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design magazine CA #244 - 판을 바꾸는 그래픽 디자이너 15

글 입력 2019.06.0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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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책의 가치, 아날로그의 힘은 변치 않는다. 잡지도 그렇다. 사실상 디지털화라는 시스템적 변화 아래 오프라인 잡지보다 온라인 웹진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책장을 넘기며 글을 읽어내리는 맛은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특히 매 호의 잡지는 언뜻 각기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 같으나 도입부부터 마지막까지 하나의 완결된 흐름을 가진다. 그렇기에 온라인으로 개별 게시글을 보는 것만으로는 잡지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없다.

난 잡지가 참 좋다. 하나의 큰 주제 아래 다양한 이슈와 여러 이들의 시선을 담아낸 콘텐츠를 살펴보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아무리 사양 산업이라고 하지만 잡지에 대한 애착을 지닌 이들이 꾸준히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정보화 시대인만큼 누구나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졌지만 수없이 난무하는 자료의 홍수 속에서 한 주제로 잘 정제된 양질의 지식을 습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 에디터가 선별한 기사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 잡지. 그리 두껍지 않아도 종이 한 장 한 장이 풍부한 가치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아울러 긴 텀을 두고 발행되는 책 단행본과 일간 혹은 주간으로 이슈를 스피디하게 훑어내는 신문과 달리,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잡지는 트렌드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으면서 심도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서두가 굉장히 길었다. 다름이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새 잡지 덕분에 잡지 본연의 가치와 힘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늘상 익숙한 잡지만 읽던 내가 오랜만에 접한 새 잡지 <디자인 매거진 CA>는 말 그대로 디자인을 다루는 전문 매거진이다. 디자인 관련 전공에 임했기도 하고 평소 관심 있는 분야라 쭉 읽어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쫀쫀한 내용에 참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이번 주제는 '판을 바꾸는 그래픽 디자이너 15'로, 이 시대 주목할 만한 그래픽 디자이너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메인으로 잡았다. 이에 걸맞게 다른 차원으로 빨려들어가는듯한 표지 디자인은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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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디자인을 보는 창, 디자인 매거진 CA의 관심사는 '한 사람의 훌륭한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는 놀라운 작품과 디자이너의 생각, 그리고 창의적인 통찰력을 담아냅니다. 여유와 깊이를! 연 6회 발행."

매거진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을 옮겨왔다. 디자이너를 타겟으로 한 전문지답게 글로벌 디자인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다채로운 주제로 매 호를 꾸려가는 듯 했다.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인 잡지.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작품관을 시원시원하게 읊어주면서 매달 테마로 놓쳐선 안될 만한 업계 이슈까지 폭넓게 다룬다. 월간이었다가 격월로 전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용의 양뿐 아니라 글 양 자체꽤 많은 편이라, 월간지일 때는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한 권에 담아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잡지는 마치 20세기 모니터 화면을 연상시키는, 혹은 게임 화면을 연상시키는 오픈 페이지로 호기심을 유도했다. 잡지에 있어서 내지 디자인이 참 중요하긴 하지만 특히나 '디자인' 자체를 주제로 다루는 매거진이기에, 매 페이지가 감각적인 구성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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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테마였던 '판을 바꾸는 그래픽 디자이너 15'는 말 그대로 참신한 아이덴티티와 도전 정신을 지닌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며, 격변하는 디자인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고자 한 칼럼이었다. 기존에 담습하던 시각 요소가 아닌 새로운 가치와 기술을 반영한 독창적인 디자인 세계를 소개함으로써 독자의 안목을 넓혔다.

특히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주목받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인상깊게 읽혔던 3D 소프트웨어의 활용이나 문화적 다양성 등의 주제를 다채롭게 담아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활자 하나 하나와 이미지 하나 하나를 꼭꼭 섭취하게 됐다. 꼭꼭 씹어서 삼키면 몸에 좋은 영양소가 될 것 같은 정보들.

다른 칼럼도 마찬가지이나, 그렇다고 전문 정보로만 가득한 것은 또 아니다. 각 디자이너의 설명을 적절히 위트 있게, 강약을 조절하면서 진행해 재미와 정보력을 고루 만족했다. 엄밀히 말하면 그래픽 디자인, 혹은 디자인 업계 종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매거진을 읽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디자인을 읽는 법'을 배우는 즐거운 과정에 가까웠다.


면과 컬러, 폰트 등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던 평면의 이미지들이 기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 단순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물론 시각 디자인 특성상 처음 마주했을 때 주는 '느낌'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수많은 디자인 요소가 충돌하거나 어우러지며 내는 효과 혹은 배경을 이해할수록 더욱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문득 그 무엇보다 감각으로 설명되는 영역일지 모르는 '디자인'이란 것을 '텍스트'에 의한 설명으로 이해하는 상황이 낯설게 와닿았다. 여하간 글이 지닌 힘이란 참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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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연유로 비단 전문가를 위한, 진입 장벽이 높은 잡지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디자인 매거진 CA>. 특성상 글로벌 트렌드와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듯 했지만 국내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일상 속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여주기도 해 더욱 흥미로웠던 듯하다. 개인적으로 제품 기획과 브랜딩을 다룬 파트가 기억에 남았고, 또 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춰 기획된 UX/UI 칼럼 역시 테크놀로지와 디자인, 그리고 격변하는 대중의 라이프스타일 사이의 연계를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외에도 디자인 관련 종사자라면 실질적인 팁을 얻을 만한 디자인 프로그램과 시스템에 대한 전문적인 콘텐츠, 영감을 얻을 만한 전시 소개는 물론 디자인 업계의 생태계를 다룬 기사까지 폭넓은 내용이 담겨 있어 여러모로 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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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펼칠 때와 닫을 때의 마음 상태가 달랐다. 시각 디자인에 담긴 모든 요소는 단순히 감각과 느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현 시대의 흐름, 대중의 라이프스타일, 변화하는 사고방식, 사회 모습 등 인간의 총체적인 것들이 고스란히 녹여진, 그러한 현상을 읽을 수 있는 지표와도 같았다.

텍스트로 표현된 내용도, 매 장의 지면 디자인도 마치 색다른 차원을 탐험하듯 재미 요소로 넘쳐났던 <디자인 매거진 CA>. 많이 보고 배울 수록 이 세상에서 새롭게 깨닫고 느낄 수 있는 것들도 늘어난다는 어쩌면 뻔한 명제를, 오랜만에 기분 좋게 충족한 잡지였다. 간만에 시야가 넓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 호가 나온다면 추가로 구매하고 정기구독을 고려할 의향이 아주 충분히 있다. :-)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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