 버리다니.

 


나는 인간의 우유부단함을 반기면서도 때때로 ‘정말이지 왜 저럴까’ 하고 놀라기도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인간은 고양이가 침대에 올라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올라오기를 은근히 바란다. 모순이라고? 그게 바로 인간이다.


- p.49


 

고양이가 인간을 길들일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더 모르지만 고양이는 인간을 꿰뚫어보기 때문이다. 인간이 ‘에이, 내가?’라고 말할 때 고양이는 ‘응, 네가.’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들의 약점을 파고 들어가 환심을 사고 애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결코 인간에게 의존하지는 않는다. 고양이는 ‘치고 빠지기’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상위니까.


 

Photo by Raphael MARTIN on Unsplash.jpg
 


우리 고양이도 외로운 존재다. 하지만 우리 고양이는 외로움을 참을 줄 안다. 반면 인간은 우리 고양이와 달리 독립적이지 않아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우리 고양이가 인간한테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외로울 때 고양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141


 

우리 인간들은 고양이뿐만 아닌 모든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게 정말 옳은 표현일까? 실제로는 우리 인간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그들이 기꺼이 우리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고양이는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을 테지만 인간은 고양이 없이 많이 외로울 테니 말이다. 특히 애묘가들과 집사들은 더더욱.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이런 인간의 사랑이 막대로 맞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인간은 사랑하다가도 사랑을 버리고 떠날 때가 많다. 우리 고양이는 절대 그러지 않지만.


- p.143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고양이를 ‘영악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미워하지는 않길 바란다. 고양이가 있는 세상을 침범한 것은 우리 인간들이요, 고양이는 인간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 인간들처럼 사랑을 버리고 배신하지는 않으니까.


 

Photo by Veronika Homchis on Unsplash.jpg
 


이 책은 출간된 지 50년이 훌쩍 넘었지만 한국은 2019년 현재 첫 출간되었다. 한국의 고양이들도 이 책을 많이 읽겠지? 만약 당신의 고양이가 평소보다 더 당신을 쥐락펴락한다면 이 책을 읽은 것이 틀림없다. 물론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모를 테지만 말이다.

 

몇 년 전, 꿈에서 나온 ‘미유’라는 고양이가 잊히지 않는다. 이름까지 기억날 정도로 꿈속의 난 그 고양이를 너무 사랑해서 꿈에서 깨어난 이후 한동안 공허했다. 당장은 무리지만 훗날 여유와 여력이 된다면 한 마리의 고양이에게 길들여져보고 싶다. 그 아이의 이름은 ‘미유’라고 지을 것이다.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The Silent Miaow


⋅저 자: 폴 갈리코 | 옮긴이: 조동섭

⋅분 야: 에세이

⋅펴낸곳: 윌북

⋅발행일: 2019년 5월 10일

⋅면 수: 184면 | 판 형: 150*190

⋅정 가: 13,800원

⋅ISBN: 979-11-5581-221-1 (03840)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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