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시대의 아픔을 공유한 작가, 베르나르 뷔페 展

글 입력 2019.06.0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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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 展
- 나는 광대다 : 천재의 캔버스 -


뷔페.jpg
 


베일듯 거칠고 날카로운 선, 딱딱하고 직선적인 형태, 어두운 색상..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은 늘 쓸쓸하고 삭막하다. 분명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그림은 아닌데도, 어쩐지 감동을 자아낸다. 뷔페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이 묘한 느낌에 한참을 서성였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의 생애를 살펴보면 독특한 화풍이 저절로 이해가 된다. 뷔페는 1922년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했다. 세상은 파괴되었고 모든 이들이 고립감, 좌절감에 젖어 있던 시대다. 그 폐허에서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에는 먹을 것과 그릴 것만 찾아 다녀야 했다"

"나는 영감을 믿지 않는다. 나는 단지 그릴 뿐이다."

- 베르나르 뷔페


뷔페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어떤 심정으로 붓을 들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간다. '그린다는 것'은 황량한 세상에 대응하는 본능적이고 불가피한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그는 시대의 아픔을 회피하지 않고 관통하며, '이미지'라는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재해석했다. 캔버스에는 메마른 이미지만 가득함에도 묘한 공감과 위로를 느끼는 것은, 그 너머에 시대를 온몸으로 느끼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느끼고 있던 상실감을 그도 함께 느끼고 있다는 것. 그 감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당시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터이다. '소통'이라는 예술의 가치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 당시 대중은 뷔페에게 큰 지지를 보냈다. 각종 잡지에서 프랑스의 젊은 재능, 프랑스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 등으로 꼽혔고 레지옹 도뇌르 문화훈장을 두 번이나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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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풍경, 시테 섬과 노트르담
Bernard Buffet
Paysages de Paris - La Cite et Notre-Dame
1956, huile sur toile, 114x162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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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 계란 그리고 남자
Bernard Buffet
Homme a l'oeuf sur le plat
1947, huile sur toile, 96x90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그런데 더욱 의미 있는 점은 그의 그림이 그 시대에만 속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뷔페의 그림을 흔히 시대상과 연결지어 이야기하곤 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의 눈으로 봐도 또다른 울림이 있다. 예컨대 20세기 초중반을 살지 않았던 내가 직관적으로 공감을 한 건 당시를 상상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 우리 사회와 닮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한국, 20세기와 21세기라는 큰 차이에도 깊이 통하는 지점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어떤 특수한 상황보다는 인간 내면의 깊은 고독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 보편적인 예술로 승화되는 지점이다. 뷔페가 그림을 그렸던 그 시대를 상상해보다가도, 나의 현재와 나란히 해보며 그림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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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광대들, 가수
Bernard Buffet
Les clowns musiciens, la cantatrice
1991, huile sur toile, 230x430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이번 전시는 뷔페의 국내 최초 대규모 단독 회고전이라고 한다. 92점의 유화 작품과 아카이빙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50여년 간 그림을 그린 만큼 시간에 따른 작품의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기존에는 어둡고 단조로운 색상의 작품들만 접했었는데 화려한 색상을 사용한 광대 시리즈가 전시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광대 시리즈는 1990년대 작품으로, 작가가 죽기 전까지 작업했던 그림들이다. 강렬한 색상과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어떻게 어우러졌을지, 말년의 변화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베르나르 뷔페 展
- 나는 광대다 : 천재의 캔버스 -


일자 : 2019.06.08 ~ 2019.09.15

시간
11:00 ~20:00
(19:00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조선일보사
Fonds de Dotation Bernard Buffet
㈜한솔비비케이

후원
주한프랑스문화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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