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형식주의적 관점으로 분석한 양들의 침묵 [영화]

글 입력 2019.06.0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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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은 FBI 수습요원인 클라리스 스털링이 상관 크로포드의 지시로 한니발 전직 정신과 의사이자 식인을 하는 흉악범인 렉터 박사를 통해 연쇄 살인마 버팔로 빌을 추적해나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클라리스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꺼내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졸업 후 잭 크로포드 교수와 행동 과학을 연구하고 싶어 했던 클라리스는 교수에게서 살인 사건 추적을 명령받는다. 클라리스는 몸집이 큰 여성들을 납치하여 피부를 도려내는 연쇄 살인마 버팔로 빌의 심리를 추적하기 위해 한니발 렉터 박사를 만나게 된다.


한니발 렉터 박사는 자신의 환자를 살해하고 살을 뜯어먹는 악취미를 가진 흉악범이었지만 정신 분석에 있어서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렉터 박사는 사건의 단서를 주는 대가로 클라리스의 개인적인 내면의 이야기를 요구하였다. 이에 클라리스는 어린 시절 자신의 트라우마를 꺼내면서 이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상의원의 딸인 캐서린이 버팔로 빌에게 납치되고 범인의 정체를 알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렉터 박사는 테네시주 멤피스로 이송된다.


그곳에서 클라리스는 렉터 박사에게 자신의 트라우마 속 가장 깊은 부분을 말해주고 마지막 단서를 얻으며 렉터 박사는 범행을 저지르고 그곳을 탈출한다. 수사에서 제외된 클라리스는 렉터 박사가 줬던 힌트들을 통해 범인의 정보를 좁혀가고 수색대가 허탕을 치는 동안 버팔로 빌의 집을 찾아가 숨 막히는 대결 끝에 그를 살해하고 캐서린을 구해낸다.


신형식주의적 영화분석 필수 요소적 접근으로 이 영화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가공 방법 중 하나인 주제를 보자면 자신의 내면을 마주함으로써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 연약한 여성 요원인 클라리스 스탈링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의미들이 정교하게 엮여있어서 명확한 주제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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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의 스타일로는 프레임, 장면 배치, 시점의 특징과 교차 편집이라는 특징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카메라는 초반부터 클라리스가 여성으로써 차별받는 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혼자 훈련을 하고 있는 클라리스의 모습, 엘리베이터에서 등치 큰 남성들 사이에 홀로 서있는 모습, 사건 현장을 설명하다가 ‘이런 건 여자 앞에서 말하기는 좀 그렇군’이라며 그녀를 소외시키며 남성 보안관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을 때 그녀를 향한 남자들의 시선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은 그녀가 조직에서 소수자이며 왜소하고 연약하다는 느낌을 준다. FBI 훈련생인 이전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인 그녀는 수사를 진행하는 중간 중간 성적인 대상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조적 배치를 통해 그녀가 여성이기에 가지는 핸디캡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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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카메라는 클로즈업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인물들의 표정을 섬세하게 보여줌으로써 긴장감을 주며 인물들이 관객에게 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클로즈업이 아니어도 인물의 표정으로 분위기를 전달하는 장면이 많은데, 범죄 현장의 사진과 시체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이들의 직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클라리스의 반응을 통해 분위기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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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인칭 시점의 주관적인 샷을 통해 단서를 찾아갈 때와 버팔로 빌의 집을 탐색할 때 관객이 클라리스의 입장에 이입하게 함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교차 편집이 활용되었다는 점도 이 영화의 특징인데, 후반부 경찰들이 범인의 집이라고 생각한 곳을 습격하는 순간과 클라리스가 버팔로 빌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교차적으로 편집된다. 이로써 반전과 궁금증을 야기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후 클라리스의 시점으로 버팔로 빌의 집을 탐색하던 중 시체를 발견한 순간 암전되고 그 이후부터는 클라리스 시점이 버팔로의 시점으로 교차된다. 이러한 반전을 통해 극중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영화의 구성 형태는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메인 이야기와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정교한 인과관계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스토리와 플롯을 보자면 스토리는 FBI 훈련생인 클라리스 스털링이 정신과 의사이자 흉악범인 한니발 렉터 박사를 통해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을 추적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플롯은 1장에서는 스토리의 세계, 주요 등장인물과 갈등을 소개하고 끝에 주인공의 삶, 곤경, 장애물의 윤곽을 드러내며 2장에서는 캐서린이 납치되며 렉터 박사에게 거짓으로 제안한 것이 들키는 장면을 통해 장애물을 자세히 부각시키고 수사에서 제외된 클라리스가 렉터 박사로부터 받은 모호한 단서로 홀로 수사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압력을 받는 장면을 보여준다. 또한 과거의 트라우마가 서브 플롯으로 발전된다. 마지막 3장에서는 버팔로 빌을 사살하고 캐서린을 구함으로써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이 해결되는 것을 보여주는 플롯 구조를 보인다.


다음으로 영화 텍스트 의미론의 지시적, 명시적, 내재적 의미를 찾아봄으로써 영화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영화 이전의 재료적 현실인 지시적 의미를 찾아보면 영화 자체의 서사와 연쇄살인마인 버팔로 빌의 심리, 나방이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시적 의미가 영화에 놓인 재료적 현실을 의미하기에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지시적 의미에 포함되며 렉터 박사의 말을 통해 나방이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쇄 살인마는 보통 어린 시절에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정서적으로 학대당하고 성적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화에 어려움을 가지고 적절한 발달 단계를 거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하게 되고 자신의 환상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한다.


상상 속으로 폭력적인 충동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게 되며 왜곡된 도덕관을 갖게 되어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하게 된다. 상상을 정교하게 해나가면서 이를 실제로 시행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며 타겟을 물색하는 등 실행 준비를 하고 결국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이때 범죄 행위는 자신이 상상을 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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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시적 의미를 통해 관습적 상징들로 진술되는 모든 것을 뜻하는 명시적 의미를 도출해낼 수 있는데, 연쇄 살인마인 빌의 심리를 통해 유년기의 트라우마와 심리적 불안정이 현재,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클라리스가 어린 시절 양을 구해주지 못하였다는 트라우마로 인해 버팔로 빌에게 납치된 캐서린을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또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변화를 뜻하는 나방을 키우는 버팔로 빌의 행동에서 명시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학대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다가 성전환을 꿈꾸게 된 버팔로 빌은 나방을 소중하고 정성스럽게 키우며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가진 나방의 모습을 경이롭고 아름답게 바라본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심리를 나방에게 투여했다고 볼 수 있다.


암시적,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의미인 내재적 의미에는 클라리스와 렉터박사, 크로포드가 상징하는 정신분석학적 의미와 ‘yourself’ 창고가 의미하는 것, 버팔로 빌의 심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영화의 제목의 의미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이드, 자아, 초자아라는 정신 영역이 있다고 말하였다. 이드는 육체적 욕망과 본능적 충동을 본질로 하는 리비도의 저장소를 의미하며 자아는 그러한 이드를 통제하고 개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며 초자아는 양심과 긍지의 저장소로서 사회적 윤리체계의 일종이다.


영화에서 렉터 교수는 이드, 클라리스는 자아, 크로포드는 초자아를 의미한다. 처음 클라리스가 렉터 박사를 만나기 위해 겹겹의 철창을 지나 감옥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무의식을 억압하고 있는 심층적 방어 기재와 무의식이 내면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정신 병동에서 방탄유리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오가는 클라리스와 렉터 박사를 디졸브하는 장면을 통해 자아와 이드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일한 심리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초자아를 의미하는 크로포드는 사회적 도덕 가치를 통해 렉터 박사를 억압하지만 자아 역할을 하는 클라리스를 거치지 않고서는 이드를 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인다. 영화에서 이드와 자아는 두 가지 양상으로 거래를 하는데, 서로를 신뢰하는 첫 번째 상황에서는 투명한 유리를 사이로 정서적 교감을 하지만 신뢰가 깨진 두 번째 상황에서는 철장으로 서로의 관계가 단절된다. 이는 자아와 이드가 서로를 신뢰하고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서로를 속이는 것은 개인이 자신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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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터 박사는 클라리스에게 미스 모펫을 찾아보라 하는데 이것이 ‘yourself’라는 창고에 들어가 보라는 것을 알아내고 창고지기에게 Miss Hester Mofet이라는 이름을 듣게 된다. 여기서 ‘yourself’ 창고는 단어 그대로 클라리스 자기 자신을, 그리고 Miss Hester Mofet은 철자를 뒤섞어보면 the rest of me(나의 나머지 부분)을 가리키기에 렉터 박사가 한 말의 뜻은 자기 자신에게서 자신의 숨겨진, 나머지 부분을 찾으라는 의미였다. 클라리스가 창고의 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는데 이는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클라리스는 창고 깊숙한 곳안에서 흉측한 모습의 시체 머리 부분을 발견하는데, 이는 그녀의 내면에 숨겨 놓은 것을 직시하는 것이 그만큼 거북한 그녀의 심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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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터 박사는 버팔로 빌이 성전환증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믿고 있는 것이며 그는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양이라고 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이로 인해 성전환을 꿈꾸게 된 것이며 진짜 끔찍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고 하였다.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양이라고 하였는데 사회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버팔로 빌은 그 사회를 이뤄나가는 우리에 의해 살인자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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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화의 제목인 <양들의 침묵>. 클라리스는 어린 시절 비명 소리와 같은 양의 울음소리를 듣고 양을 들고 도망가려 했지만 결국 잡히게 되었다. 양을 구하지 못한 기억은 그녀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양들이 울부짖는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그녀는 트라우마로 인해 버팔로 빌에게 납치된 캐서린을 필사적으로 구하려 하고 결국 범인을 잡은 후 FBI에 인정을 받으며 과거에서 벗어남으로써 양들의 침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범인이 죽고 나서 나방이 날아가는 그림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을 통해 클라리스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성장하였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렉터 박사가 이제 양들의 울음소리가 멈췄냐고 묻는 장면은 그가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말해준 클라리스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보내는 것 같다.


영화 <양들의 침묵>은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을 추적해나간다는 거대한 플롯 밑에서 여러 상징과 주제가 정교하게 결합되어 다양한 의미를 담아낸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내면의 이야기와 단서를 거래하는 클라리스와 렉터 박사의 대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건네는 단서 외에도 렉터 박사가 클라리스에게 말한 문장들 속에도 단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팔로 빌을 어떻게 추적해나가는지를 살펴본 후에는 영화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이다. 특히 정신분석학이 반영되어있는 영화이기에 관련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또한 연쇄살인마인 버팔로 빌보다 더 악인같으면서 동시에 매력적인 캐릭터 렉터 박사를 이용하는 구조 또한 흥미로웠다. 신형식주의적 측면 말고 다른 측면에서의 분석글이 있다면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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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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