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전쟁만큼 공허한 회백색, 베르나르 뷔페

글 입력 2019.06.06 11: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뷔페전_포스터2.jpg
 
 

[Preview]

전쟁만큼 공허한 회백색

베르나르 뷔페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알아도 베르나르 뷔페는 처음 들어본다. 그냥 그가 그려낸 모난 도형같은 그림에 끌려 전시회를 방문할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뷔페의 그림과 인상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하나인 에곤쉴레를 연상하게 한다.


물론 두 작가는 형식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사진에서 받은 인상이나 그림 전반에 깔려있는 차가운 냉소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뷔페의 그림은 뷔페가 아주 젊었을 때부터 인정받았다. 뷔페는 파리에서 출생하고 초등학교를 중퇴했다. 나치가 점령하고 있는 파리의 야간학교에서 스케치를 배운 그의 그림에는 백,흑,회색의 침침한 색이 배경을 차지한다.

전시회에서 제공하는 베르나르 뷔페에 대한 간단한 기술을 하자면 아래와 같다. 혼돈의 시대에 태어나 일찍이 천재로 인정받은 화가, 베르나르 뷔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사조로 설명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뷔페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에는 먹을 것과 그릴 것만 찾아 다녀야 했다”라고 말하며 삭막하고 쓸쓸한 풍경, 메마른 사람들 그리고 좌절의 초상을 그려냈다.


황량했지만 자유로웠던 세상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색상과 스스로 창작해낸 방법으로 그려낸 캔버스는 많은 이들의 외롭고 지친 감성을 대변해 주며 공감을 자아내었다. 그 결과, 1948년 10대 청년이었던 뷔페는 유명한 비평가상을 받으며 프랑스 화단에 혜성처럼 나타나 모두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뷔페는 시대의 화가였던 셈이다.

당시 70대였던 거장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렸던 30대 청년 뷔페는 '꼬네상스 데자르 매거진'에서 프랑스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레지옹 도뇌르 문화훈장을 2번이나 수여받은 프랑스 20세기 최고이자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였다. 추상화의 대가인 피카소의 대항마였다는 설명대로, 그가 추구했던 구상미술은 작품의 주제와 대상이 자연물에 존재한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그림을 그렸던 뷔페가 구상미술을 추구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눈 앞에 도사리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뷔페는 인간의 감정과 스스로의 인간적인 고뇌를 마주하게 된다. 표현의 수단이었던 붓터치는 그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기 시작한다.


23.jpg
 


사실 추상미술과 구상미술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예술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날 시대착오적인 것일 수 있다. 어쨌든 뷔페는 심지가 굳은 예술가였다. 추상회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유지하며 그 어떤 혹평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은 화가 뷔페는 파킨슨병으로 인하여 더이상 작업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림을 더이상 그릴 수 없게 된 뷔페는 1999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약 50년간 이어진 뷔페의 시대별 대표작품을 유화작품 92점과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베르나르 뷔페의 시대별 주요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초반에는 유명해지기 시작한 1940년대 후반,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1950년대의 대표적인 정물화와 인물초상화 그리고 평생의 뮤즈이자 아내였던 아나벨과 서커스 테마가 등장하는 1960년대의 대표작들을 보여준다.


전시 중반은 거친 직선으로 표현한 잔혹한 아름다움을 가진 건축 풍경화와 강렬한 색상이 특징인 인물화 그리고 오디세이와 같은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대작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은 1990년대의 작품들로 구성 되며 뷔페가 죽기 전까지 작업하였던 화려한 색상의 광대 시리즈와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나는 광대다>라는 전시명은 뷔페는 살아생전 한 인터뷰의 내용을 토대로 지어졌다. 뷔페는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뷔페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모르겠어요...아마도 광대일 것 같아요." 그의 작품에서 광대라는 상징은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는 이를 통해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면과 외면의 이중성에 대한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을 하려 했다.


뷔페는 일상 속의 사물과 사람, 그리고 본인의 초상을 캔퍼스에 담았다. 아나벨 뷔페는 뷔페가 종교에 빠지듯이 그림에 빠졌다고 이야기했다. 뷔페의 그림은, 그 스스로가 추구했던 구원의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공허한 회백색 속에서 그가 추구했던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한번 전시회를 방문해보는건 어떨까.



뷔페전_포스터3.jpg
 


KakaoTalk_20180723_235535454_(1).jpg
 

[손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