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의 마지막 순간 진실을 외칠 수 있는 사람 [공연예술]

뮤지컬 <최후진술>
글 입력 2019.06.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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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갈릴레이’, ‘윌리엄 셰익스피어’, ‘코페르니쿠스’, ‘프톨레마이오스’. 위인전 혹은 과학책에서나 보았을 법한 인물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고리타분하고 옛것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을까. 뮤지컬 <최후진술>은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미와 감동, 스토리를 동시에 잡아냈다.




01. 죽음 앞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 두 가지 주요한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 줄여서 ‘대화’.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책 속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여 종교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자신의 견해를 철회하고 대화의 속편을 저술하여 천동설을 지지하기로 교회와 약속한다. 그러나 속편을 다 쓰기도 전에 그는 죽음의 문 앞에 서게 되었고, 그를 신의 재판으로 인도해줄 셰익스피어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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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시작은 혼미하였으나 그 끝은 따뜻하리라

극을 처음 본 사람들은 이 극이 ‘혼미하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죽어서 만난 갈릴레이와 셰익스피어가 갑자기 둘 다 64년생이라며 신나서 춤을 추지를 않나, 프톨레마이오스가 택시 기사로 나타나지를 않나, 신이라는 사람이 노란 자켓을 입고 나와서 춤을 추지를 않나.

<최후진술>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없다. 앞서 말한 것들이 극의 내용은 맞는데 극의 핵심을 담고 있지는 않다. 아니, 사실 극의 핵심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듣기만 해서는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극을 처음 마주하면 굉장히 혼미하지만 혼미함을 따라 극의 마지막까지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따뜻하게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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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극의 메시지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분명하다. 인물들은 지속해서 자신의 신념을 숨기고 속편을 쓰려는 갈릴레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알면서 진실을 부정하냐고, 어떻게 함부로 고칠 수가 있느냐고, 태양이 아닌 지구가 돈다는 사실은 망원경으로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았는데 그것을 부정할 수 있겠느냐고.


갈등하던 갈릴레이는 신의 재판에서 외친다. ‘대화의 속편은 못 쓴 게 아니라, 안 쓴 거야!’ 천국으로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뒤로한 채 그는 진실을 외친다. 사람이라면 무섭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교회에 진실을 번복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단히 믿고 있었을 테니까.


진실을 지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겹고, 불안하고, 두려운 여정이다. 그럼에도 갈릴레이는 진실을 외쳤다. 극 중 신이 말했던 것처럼 갈릴레이의 여정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거나, 신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과정이 아니다.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진실을 지키기 위한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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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후진술>은 2017년 12월 10일부터 2018년 2월 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에서 초연을 올렸고, 초연의 인기에 힘입어 2018년 7월 21일부터 2018년 8월 26일까지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앵콜 공연을 올렸다.

지금은 대명문화공장에서 예스24스테이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같은 장소에서 6월 9일까지 재연이 올라오고 있다. 비록 재연이 올라오면서 기획사가 바뀌었고, 연출이나 사소한 것들이 바뀌면서 극 특유의 감성이 반감되는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극의 메시지는 아직도 뚜렷하게 빛난다.

갈릴레이가 천국에 갔는지 지옥에 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별을 사랑하던 그가 밤하늘 별 그 자체가 되는 것이 그에게는 최고의 결말이 되지 않을까. 이 극은 그런 극이다. 그러니 문과라고 도망칠 필요 없고, 이과라고 너무 기대할 필요도 없다. 한때 꿈과 신념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행복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테니.


인생의 최후진술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질문과 대답들과 후회 없는 노래.

무대의 조명 빛이 하나둘씩 꺼지면
나의 주인공은 밤하늘 별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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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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