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힐링을 하는 건 각자의 선택, 레인보우 뮤직&캠핑 페스티벌 [공연]

너의 하루를 견디게 해주었던 음악을 찾아 가평 자라섬으로
글 입력 2019.06.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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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이 경기도인 줄만 알았던 내 세계가 다시 깨졌다. 가평은 경기도라기보다는 강원도 방향이었다. 그래서 엠티를 갈때 굳이 서울의 상부로 올라가서 기차를 탔다는 것을 나이를 먹고서야 알게 되다니, 충격적이다.


새로운 곳으로 향할 때는 늘 그런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내가 멍청해서이든,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것들이 새로운 곳에서는 상식 밖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새로움이 정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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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페스티벌, 두 개의 무대에서 하나의 축제가 열린다?



레인보우 페스티벌은 주 무대 레인보우 스테이지와 발라드 위주의 노래를 부르는 비교적 작은 포레스트 스테이지 두 개의 무대에서 동시에 축제를 진행한다. 위에 다이어그램에 보면 STAGE가 레인보우 스테이지고, SUB STAGE가 포레스트 스테이지다.


이제껏 축제가 다소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은 좋아하지 않는 가수의 무대라도, 다음 가수의 공연을 위해 억지로 관람을 해야하기 때문인데 레인보우 페스티벌은 그 틀을 깼다. 좋아하지 않는 가수라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되고, 목소리를 억지로 듣지 않아도 된다. 신나는 분위기와 조용하고 친근한 분위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자기 취향에 맞는 페스티벌을 즐길 수가 있다.​


또한, 두 개의 무대를 보니 긍정적인 점이 여러가지 보였는데, 한 무대가 끝나고 준비하는 시간동안 관람객이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레인보우 스테이지의 무대가 끝나면 포레스트 스테이지로 이동해 바로 다음 가수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다음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면, 빠져나가는 관중 속에서 꿋꿋이 자리를 유지하고 맨 앞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관람객에게 여러가지의 선택지를 제공해주는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페스티벌을 만들어준다.

각각의 스테이지에는 스탠딩석과 피크닉 존이 있어서 스테이지 내부에서도 자율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피크닉 존을 마련해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페스티벌 중에 가장 신경쓰이는 점이 가방이나 짐이었기 때문이다. 콘서트에 들어가기 전에도 크기가 큰 가방과 소지품은 아예 입구에서 맡기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레인보우 페스티벌은 자기 돗자리나 캠프에다가 짐을 놓고가면 되니 걸리적거릴 일 없이 마음껏 즐길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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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무대가 전부는 아니다.
페스티벌에는 예상 외의 해프닝이 종종 일어난다.
사진은 오픈형 카 쇼룸(Car show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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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레스트 스테이지에 BEN 무대, 페퍼톤스, 레인보우 스테이지의 자이언티, 빈지노, 포레스트 스테이지 정준일, 레인보우 스테이지 케이윌, 포레스트 스테이지의 백예린까지만 보고 돌아왔다. 후기를 보면 MFBTY, YB도 엄청나게 재밌었던 것 같은데 매우 재밌게 놀았던 것 같아 아쉽지는 않았다.​


원래는 캠핑까지도 하고 싶었는데, 아무 데서나 눈만 감으면 잠드는 나와 달리 동행한 남자친구가 쉽게 잠이 들지 못하기 때문에 캠핑하지 못했다. 새벽에 운동하고 출발을 했던 터라 너무 힘들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계속 잠들뻔했다. 돌아와서는 씻고 나서 일기를 써야 하는데, 술을 마신 것처럼 눈앞이 흔들려서 바로 잠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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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무대는 노래는 세 곡밖에 듣지 못했지만, 벤의 입담과 벤의 팬이 만들어주는 무대가 너무 재밌었다. 벤이랑 벤의 팬을 번갈아 가면서 큰 화면에 보여줘서 다들 재밌게 봤다. 밴의 매니저가 벤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에도 다들 놀라고, 콘서트보다는 팬 미팅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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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 끝나고 사람들이 레인보우 스테이지로 우르르 몰려가서, 굉장히 앞자리에서 페퍼톤스를 볼 수 있었다. 나는 밴드 음악을 거의 안 듣기 때문에 생소했는데, 드럼이 내 심장을 울리면서 점점 그들의 음악에 빠져들어 갔다. 트럼펫,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의 음악 소리가 아무것도 지지 않고 울려 퍼져서 ‘이런 게 밴드구나’하는 감탄이 들었다. 특히나 오른쪽에서 노래를 부르던 보컬은 온몸이 땀으로 젖고, 온 힘을 다해서 기타를 치는데 그렇게 자신의 음악에 온갖 애정을 쏟고 힘을 쓰는 사람을 가수라고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굳이 그건 음악과 음악 사이에 자신의 음악을 해설하거나 설명하려고 하지 않아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훤히 비춰 보였다. 말을 하기보다는 자기들의 음악을 좀 더 많이 들려주고 싶었다고 하면서, 쉬지도 않고 3개의 음악을 한 번에 연주했다. 남자친구가 페퍼톤스는 이어폰으로 듣는 것보다 무대에서 직접 듣는 게 더 좋다고 그래서, 집에 가서 페퍼톤스 음악을 들어보니 진짜 무대에서 듣는 것과는 열기가 달랐다. 왜 사람들이 밴드 음악을 들으러 클럽을 가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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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보이지만 자이언티



다음은 자이언티의 공연을 보러 레인보우 스테이지로 갔다. 레인보우 스테이지는 포레스트 스테이지보다 훨씬 컸다. 학교에서 축제할 때도 보고 놀랐지만, 자그마한 자이언티가 나와서 굉장히 난해한 노래를 부른다. ‘나비야’였는데, 사람들이 다 자이언티를 따라서 이해할 수 없는 춤을 추길래 남자친구와 눈빛을 주고받고 밥을 먹으러 갔다. 사실 나비야가 그렇게 난해한 노래는 아니고 오히려 귀여운데, 무대와 사람들이 만드는 그 광란의 파티란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밥을 먹고 있으니 No make up이나 ‘꺼내먹어요’, ‘씨스루’를 불러주어서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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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푸드 트럭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레인보우 스테이지로 빈지노를 보러 갔다. 어떻게 사진이랑 그렇게 똑같이 생겼는지 조금 놀랐다. 빈지노는 ‘아쿠아맨’이랑 유명한 노래 여러 개를 불러서 사람들이 전부 다 뛰어다니면서 합창을 불렀다. 군대에서 데려왔다는 밴드도 소개해주고, 간간히 군대에 대한 증오를 표현해서 너무 웃겼다. 케이윌 무대도 거의 다 아는 노래라서 재밌게 봤다. 케이윌이 물을 마실 때마다 여자들이 비명을 질러서 케이윌이 물을 못 마시는 것도 너무 웃겼다. 옛날 처음 그때보다 나이가 많이 든 모습에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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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스테이지가 굉장히 좁은데 백예린 무대에는 사람들이 모두 포레스트 스테이지로 몰려와서, 돗자리 깔아놓은 사람들의 자리가 다 밟히고 욕하고, 욕 들으면서도 사람들은 앞으로 꾸역꾸역 나아가서 백예린 노래를 들었다. 백예린의 무대는 노래 반, 웃음 반이었다. 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모습이었다. 백예린 무대까지 보고 나니 배고프고 기절하기 직전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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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레인보우 뮤직 & 캠핑 페스티벌에 바라는 점



레인보우 뮤직 & 캠핑 페스티벌의 입장권에는 주차권과 캠핑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주차권을 미리 구매하거나, 아니면 가평운동장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기다려서 타야 한다. 셔틀버스는 대략 5분~10분에 한 대씩 오고, 약 20명이 승차할 수 있다. 사람들은 ‘껴서라도’ 태워달라고 하지만,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기사들은 모두 앉혀서 데려간다. 셔틀버스의 신기한 점은 원래는 복도로 쓰이던 가운데 길에 의자를 내려서 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콜택시는 오지 않는다. 가평운동장에서 자라섬까지 도보로 약 40분, 1.5km의 거리라서 마음만 먹으면 걸어갈 수 있고 아마 택시요금도 기본요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텐데 차량이 워낙 많아 가평운동장에서 자라섬까지 가는 데 드는 비용이나 시간보다,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길가에 아무 데나 주차해놓은 듯한 차량도 보이는데, 페스티벌이 끝날 저녁때쯤부터 돌아오는 셔틀버스 차량이 대기하고 있으니 처음에 번거롭더라도, 가평운동장에 주차를 해두고 셔틀버스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보다 좋은 방법은 사실 잘 알아보고 주차권을 구매해두는 것! 공연을 보기까지 서울에서부터 약 5시간이 걸렸는데 차량 등 미리 준비한다고 준비했지만, 미처 알아보지 못한 나의 잘못이 컸다.

그러나 주차권도 모두 매진되고, 가평운동장에도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여 차를 뺄 때 몹시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축제 기간에 조금 더 많은 주차장을 추가로 대여하고, 셔틀버스 등의 서비스 안내를 자세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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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트럭은 위에서 언급한 화장실이 있는 구역에 반원 형태로 함께 있었다. 푸드 트럭 – 화장실 – 푸드 트럭 – 화장실과 같은 순서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푸드 트럭 각자에서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키오스크에서 줄을 서서 주문을 하거나, ‘퀸스 스마일’이라는 QR코드를 찍어 핸드폰으로도 주문을 할 수 있다.

우리 앞앞 사람에서 키오스크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시간이 지연되고, 우리 앞사람들은 음식 나오는 시간만 한참 보더니 음식을 시키지도 않고 갔다. 우리는 음식을 시켰지만, 영수증을 뽑지 않아서 막상 음식점에 가니 주문 기록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 불편했다. 핸드폰 번호를 적는 순서가 있어서 음식이 나오면 전화가 올 줄 알았는데 그런 게도 아니었다. 그러나 야채곱창과 샌드위치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레인보우 주최측에서 푸드 트럭을 엄선해서 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퀸스 스마일에서 결제를 할 수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지체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음부터는 키오스크를 여러 대를 도입하거나, 퀸스 스마일 QR코드를 많은 사람들이 보기 쉽게 나타내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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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셔틀버스, 푸드 트럭 등 불편한 점은 조금 있었지만, 꽤 괜찮은 추억이라고 회상할 수 있는 것은 힘든 시절에 목소리를 듣고 기운을 얻었던 가수들을 눈 앞에서 보며 직접적으로 힐링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이 간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기억이라서일 것이다.

평일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과는 반대로, 여행이라는 것, 축제라는 것은 모든 의무감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상사의 카톡, 전화 하나도 신경쓸 필요가 없어진다. 어떤 직책, 어떤 역할에서 벗어나 그냥 관중이 된다. 사람들은 축제라는 이름 아래 평소에는 전혀 입지 않는 옷을 입고 그 순간을 기억하려 한다. 일상 속에서 그나마 탈출구를 제공해주는 음악을 본격적으로 즐기러 떠나는 것이다. 꽉 막힌 사무실에서 그나마 이어폰으로 듣는, 또는 숨도 못 쉴 정도로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 속에서 귀로 들려오는 리듬은 그래도 조금 숨통 트이게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음악을 베이스로, 소중한 사람과 그냥 저 멀리 떠나버린다.

한 순간이지만, 그 순간은 영원이 된다. 나의 사진첩 속에, 나의 기억 속에, 그리고 나의 일부로 남는다. 여행이 끝나는 순간, 다음에는 어느 나라로 갈 지 자꾸만 계획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레인보우 뮤직&캠핑 페스티벌은 하루를 살아가기에 너무나 지친 우리를 충분히 달래주었다. 정말 아름다웠던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열정을 다하는 가수들이 보여주는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에 감명받고, 그 열정이 전이되어 우리는 제자리에서 뛰어다니게 된다. 남들 눈치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냥 박자에 맞춰서, 내 심장소리에 맞춰서 뛰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무겁다. 그 길을 돌아오고 싶지 않아서 괜히 더 머물게 되는 것 같다.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 일탈이 끝나는 것이니 자꾸만 미루게 되는 것 같다. 어찌됐든, 이런 기회를 준 아트인사이트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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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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