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비에 담긴 뜻,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

글 입력 2019.06.0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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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오페라 나비부인을 관람하기 이전, [Preview]를 작성하면서 꼼꼼히 줄거리를 확인하고 어떤 부분들에 집중해서 공연을 보고 오면 좋을지 생각해보았다. 동양적인 분위기가 가미된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원작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과 무대 연출이었다.


2차 대전 전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내용으로, 게이샤였던 일본 여성과 미 해군 장교의 결혼은 사실 결말이 정해졌다시피 한 상태에서 시작된 것이었기 때문에 비극일 수밖에 없었던 이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오페라에 담긴 나비부인의 뜻



유명한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새드 엔딩이다. 미 해군 장교인 핑커톤과의 결혼을 결심한 초초상은 사랑을 맹목적일 만큼 간절히 믿고 따른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친척과 자신의 나라까지 저버린 듯 보이는 초초상에게는 이제 핑커톤만을 믿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잠깐의 신혼 생활 이후 핑커톤은 3년이 지나서야 초초상의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새 부인 케이트와 일본에 돌아온다. 초초상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의 아이를 남겨둔 채 자결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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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이 오페라의 주인공은 ‘나비 부인’ 초초상이다. 분량도 다른 배우들보다 확연하게 많아서 극 전체의 분위기를 초초상의 노래와 연기가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기에 사실상 극의 흐름은 대부분 초초상에게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초반부터 대사에서 ‘나비’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언급되었다. 초초상의 슬픈 삶에 대한 복선처럼, 비겁한 핑커톤의 입에서는 ‘당신은 나의 나비’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온다. 그에게 나비는 아름답게 하늘을 날던 한때의 날갯짓을 꺾어 가질 수 있는 대상이었다. 초초상을 속박하고 소유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초반부의 노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초초상은 이마저도 달콤한 고백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정말 나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인다. 사랑을 통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고, 더 자유로워진 나비의 몸으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듯 행복하게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까운 한편 답답한 감정도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상징적 의미



극에 대해서 우려했던 부분은 오리엔탈리즘과 자포니즘이 어떻게 표현될까에 관한 것이었다. 과거에 비해 다양해진 사람들의 시각과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 설정도 있을 법한 스토리에서, 서양의 일본 문화에 대한 시각이 단편적으로 표현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전체적으로 두 사조의 채도는 상당 부분 낮춰져 있었고, 스토리 자체와 음악, 연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앞선 걱정은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인물들의 관계가 좀 더 명확하게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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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서양의 문물로 자신의 옷을 완전히 갈아입고 개화에 성공했으나 2차 대전에서는 패배한 국가였다. 보상을 받기는커녕 해주어야 하는 입장에서, 성공할 줄 알았던 2차 대전에서의 배팅이 실패하고 나자 상실감이 큰 상태였다.


미국은 청교도를 기반으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에 성공하고 2차 대전에서도 승리하며 행복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 신생 강대국이었다. 일본인 초초상과 미국인 핑커톤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 <나비부인>이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이 두 나라와 너무도 잘 들어맞아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는 데에 몰입이 더 잘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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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아트오페라단의 <나비부인>은 종합예술답게 시각적, 청각적으로 다채로운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해주었다. 장면과 분위기가 전환될 때마다 중앙에서 회전하던 무대 중앙의 장치는 초초상의 집과 정원, 언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주었다.


동양적인 음계가 가미된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다른 공연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색다른 음악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연습과 훈련의 양을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훌륭해서 극의 몰입력을 한껏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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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의 전개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초초상의 슬픈 사랑과 노래에 집중하여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 충분히 감상해보면 <나비 부인>의 감동과 기억을 더 선명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기획 의도와 같이 초초상의 비극적인 스토리가 전쟁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인지에 대해 완전히 공감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비극적인 사랑의 서사로는 그만의 울림과 감동을 안겨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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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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