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 루드윅과 꿈에 관하여 [공연]

뮤지컬 <루드윅>
글 입력 2019.06.0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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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였나, 피아노 학원이 동네마다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교육에도 유행이 있다면 필자가 어릴 적은 ‘피아노’였고, 그에 맞춰 필자 역시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다. 피아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아니 음악 시간에 졸지만 않았다면, 아니 위인전 목록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았다면 우리는 누구나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귀가 멀었지만 엄청난 음악을 써낸 천재 음악가. 대중적으로 보이는 베토벤의 모습은 ‘천재 음악가’이다.


그러나 뮤지컬 <루드윅>이 <루트비히>가 아닌 <루드윅>인 이유는 천재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의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극중에서 베토벤의 조카가 베토벤을 ‘루드윅’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등장한다. 루트비히가 아닌 루드윅으로서의 베토벤. 우리는 극을 통해 선망의 대상으로서, 일반적으로 많이 드러난 베토벤 이야기 대신 타인이 바라본, 관계 속에서의 ‘인간’ 베토벤을 바라볼 수 있다.




01. 꿈이라는 옷 한 벌



극은 베토벤과 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피아노에 재능이 있었지만, 베토벤의 제자가 되지 못하고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 발터, 그의 뒤를 이어 베토벤의 제자가 된 조카 카를, 당시 남성의 영역이었던 건축가에 도전하는 마리, 그리고 베토벤까지. 작품의 인물들은 자신의 꿈에 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것, 성별이나 상황, 조건 때문에 이루지 못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들.


마지막 대사 ‘우리는 어쩌면 꿈이라는 옷 한 벌을 걸치고 사는 게 아닐까?’를 보면 이 극은 인간 베토벤의 삶을 통해 사람들의 꿈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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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멋진 대사는 날렸지만

앞서 ‘이야기한다.’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 ‘하고자 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 이유는 이 극이 해당 주제를 적합하게 표현하였느냐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분명 어떠한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겠지만, 극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주제와는 잘 수렴되지 않는 느낌이다.

우선 초반 베토벤의 성장 시절부터 귀가 멀 때까지의 흐름이 굉장히 빨랐다. 물론 인간 베토벤에 대해 말하고자 하므로 해당 내용은 중심적으로 다룰 필요가 없었기에 그렇게 처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이 중심이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루고 후반부에 관객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해당 내용의 연출이 후반 내용보다 자극적이고 강했기에 초반에 기가 다 빨려버린 관객은 후반에 집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루드윅’이 아닌 ‘루트비히’의 모습을 그렇게 자극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미 베토벤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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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매력적인 캐릭터일 수 있었는데

건축가에 도전하는 여성 캐릭터인 마리 역시 매력적이지만 극과 완전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여성의 몸으로 할 수 없는 직업이 많았기에 그에 도전하는 여성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고 흔치 않은 주체적인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를 더 부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극 안에서는 베토벤과 그의 제자들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이 주가 된다. 극 전체적인 메시지를 보면 이해는 가지만 세상이 아직 자신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엄청난 명대사를 남긴 인물의 서사가 베토벤과 꿈 이야기를 위해 재단되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마리의 이야기를 따로 빼 뮤지컬 <마리>가 만들어졌다면 이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 건축가로서의 이야기보다는 포기하지 않은 꿈에 더 초점이 맞추어졌고, 그 초점이 포기하지 않은 베토벤으로 이어진다. 좋은 캐릭터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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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데도 이 극이 좋은 이유는 인간 베토벤의 삶을 조명한 이야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천재 베토벤이 아닌 인간 베토벤의 삶을 멋진 음악과 이야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꿈을 이야기하는 만큼 그 꿈을 조명하거나 이야기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각 인물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릴 수도 있고, 현재의 자신을,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보며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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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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