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밤: 이기적인, 어쩌면 과감한 사랑 [드라마]

‘환승 연애’ 미화 드라마가 아닌 이유
글 입력 2019.06.0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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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봄밤’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기 전의 설렘과 묘하게 다가오는 긴장감을 생생히 느끼게 한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에는 마치 내가 정인(한지민)인 것처럼, 지호(정해인)인 것처럼 두 사람에게 존재하는 거리의 길이를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마냥 설레고 안타까워하지만은 않았다. 정인과 지호의 만남은 ‘사랑’의 의미를 다시 고민하게 했다.


정인에겐 7년 동안 뜨뜻미지근하게 연애 중인 남자친구가 있다. 30대 중반이 된 그녀는 집안의 권유로 결혼을 고민하게 되고, 이내 남자친구로부터 결혼하자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정인은 사랑 없이 결혼한 친언니의 불행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정인은 우연히 만나게 된 지호에게 이유 없는 끌림을 느낀다. 지호 또한 정인에게서 설레는 감정을 가지고 만다. 하지만 정인에겐 7년 동안 의리로 만난 남자친구가 있기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애써 억누른다.


- 봄밤 줄거리





정인의 연애는 서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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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세 번이 되면 운명이라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실로 운명 같았다. 정인과 지호는 뜻하지 않던 순간, 계획되지 않은 공간에서 무려 세 번을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신의 장난처럼,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인연이라 여긴다.

하지만 이러한 두 사람의 운명에, 천진난만한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바로, 정인에겐 7년 사귄 남자친구 기석이 있기 때문이다. 정인은 지호에 대한 감정을 부정하지만 기석에게 그와의 만남을 떳떳하게 말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녀 또한 이미 자신의 감정을 알아챈 듯하다.

두 사람이 빨리 사귀었으면 좋겠다, ‘썸을 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귀엽다 등 일부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사랑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필자는 정인과 지호가 응원할 수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인지 계속 곱씹어보곤 했다. 필자의 이러한 생각은 바람을 피우는 것에 대한 도덕적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 가장 컸다. 기석과의 연애가 무미건조했다 한들, 두 사람은 7년 동안 정을 쌓은 사이가 아니었던가. 들끓진 않더라도 잔잔하게 감정을 교류해왔던 사이인데, 지호를 만난 후 기석을 안중에 두지 않는 정인이 야속했다.

하지만 정인의 행동을 차츰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필자 또한 ‘사랑 앞에서 늘 완벽하고 떳떳한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정인의 모든 행동을 불순하다고 주장하는 필자 상대에게 늘 성숙한 태도를 보였던 연애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때는 상대의 진심보단 조건이 우선이었으며, 감정을 비교하고 재는 비겁한 속마음을 지니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모두 사랑에 서툰 이들이었다. 서툰 사랑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여전히 서툴거나 성숙해진다. 정인 또한 지호를 만나기 전까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 채 연애만 해온, 서툰 사랑을 한 것이 아닐까.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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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석의 입장에서 보면, 정인과 지호의 사랑은 이기적이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아무리 애틋하고 설레게 그려지더라도, 이는 결국 기석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기석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지호에게 끌리는 마음을 억누르면 되는 것일까?

그렇다. 정인이 지호를 향한 마음을 접기만 하면, 모든 것은 평화롭게 나아간다. 기석에게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을 일도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할지라도, 정인은 불행할 것이다. 어떤 이에 대한 감정과 간절함을 버리고, 미련과 아쉬움만 가진 채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죄를 짓기 때문에 인간입니다. K양, 행복해지고 싶죠? 행복해지기가 쉬운 줄 아십니까? 망설이고 주저하고 눈치 보고 그렇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니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상도 행복해진다. 하느님한테는 내가 같이 용서를 빌어주마. 행복해져라 은호야

- SBS 드라마 '연애시대' 中


‘연애시대’의 대사처럼 남에게 눈치 보고 망설이느라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을 놓치는 이들이 많다. 필자 또한 그랬다. 어릴 적 갖고 싶은 장난감을 고르는 것처럼, 인생에서 주어진 무수한 선택 중 어느 하나 온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비로소 정인과 지호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일지도 모른다. 정인과 지호를 응원하게 된 것은, 두 사람을 온전히 이해했기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정인과 지호라는 가상 인물들 또한 행복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빌어주고 싶었다.

‘봄밤’은 현재 극의 초반부를 담아내고 있다. 이에 정인과 지호, 기석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정인과 지호, 기석이 상처를 주고받는 모습이 가감 없이 나타나면서, 정인과 지호가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담길 이기적인, 어쩌면 과감한 행동들을 통해 정인과 지호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길 바란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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