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는 광대다, 베르나르 뷔페 展: 천재의 캔버스 [전시]

인간의 날 것 그대로를 그려낸 작가, 베르나르 뷔페
글 입력 2019.06.0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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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전_포스터2.jpg
 

오랜만이다. 이렇게 담백하게 예술가의 작품들로만 구성된 전시라니,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누군가의 그림들을 보면, 소설을 읽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 전시처럼 예술가가 자신의 붓으로 직접 하나하나 색칠한 작품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림과 달리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이야기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그들의 심리를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이 든다. 작가는 어떤 기분 혹은 어떤 마음으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작품을 그렸을까. 그리고 만일 그림 속에 인물들을 그려 넣었다면, 실존하는 존재였던 아니던,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문화예술 작품이 되었던, 그 안엔 이를 만들어낸 이의 생각 더 나아가 인생이 아주 조금이라도 들어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베르나르 뷔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그는 자신의 작품에 무엇을 녹아내고 싶어 했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그의 작품들을 처음 사진으로 접했을 때, 아주 잘 알려진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가 생각났다. 필자는 그림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기에,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게 왠지 모르게 조심스럽기만 하지만, 아무튼 하나의 작은 감상자로서 그렇게 느꼈다. 그러니까 뭉크의 작품들만큼은 아니나 우울하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국내에서 열린 뭉크 전시회에 데려가 주셨다.

어린 나는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하염없이 우울해 졌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어린 소녀가 마음속에서 느끼는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 그냥 그림들을 보기가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작품 속에 섞여져 있어서 인 듯하다.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들은 하나같이 텅 빈 듯 공허하다. 아니나 다를까, 뭉크 그의 삶도 처절하게 비극적이다.

이걸 비극적이라 하면 왠지 모르게 구체적이고도 세세한 그의 삶을 일반화 하는 것 같아 싫지만 비극적인 건 맞다. 뭉크의 어머니와 누나는 결핵으로 사망했으며, 여동생은 정신병 진단을 받았으며, 남동생 또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또한 류마티즘, 열병, 불면증 등에 시달렸다. 그리고 평생 동안 그는 건강한 정신과 마음을 갖고 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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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조안거리의 밤(Evening on Karl J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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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Anx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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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다(Madonna)


그의 이야기는 아주 잘 만들어진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이고 아프고 힘들다. 모든 이들이 삶의 끝자락에서 주변인들의 죽음을 하나씩 경험하지만, 뭉크는 고작 5살 밖에 되지 않았을 때 어머니를 잃었다. 아마 죽음으로 종식되는 삶의 허무함, 죽음으로 인한 고통, 어찌 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따라다니지 않았을까.

그런데 엄청난 정신적 고통이 들어있는 뭉크의 작품들을 우리는 걸작이라 하고, 사랑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아픔, 비극 등등 이 모두가 집합된 우울의 끝을 달리는 그의 작품을 조용한 전시회 안에 서서 품평하듯 감상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다시 돌아와 베르나르 뷔페는 어떤 작가 일까.



베르나르 뷔페
Bernard Buffet, 1928년-1999년


나는 영감을 믿지 않는다.

단지 그릴 뿐이다.



프랑스의 화가이다. 나치스가 점령하고 있는 파리시 야간 학교에 나가며 데생을 익혔다. 중요한 건 그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일 것이다. 그는 2차 세계 대전을 겼었다. 전쟁의 포악함, 그리고 그의 주체인 인간의 타락한 모습을 자신의 작품에 그려낸 것 같다. 그림들을 보면, 절대 밝지 않다. 딱히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들도 아니다. 색감이 매우 탁하며, 작품의 인물들은 조금은 무섭고, 세상에 찌든 모습들처럼 느껴진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뷔페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에는 먹을 것과 그릴 것만 찾아 다녀야 했다”라고 말하며 삭막하고 쓸쓸한 풍경, 메마른 사람들 그리고 좌절의 초상을 그려냈다. 황량했지만 자유로웠던 세상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색상과 스스로 창작해낸 방법으로 그려낸 캔버스는 많은 이들의 외롭고 지친 감성을 대변해 주며 공감을 자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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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Buffet, Les folles, le repas II, 1970, huile sur toile, 200x195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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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Buffet, Paysages de Paris - La Cite et Notre-Dame, 1956, huile sur toile, 114x162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또한 베르나르 뷔페 작품의 주요 특징은 ‘광대’ 와 ‘서커스 테마’이다. 광대란 탈을 쓰거나, 분장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흥밋거리를 제공해 주는 존재다. 그러나 무대 밖으로 나오면 그들은 더 이상 광대가 아니다. 이렇듯 그는 광대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드러내려고 했다.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고 죽이는 건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전시 소개

이번 전시에서는 베르나르 뷔페의 시대별 주요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초반에는 유명해지기 시작한 1940년대 후반,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1950년대의 대표적인 정물화와 인물초상화 그리고 평생의 뮤즈이자 아내였던 아나벨과 서커스 테마가 등장하는 1960년대의 대표작들을 보여준다.

전시 중반은 거친 직선으로 표현한 잔혹한 아름다움을 가진 건축 풍경화와 강렬한 색상이 특징인 인물화 그리고 오디세이와 같은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대작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은 1990년대의 작품들로 구성 되며 뷔페가 죽기 전까지 작업하였던 화려한 색상의 광대 시리즈와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오랜만에 유화작품으로만 이뤄진 전시회를 간다. 정말로 기대된다. 요즘 다양한 형태의 전시회들이 정말 많다. 이제는 전시회도 하나의 여가상품이 된 것 같다. 좋기도 하지만 이쉽기도 하다. 영상물로만 이뤄진 전시회, 혹은 근래에 열린 아드만 애니매이션 전시회처럼, 애니매이션 스케치, 배경 소품들을 장식해 논 곳들도 너무 좋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이런 특정 작가의 유화작품들로만 단조롭게 구성된 전시회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거 같아 마음 한 켠이 조금은 슬프다.

미술관 전시를 다 돌 때까지, 작가의 삶과 사상이 녹아든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느낌이 참 이상하다. 내가 그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작가의 색체가 뚜렷한 전시회면 더더욱 그렇다. 베르나르 뷔페는 자신이 어떤 걸 추구하는지, 그리고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확실한 사람인 것 같다. 베르나르 뷔페 더 나아가 그의 작품들을 통해, 그 당시 그가 느끼고 반영한 시대와 인간상을 만끽하고 싶다.





베르나르 뷔페 展
- 나는 광대다 : 천재의 캔버스 -


일자 : 2019.06.08 ~ 2019.09.15

시간
11:00 ~20:00
(19:00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조선일보사
Fonds de Dotation Bernard Buffet
㈜한솔비비케이

후원
주한프랑스문화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이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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