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한 인간의 삶을 대하다 [공연]

글 입력 2019.06.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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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존재 의미와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했던 ‘인간’ 베토벤이 무대에서 다시 태어난다.



얼마 남지 않은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쓰여진 베토벤의 편지 한 통. 그리고 그 편지가 한 여자 앞으로 전달된다.

청력을 일고 좌절의 늪에 빠져 있던 청년 베토벤이 죽음을 마주하고 있던 바로 그날 밤, 세차게 내리치는 폭풍우 소리와 함께 낯선 여자 마리가 어린 소년 발터를 데리고 무작정 찾아와 그에게 발터의 피아노 선생님이 되어 달라 청한다. 망가진 청력, 나락으로 떨어진 자괴감에 베토벤은 그녀의 제안을 완강히 거부하고, 마리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 두고 떠난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인연을 마주한 베토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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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연출 추정화, 제작 과수원뮤지컬컴퍼니)는 음악계에서 전설처럼 남아 있는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이미지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의 삶을 주목해서 다룬 작품이다. 존재의 의미, 사랑, 인생의 시련 등 삶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건들에 좌절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며, 때로는 희망을 품었던 인간 본연의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다.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는 위인전에 나타나는 영웅적인 모습이 아닌, 인간으로서 겪는 진솔한 모습들을 통해 가까이하기 어려웠던 인물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본 뮤지컬은 2018년 11월 초연으로 막을 올렸으며, 큰 성원에 힘입어 2019년 다시 기존 캐스트에 더해 뉴 캐스트와 함께 돌아왔다.


예술 작품을 대할 때 그 창작자의 생애나, 창작 과정에서의 감정에 대해 알게 되면 자연히 예술 작품을 보고 느끼는 인상 역시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그 삶을 조금 더 이해하고 접한 예술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무언가 애착이 가기 마련인데, 반 고흐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보고 방문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는 4시간도 훌쩍 지나갈 만큼 깊게 공감하였던 경험이 있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여행했던 본(Bonn)에는 베토벤 하우스도 있었고, 베토벤의 동상도 크게 세워져 있었지만 내가 받았던 이미지는 그 동상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베토벤은 위엄 있고 영웅적인 천재 음악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음악의 거장으로 항상 여겨져 왔다.


그러나 본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모든 감정선은 어떻게 보면 피하고 싶기까지 한 인간 본연의 특징과 가까이 맞닿아 있었다. 이러한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뮤지컬 자체의 연출과 구성 방식을 통해 더 잘 와닿았다고 생각한다.


무대 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했으며 복잡하지 않은 구성이었다. 피아노 두 대와 책상, 그리고 마치 액자같이 생긴 여러 개의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이 곳에서는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퇴장하면서 장면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각각의 프레임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액자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듯 모두의 존재감 역시 드러내고 있었고, 함께 어우러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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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했던 점은 한 인물이 고정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그 역할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는 아이 베토벤을 꾸짖는 과정에서 엄한 아버지를 연기하다가, 음악이 나오며 감정이 점점 고조되는 과정에서는 아이 베토벤의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 배우를 꾸짖기도 한다. 이와 같은 역동적인 역할의 변화는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또한 피아노 연주로 들리는 배경음악 역시 베토벤의 주제와 잘 맞닿아 있었다. 무대의 옆에서는 피아노를 통해 배경음악과 뮤지컬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뮤지컬의 다양한 음악들은 베토벤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나타났다. 배우들은 노래를 하고 있고, 그 노래의 반주는 베토벤의 피아노곡으로 연주되었던 것이다. 아역을 맡은 배우 역시 상황에 따른 다양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어서 인상깊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베토벤이 자신의 열정을 조카인 카를에게 대입하면서, 음악에 관심이 없는 조카를 계속해서 음악의 길로 이끌려고 하는 부분이 주로 등장한다. 조카는 어머니에게서 억지로 떼어져 원치 않는 길 안에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자신의 꿈, 혹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특히 자식들에게 투영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들이었다. 이 뮤지컬의 제목 역시 조카가 베토벤을 부르는 Ludwig의 영어식 발음, 루드윅으로 나타난 만큼 이 장면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결국 베토벤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 잘못을 돌아보며 극이 마무리된다. 좌절하기도 했고, 때로는 모질기도 했으며, 잘못된 희망을 품기도 했던 인간 베토벤의 삶을 이해한 뒤 듣는 베토벤의 음악은 분명 다를 것 같았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 열정의 베토벤을 만나다 -


일자 : 2019.04.09 ~ 06.30

시간
화, 수, 목, 금 20시
토요일 15, 19시
일요일 및 공휴일 14, 18시

장소 : 드림아트센터 1관

티켓가격
R석 66,000원
S석 44,000원

기획/제작
과수원뮤지컬컴퍼니

관람연령
만 10세이상

공연시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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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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