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들어야 할 앨범 [음악]

Colde의 두 번째 EP, LOVE part 1
글 입력 2019.06.0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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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첫 번째 EP앨범 [Wave]을 발매한 가수 콜드(Colde)가 다음 EP앨범 [LOVE part 1]으로 돌아왔다. 그룹 오프온오프(Offonoff)의 목소리에서 첫 솔로 앨범 행보를 보여준 그는, 두 번째 앨범으로 사랑의 감정을 듬뿍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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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e 인스타그램 @wavycolde



"무엇이든 진심을 다한다면 그것은 쉽게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 다시금 가사들을 되뇌어보게 만든다. 혹시 놓친 말은 없을까. 그냥 스쳐 지나간 가사들은 없을까.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멜로디, 분위기, 목소리..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 음악이지만, 무엇보다 신경 쓰인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글도 마찬가지지만, 가사란 거의 한 편의 시와도 같아서, 노래하는 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정을 제한된 규격 안에서 풀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규격 또한 아티스트 자신이 만들어낸다. 온통 자신만의 시가 된 언어들의 모음집 같은 거라서, 같은 단어라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 어떤 맺음말로 풀어내는지에 집중하고 싶어진다.


이 시의 화자는 어떤 표현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었을지가 궁금했다. 앨범을 만들고 노래한 colde(콜드) 또한 앨범 소개란을 꼭 봐달라는 이야기를 남겼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정성과 마음이 가득 담긴 장문의 편지와도 같은 글을 마주할 수 있었다. 1번 트랙부터 차례대로 듣고 있는 와중에도 텍스트에 집중하기 위해 순간 순간 정지 버튼을 눌러야만 했다. 그 순간 자체가 특별했다.


무엇이든 빨리 빨리 넘어가는 세상에서 장문의 글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생각보다 긴 글을 마주하여 놀랐던 감정도 돌이켜보면 좋았고, 글 한 자 한 자를 읽어 내려가며 가사와 맞춰가던 순간들 또한 좋았다. 확실히 콜드 본인이 직접 써 내려 간 소개란 속 말이 맞다고 느꼈다. 무엇이든 진심을 다한다면 그것은 쉽게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아마도 그 깊이가 사람들의 마음 곳곳에 닿았나 보다. 그리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해 사랑을 노래하게 됐다는 콜드는, 그렇게 진심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을. 그리고 나는 나만의 감정으로 이 앨범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예술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듯이 각자의 감성으로 이 곡들을 향유한다면, 콜드만의 목소리와 가사는 우리 모두에게 닿아 각자의 노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은 보편적인 감정이니까. 동시에 아주 특별하고, 개인적인 감정이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는 지금 사랑이 필요하니까.




1. Love is a flower





밤에 산책을 하며 이 앨범을 듣다가 첫 트랙부터 웃음이 나왔다. 내가 걷고 있는 발소리에 맞춰 노래에서도 똑같은 발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콜드 본인 또한 길을 걷다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리게 되면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와 같이 고개를 숙인 채 발소리에만 집중하다가 사랑이라는 생각에 빠져, 자신의 발소리마저 잊어버렸을지도 모를 모습이 떠올랐다.


콜드는 그 장면에서 꽃을 떠올렸다.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새 꽃을 피우고 다시 시들어버리는, 그 모든 샤랑의 과정을 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난 사랑에 대해서 정말 모르겠는데, 이 설명을 듣고 왠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우리의 인생 같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사랑이 전부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도 미치게 되었다. 한 눈에 반해버리는 종류의 사랑 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자연을 향한 사랑, 자신을 위한 사랑.. 그 모든 것들을 합치고 빼 버린다면 우리의 인생에서 남는 것은 없을 것이다. 증오와 아픔만이 남겠지만, 그 또한 글을 쓰게 만들고, 그것을 향유한 사람들로부터 다시 사랑을 받게 되니, 어쩌면 인생이란 자각하지 못한 사랑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What think of love, 이라는 가사에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는데, 콜드의 LOVE 앨범 소개란의 첫 문장이 이거였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담담한 어조로 솔직하게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나가고 있었다. 글로, 그리고 음악으로.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정말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일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잊히지 않고 든다는 것? 그뿐이다. 최근에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는 사랑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상처받는 것을 감수하고 시작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때 그 말을 꺼낸 친구에게서 무언가 어른스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은 정말 멋있다. 스스로가 빛을 낸다. 그리고 혹여나 사랑에 배신당한 사람이 있다면 콜드의 마지막 말처럼 다시 꽃 피우시기를 바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꽃처럼 져버린 채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대여 이 시를 품고서 다시 사랑을 꽃  피우길 바랍니다."




2. 휴지통



 


너의 슬픔을 내게 줘
아픈 상처도 내게 줘
내가 없었던 추억까지 다
나는 전부 채워 버리고 싶어
그런 다음 전부 비우고 싶어


 

이 노래의 영어 제목은 이것이다. Love makes me jealous. 말 그대로 질투에 관한 콜드의 생각을 담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질투'의 관념보다 훨씬 다정해서 놀랐다. 아마 앨범 소개란을 읽지 않았다면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사랑과 추억을 모두 내게 준다면 다 비워버리고 나로 채우겠다는 이 다정한 표현을 보라. 그렇기만 한다면 기꺼이 휴지통이 되어도 좋다는 표현이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럽다.


그런데 앨범 소개란을 다시 읽어 보니 조금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투라는 건 사랑에서 빼놓지 않고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감정입니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죠. 그러한 질투들과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고 그 생각을 발전시켜서 이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사랑을 하는 도중에 당신이 질투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부디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콜드는 사랑의 과정에서 피어나는 질투와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휴지통을 연상시켰고, 모든 우울과 힘듦을 휴지통에 넣어 비워버리고 싶다는 가사를 썼다. 자신이 휴지통이 되겠다는 해석보다, 휴지통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거기에 넣고 모든 기억들을 삭제해버리고 싶다는 표현이 더 어울려 보인다.


사랑을 할 때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어떻게 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랑을 멈추고 싶지가 않다. 휴지통에 담아 버린다면 다 가벼워질 텐데. 하지만 그 감정과 추억 또한 오직 나만의 것이 되니, 휴지통을 온전히 비워버리는 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만 같다.




3. 사랑해 (I fxxking love you)



 


정말 직설적인 사랑의 감정을 담은 노래이다. 영어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뮤직 비디오 속 콜드는 사랑을 외치며 마구 뛰어 다닌다. 마치 이 사랑의 감정을 'fxxking'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린다. 가슴에 I WANT YOUR LOVE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가 보인다. 사랑을 표현함과 동시에 사랑을 바라는 모습으로도 비춰져, 다양한 감정이 물 밀듯이 밀려온다. 새벽 안개가 끼인 듯한 어두운 화면 또한 그러한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가장 간결하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한마디. 한마디로 내가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역설적으로 풀어내어 속 시원하게 외치는 그런 솔직하고 바보 같은 노래입니다. 무엇이든 진심을 다한다면 그것은 쉽게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때로는 감정을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우릴 둘러싼 복잡한 문제들이 단순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스스로 '바보 같은' 노래라고 칭하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랑이란, 또 음악이란, 각자의 감정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인디 밴드 가을 방학의 곡 중에는 "이브나"라는 노래가 있다. 거기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식은 커피 같은 나의 고백에

몇 차례 버스를 보낸 뒤

넌 내게 이렇게 말했지


난 절대 결단코 수백 날이 지나도

너밖에 모르는 바보는 안 될거야

행복함에 눈물 범벅이 될 지라도

너 하나로 숨 막힐 바보는 안 될 거야

그렇겐 안 될 거야



사랑에는 정답이 없고, 더구나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 만큼,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 또한 무엇이 정답이고 오답인지 가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 온전히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다. 때문에 콜드의 '바보 같은' 사랑의 말 또한 의미가 있고, 절대 바보는 되지 않겠다는 가을 방학의 표현 또한 특별하다.


재미있다. 그들은 어떤 사랑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이후에 나라는 사람은 또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감정을 얻게 되어 달리 노랫말이 들릴지가 궁금하다. 지금의 나에게 콜드의 표현은 정말 귀엽고, 동시에 공감 되고, 가을 방학의 표현은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절대 바보가 되지 않으려는 모습. 몇 대의 버스를 보낼 만큼의 고민을 거친 후 내뱉게 된 그 첫 마디. 그렇지만 사랑이란, 어쩌면 말로 내뱉은 후에도 말처럼 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4. 와르르



 


앨범이 나오기 전, 티져 이미지를 보고 웃음이 난 이유였다. 와르르(하트)라니. 나는 꽤 많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목에 이처럼 꽉 찬 하트가 들어간 노래는 들어보지 못했다. 때문에 더 기대가 되었고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졌다.



가만 보면 너는 진짜 너무해

때론 날 무심하게 내팽개 친 채

불안함이란 벌을 내려 줘



첫 문장부터 확 와닿았다. 이후 "그럴 때면 난 길을 잃은 강아지가 돼 고개를 푹 숙인 채 걷네" 가사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한없이 땅만 보고 걷던 내 모습이 떠올라 괜히 슬퍼졌다. 땅을 보려고 걸은 건 아니었는데. 어떠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를 집어삼키다 보면 저절로 시선이 아래로 향할 때가 있다. 하늘에는 높은 구름이 있고, 햇빛은 계속 나를 내리쬐지만, 그런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걷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는 엉망이 된 머릿속을 비워내기 위해 계속해서 긴 한숨을 푹 푹 내쉬었다.


그 모습이 떠올라 이 노래를 마냥 사랑스럽게 들을 수만은 없었다. 콜드 자신은 상대에게 불안함을 느끼거나, 혹여나 다칠까, 닳을까, 애지중지 하는 마음이 특히나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지만, 고개를 푹 숙인 채 수 만가지 생각들을 이끈 채 발걸음을 딛는 모습을 떠올리면 왠지 마음이 편치가 않다.



사랑은 나를 시험해

난 밀린 숙제 검사를 맡네

도저히 못 풀겠을 땐

그냥 너가 좀 알려줘



사랑은 너무 어렵다. 정답을 모르겠으니깐. 사랑에 정답은 없다고 말했지만, 누군가의 맘 속에는 정해진 정답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 정답을 맞추지 못하면 다시 와르르 무너질 게 뻔하니까. 너무너무 복잡하다. 그러면서도 가끔 이쁨을 내게 주면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휴지통에 채워 둔 내 마음을 다시금 꺼내 둔다. 아직 버리기에는 내가 너무 사랑하고 있으니까. 휴지통을 온전히 비워내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다. 그리고는 이내 내 마음은 다시금 와르르 무너질 테다.




5. 향





"분위기와 장면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데 있어 빛이나 색, 주고받은 말들과 함께 들었던 음들, 또 그 순간의 향기까지. 그러한 것들은 그 장면을 우리 마음에 더 깊숙하게 침투하여 기억하게 합니다."


나는 유독 향에 예민하지 않다. 오히려 인조적인 독한 향을 덮어씌운 향수의 잔향을 지나치면 기분이 안 좋아진달까. 독한 향수 냄새보다는 무취가 나을만큼 향에 있어서는 많은 기억이 없다. 외출하기 직전에 향수를 뿌리는 습관도 없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 그 향이 너무 좋아 추억으로 남은 기억도 없다. 어쩌면 아직 마음에 드는 향을 발견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이 곡의 가사와 분위기는 내가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향을 간직하게 된다면, 정말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잔향으로 남을 것만 같다.


하지만 콜드가 언급한 단어 중 '빛'이나 '색'은 다르다. 나는 주황빛 햇빛이 드리우는 노을의 순간을 특별하다고 느끼는데, 그게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 사람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확실히 분위기와 장면을 기억하는데 있어 색과 음악, 향기는 보다 큰 역할을 만들어낸다. 생각지도 못한 향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처럼, 내가 어디서든 바다 냄새를 맡으면 바다와의 기억들이 코 끝에 스치는 것처럼.


만약 어느 누군가를 향으로 기억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 향기를 예상치도 못하게 맡게 되었을 때, 그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향기로서 기억될 수 있을까. 나에게도 향기가 날까. 이런 생각을 들곤 한다.




6. 없어도 돼



 


콜드의 단독콘서트에서 들었던 것처럼, 이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콜드는 어떠한 단어를 보고 영감을 받을 때가 있다고 한다. 이 곡 또한 그러한 곡인데, 우연히 "없어도 돼?"라는 말이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무엇이 없어도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그 물음이 더 크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고.


"누군가에게 내가 존재하다가 사라진다는 것이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물음 자체에 답이 필요하기보다 그냥 내가 누군가에게 답이 되고 싶은 걸 수도 있겠습니다."


정말 담담하다. 동시에 솔직하다고 느꼈다. 없어도 돼? 라는 물음에 자신이 답이 되고 싶다니. 이 가사와 이야기는 앞선 트랙 '향'과도 이어지는 것만 같다. 누군가와의 기억이 저장된 향을 맡은 후, 정말 내가 곁에 없어도 되냐는 물음을 던지는 것만 같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던 LOVE 앨범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 사랑할 때 듣기도 좋은 앨범이지만, 누군가와 이별한 후 듣기에도 좋은 앨범인 것 같다. 물론 그 과정까지 모두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이겠지만.


사랑이란 사랑할 때만 사랑인 것일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바라 보고, 기다리는 과정, 그 모든 순간은 사랑이 아닌 것일까. 그렇다면 너무 슬플 것만 같다.


없어도 돼? 라고 묻는다면, 지금 내 곁에는 없을지 몰라도, 생각하고 기억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없다'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곁에는 없지만 항상 존재하는 것만 같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7. Endless love





"1번 트랙에서부터 쭉 사랑의 과정과 흐름을 따라 노래하다가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제목 그대로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것의 끝은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러길 소망하면서 저는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콜드 자신은,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트랙 순서대로 전개되는 '흐름'이라고 이야기했다. 첫 번째 곡부터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노래하던 콜드는 사랑에 끝이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해 사랑을 노래하게 됐다는 콜드는 그렇게 마지막 트랙에서 끝이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차분한 피아노 소리와 어우러진 몽환적인 분위기는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투명한 마음을 수영한다는 노랫말처럼,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어떤 글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노랫말처럼, 이른 아침을 떠오르게 만드는 새소리와 함께, 그렇게 2분 남짓의 곡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을 노래한다.


그런데 분명 끝이 없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슬프게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8.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이미 많은 이들이 들어봤을 그 노래, 빛과 소금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앨범으로 공개되기 전부터 이미 사운드 클라우드로 공개된 이 곡은, 내가 그때부터 정말 즐겨 듣던 노래이다. 때문에 앨범에도 실린다는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고, 평소에도 좋아하던 곡이었기 때문에 콜드의 목소리로 부르는 이 노래가 기대가 됐었다. 그리고 이 곡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콜드의 목소리는 뭔가 다른 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쓸쓸하지만 동시에 따뜻하다. 어떠한 감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이다.

 

사실 새벽에 앨범을 곱씹으며 듣다가 이 곡을 들으면서 조금 울었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여린 목소리가 주는 힘이 아이러니하게도 강렬하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다가 감정에 북받쳐 자주 우는 편인데 그럴 때는 크게 두 가지이다. 작품을 감상 하다 나의 상황이 떠올라 눈물이 나거나, 작품을 전하는 아티스트의 감정이 강렬하게 느껴져 나와 동일시된 듯한 느낌을 받거나. 즉, 가수, 또는 배우의 마음이 저리도록 쓸쓸하고 슬퍼 보일 때 말이다. 나는 후자의 이유로 눈물을 흘린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콜드만의 감성이 담긴 목소리가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슬픈 마음도 이젠 소용없네.' 이 가사가 사랑을 말하는 앨범의 마지막 줄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콜드는 이 곡이 자신에게도 그랬듯 누군가에게 꼭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위로가 되기에는 너무나 가슴 아픈 곡이다. 콜드가 이 곡을 위로라고 생각한 이유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알고 싶다. 혹은 언젠가 우연히 이 노래를 마주했을 때, 나에게도 예상치 못한 위로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때 나는 또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어떤 쓸쓸함을 견디고 있을까. 익숙한 가사들이 어떠한 의미로 새로이 다가올까. 꼭 이 노래뿐만 아니라 이 앨범에 담긴 모든 곡들, 또 즐겨 듣는 사랑 노래들이 어떤 의미로 빛을 발하게 될까. 점점 더 자라나가는 콜드의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나는 또 어떠한 사랑의 감정을 지니게 될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랑이란 정말, Endless. 끝이 없는 건 아닐까.



[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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