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꿈을 향해 분투하는 비극의 주인공 - 루드윅 [공연]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글 입력 2019.06.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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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존재 의미와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했던 '인간' 베토벤이 무대에서 다시 태어난다.


얼마 남지 않은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쓰여진 베토벤의 편지 한 통. 그리고 그 편지가 한 여자 앞으로 전달된다.

청력을 일고 좌절의 늪에 빠져 있던 청년 베토벤이 죽음을 마주하고 있던 바로 그날 밤, 세차게 내리치는 폭풍우 소리와 함께 낯선 여자 마리가 어린 소년 발터를 데리고 무작정 찾아와 그에게 발터의 피아노 선생님이 되어 달라 청한다. 망가진 청력, 나락으로 떨어진 자괴감에 베토벤은 그녀의 제안을 완강히 거부하고, 마리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 두고 떠난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인연을 마주한 베토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 되는데…



위대한 업적을 이룬 예술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주목하는 뮤지컬은 많다. 화려한 업적 뒤에 가려진 예술가의 인간적인 고뇌와 주변 인물 간의 갈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에게 공감하게 만들고 또 그에게 닥쳐온 운명의 파도에 함께 괴로워 하게끔 돕는다.


무엇보다도 베토벤의 재능이 타고난 것이 아닌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도입과 화려한 성공의 순간 청력을 잃어간다는 비극적 운명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강렬한 소재이다. 청력을 잃은 천재 음악가라는 말은 그 한문장 만으로도 절망과 자괴감, 신에 대한 처절한 원망 등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극 중에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나이 든 베토벤과 그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청년 베토벤은 처절하고 매력적인 연기로 그런 베토벤의 절망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


루드윅을 보기 전까지 베토벤을 소재로 그려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비극은 그것이 전부였기에 청력을 잃었다는 절망을 극복하는 과정이 극의 주된 내용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때문에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강요로 사육당하듯 피아노를 연습하고, 성장하여 음악가로 성공한 뒤 청력을 잃어가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도 빨리 진행되어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극은 청력을 잃은 절망을 극복하는 베토벤의 이야기 이후에 또 다른 이야기를 건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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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두 번째 비극은 자신이 제자로 받아주지 않은 것을 계기로 영국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가 배의 침몰과 함께 죽은 발터에 대한 죄책감에서부터 시작된다.


발터는 정말 재능이 있는 아이였고, 베토벤은 자신의 조카 카를을 발터와 겹쳐보면서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사육하였던 것처럼 자신도 조카인 카를을 학대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길로 카를을 밀어 넣으려 하며, 카를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려 하던 베토벤은 결국 말년이 되어서야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아버지와 같은 행동을 하였음을 깨닫고, 그저 카를의 ‘루드윅 삼촌’으로 남았으면 좋았을 것이라 회고한다.


작품의 제목이 카를이 베토벤을 부르던 애칭인 루드윅이 작품의 제목인 이유는 그렇게 예술가 베토멘이 아닌 인간 루드윅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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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간혹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들이 주인공의 각성이나 상황 설명 용으로 사용되고 자신의 이야기 없이 버려지는 등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루드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모두 자신만의 꿈을 가진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이라 굉장히 좋았다.


삼촌인 베토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장한 음악가가 되라는 학대에 가까운 강요를 받으면서도 끝끝내 그것을 거부하고 군인이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카를과 자신 안의 음악을 놓지 않고 피아노를 사랑하는 베토벤도 그렇지만 마리의 캐릭터 역시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을 법한 캐릭터 마리는 진취적이고 저돌적이며 자신의 꿈을 위해 곧바로 달려나가는 강한 여성 인물이다. 베토벤의 절망과 후회, 음악에 대한 열정 만큼이나 불공평한 세상에 대항하며 포기를 모르는 마리의 강직한 모습은 강렬하게 와닿고 눈물을 자아낸다.


비록 그녀는 자신이 바라던 꿈을 온전히 이루지는 못하였지만, 과거의 자신과 같은 여학생들에게 고등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베토벤의 마지막 편지를 들고 찾아온 슈베르트가 베토벤이 꿈꾸던 미래의 음악을 그리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녀 역시도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남았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한다.


*


세계와 운명의 비극 속에서 꿈을 향해 분투하는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그린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6월 30일까지 대학로의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된다.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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