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전쟁 속 천재 예술가, 베르나르 뷔페 전시회

글 입력 2019.06.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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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화가로 태어난 것 같다. 당신은 우리에게 당신의 외로움, 믿음, 사랑,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자연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물질적, 도덕적 참담함에 마주했을 때의 비탄을 이야기하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선택했다.

 

당신은 우리가 종교에 빠질 때처럼 그림에 빠졌다. 당신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당신의 작품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 아나벨 뷔페 (Annabel Buffet)



꾸덕한 유화의 느낌과 개성있는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선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거칠고 각진 그림체와 투박한 붓질, 그리고 잿빛인듯 하면서도 쨍한 색감.  전쟁 속에서 예술을 추구했던 그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을 감상할 날이 기다려진다.




전쟁 속의 천재 예술가,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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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명 미술학교인 에꼴 데 보자르에 조기 입학을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녔던 뷔페는 1948년 19살 어린나이에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일약 대스타로 자리매김한다.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이 1955년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을 정도로 그 시대의 셀럽이면 누구나 뷔페 작품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다.


살아 생전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베르나르 뷔페는 “모르겠어요… 아마도 광대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그렸던 광대나 서커스의 테마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면과 외면의 이중성에 대한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일 것이다. 뷔페는 50년이라는 기나 긴 시간 동안 작품활동을 하며 본인이 마주하는 일상 속의 사물이나 사람 그리고 본인의 초상을 캔버스에 담았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뷔페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에는 먹을 것과 그릴 것만 찾아 다녀야 했다”라고 말하며 삭막하고 쓸쓸한 풍경, 메마른 사람들 그리고 좌절의 초상을 그려냈다. 황량했지만 자유로웠던 세상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색상과 스스로 창작해낸 방법으로 그려낸 캔버스는 많은 이들의 외롭고 지친 감성을 대변해 주며 공감을 자아내었다.


1958년 베르나르 뷔페는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지성과 감성의 문인 프랑수아주 사강 등과 함께 뉴욕 타임즈의 “프랑스의 가장 뛰어난 젊은 재능 5인”으로 선정되었다. ‘꼬네상스 데자르 매거진(Connaissance des Arts magazine)’에서 프랑스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레지옹 도뇌르 문화훈장을 2번이나 수여 받은 프랑스의 20세기 최고이자 마지막 구상회화작가이다. 추상회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유지하며 그 어떤 혹평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은 진정한 화가였다.


베르나르 뷔페는 당시 거장이었던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렸던 화가였다. 예전부터 나는 미술사에 관심있었고 화가들을 한 명이라도 더 알고자 노력하는데, 베르나르 뷔페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베르나르 뷔페에 대한 자료를 검색했을 때에도 이번 전시회를 제외하고는 크게 다양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그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많이 유명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개성있고 능력있는 화가인 그가 오늘날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를 알아갈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나는 광대다_ 베르나르 뷔페 展: 천재의 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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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 계란 그리고 남자
Bernard Buffet, Homme a l'oeuf sur le plat, 1947, huile sur toile, 96x90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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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앉아있는 남자
Bernard Buffet, Interieurs - Homme assis, 1953, huile sur toile, 218x195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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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 남자
Bernard Buffet, Travesti, 1953, huile sur toile, 81x65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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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자전거타는 곡예사
Bernard Buffet, Le Cirque, acrobate a la bicyclette, 1955, 230x150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나는 광대다_ 베르나르 뷔페 展: 천재의 캔버스>는 20세기 프랑스의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인 베르나르 뷔페의 국내 최초 대규모 단독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는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푸쉬킨 박물관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의 회고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을 비롯하여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4-5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을 포함한 총 92점의 유화작품들과 한 편의 영화 같은 그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 및 사진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근시대 대형 작품의 경우 디지털 아트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4-5미터에 이르는 유화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대된다. 또한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들을 특정 주제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애에 따라 전시하는 것이여서 그만큼 그의 작품들에 순수하게 집중하는 느낌이 든다. 이 전시회로 화가 베르나르 뷔페에 대해 충분히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베르나르 뷔페의 시대별 주요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초반에는 유명해지기 시작한 1940년대 후반,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1950년대의 대표적인 정물화와 인물초상화 그리고 평생의 뮤즈이자 아내였던 아나벨과 서커스 테마가 등장하는 1960년대의 대표작들을 보여준다.


전시 중반은 거친 직선으로 표현한 잔혹한 아름다움을 가진 건축 풍경화와 강렬한 색상이 특징인 인물화 그리고 오디세이와 같은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대작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은 1990년대의 작품들로 구성 되며 뷔페가 죽기 전까지 작업하였던 화려한 색상의 광대 시리즈와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회는 70대의 거장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리며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은 30대 청년이 그려낸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 보며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자 1959년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가 구상회화의 끝을 알리고 추상회화를 추구하며 뷔페는 더 이상 화단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애 무려 2번이나 문화훈장을 수여 받은 20세기 최고이자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다.

점차 더워지고 있는 요즈음,  <베르나르 뷔페 展>에서 더위도 피하고 좋은 작품들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윤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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