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옳지 않은 이유 [도서]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가지 방법
글 입력 2019.06.0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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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고양이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이 무서웠기에,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고양이만 봐도 멀찌감치 떨어지곤 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오로지 고양이의 시점에서 책이 서술되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간 사람의 눈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는 이야기는 많이 접했는데, 고양이의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단순히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시작한 이 책에 어떤 여운을 얻었는지, 지금부터 말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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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니다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이라, 제목부터 건방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용은 더 건방졌다. ‘인간을 접수한다’, ‘인간 남자는 단순하다’ 등 아주 자만심 가득한 표현들이 필자의 심기를 건드렸다. 고양이로부터 원고를 받았다는 작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체 어떻게 자라난 고양이기에 이토록 자신감에 가득 찼을까. 마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인간을 갖고 놀 수 있다는 듯한 말들은, 고양이에 대한 필자의 마음을 더욱 굳게 닫았다.

그래서 이 책을 고양이만 보면 정신 차리지 못하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에게 온갖 정성을 들이는 사람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러한 사람들도 이 책을 읽은 후 자신들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깨닫고, 고양이에게 모든 주도권을 빼앗기는 일명 ‘고양이 집사’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애묘가들도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의 실체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친구에게 오히려 애묘가들은 고양이가 이토록 영리한 데 감탄하며 고양이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양이와 함께 행복하고 평화롭게 사는 지름길을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이야말로 사람과 동물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목표 아닌가.

-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中



그런 필자의 생각을 미리 알아채기라도 한 듯, 이 책은 위와 같이 설득했다. 고양이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사는 삶이라, 이 말은 필자에게 새로운 생각의 깨우침을 주었다. 왜 필자는 고양이가 사람의 생각을 읽고 영리하게 행동하는 것을, 사람이 고양이에게 길드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을까.

고양이나, 사람이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개체라는 점에선 동등한 생인데 말이다. 어쩌면 그간 필자는 고양이를 키우는 존재로만 생각한 채, 함께 사는 존재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함께 산다’라는 표현에는 ‘키운다’라는 표현에선 느낄 수 없는 ‘존중’의 뜻이 담겨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이들은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과는 달리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싫어하는 행동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한다.

고양이가 편안히 잠들 수 있을 때까지 침대와 담요를 내어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지배된 집사이기 때문이 아닌 고양이의 가족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고양이를 키우는 존재에서, 공존하는 존재라고 깨달았을 때 책 안에 자리 잡았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편견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또한 고양이가 인간의 삶에 얹혀사는 존재가 아니라 공존하는 존재임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 어쩌면 세상은 전부 인간의 것으로 생각하는 인간들의 멍청함을 깨우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그간 인간의 입장에서만 해석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 고민해본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건지, 고양이가 나를 키우는 건지’라며, 고양이와의 관계를 ‘주객전도’라고 표현한 것에 반성한다. 인간과 모든 생물 사이에 있어, 애초에 주인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공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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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 The Silent Miaow -



지은이 : 폴 갈리코

옮긴이 : 조동섭

출판사 : 윌북

분야
에세이

규격
150*190

쪽 수 : 184쪽

발행일
2019년 5월 10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5581-221-1 (03840)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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