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공연]

글 입력 2019.06.0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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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기대 없이 공연을 보러갔다. 너무나 만족한 공연이었다. 깊게 이입해서 눈물을 흘린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베토벤'이라는 실존했던 극적인 인물로써 소재를 잘 잡았다. 모두가 아는 인물이기에 극적인 인물로써도 적격이고, 흥미를 끌기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늘 모두가 아는 '천재 예술가의 고뇌'였다면 평이했을 텐데, 예술성 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 성질'에 대해 이야기해서 훨씬 좋았다. 모두가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이야기였다. 실제로 있었던 유명한 극적인 인물을 차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서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나는 실존했던 베토벤에 대해서 잘 모르고 (모두가 그렇듯 유명한 곡만 알기에) 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다. 소재가 아닌 그저 뮤지컬 <루드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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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캐릭터



(실존한지 안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원래 인물을 모르니까. 극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한다면) 일단 꼬맹이 카를과 발터 역을 맡은 아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어쩜 똘똘하게 하는지. 볼 때 마다 엄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리는 대부분 극과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 평이 많은데, 나는 좋았다. 어찌됐든 이런 케릭터가 나옴으로써 한 번 더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환기시킬 수 있게 하니까. '나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데, 사회가 준비되지 않았다.'라고 엄청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항상 열쇠를 가진 사람으로써 베토벤에게 깨달음을 주고 갔다. 너무 멋있는 캐릭터이다. '포기하면 뭐가 남는데?' 내가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도전이 무서워서 하지 못했지만, 포기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다. 닮고 싶었다. 그 어떤 모습이어도 대단했다.

청년 베토벤.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괴팍함과는 거리가 먼 미청년 이미지였다. 배우가 잘생겨서 그런가.. 청력을 잃는 비극을 잘 표현했다. 재능을 발휘하는 모습과, 다 내려놓고 술만 퍼먹는 모습까지 너무 공감됐다. 내가 미술에 목맸으면 저정도 했을걸 싶기도 하고. 익숙하고 친숙하고 공감이 너무 많이 되는 캐릭터였다. 나라도 믿을 건 내 눈과 손뿐인데 잃어간다면 원망하고 엄청 울 것이다.


그 와중에 술값은 어떻게 벌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리고 조카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을 하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아는 바가 없으니까. 엄청나게 맹목적으로 표현하는 모습까지. 하나 밖에 모르는 부분이 예전의 나 같기도 하고 어쩌면 지금일 지도 모르고. / 조카의 모습을 할 때에도, 용기 없는 모습이 나 같았다. 으엉엉. 계속해서 자기성찰과 반성을 하게되네.

나이 든 베토벤 의 '하!'웃음 소리는 트레이드 마크다. 성량도 연기도 전부 다 쩌렁쩌렁해서 위압감이 컸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청년 베토벤이 연기할 때에도 다른 역할 또는 또 다른 베토벤으로 계속 머물렀다. 마리와 카를, 바터와 함께 있을 때에도.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다.

실제 피아니스트인 슈베르트 역 정말 매력 있었다. 등장할 때 말을 너무 잘해서 배우인 줄 알았는데 앉아서 그대로 계속 피아노 연주.. 피아니스트가 연기를 잠깐 한 거구나- 하기에는 너무 능숙했다. 공연의 전 곡이 다 피아노로 실제로 연주된다는 건 정말 큰 매력 포인트이다.



청년 역 이용규.jpg
 


2. 스토리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하고 평범한 한 인물의 전기이다. 극적인 인물을 데려와 극적으로 전개했다. 모차르트 대용품으로 억지로 재능있는 척 연기해야만 했던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 재능을 인정 받아 인기를 끄는 찬란한 청년 시절. 그리고 귀를 잃고 절망에 빠지고, 그 속에서 신의 뜻, 환희를 찾아내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죄책감을 갖게 한 아이의 대용품을 찾아 애정을 강요하지만, 조카의 자살시도로 다시 후회에 빠진다. 그렇게 죽음까지. 정말 파란만장하고 다사다난한 인생이다. 스토리 자체에서도 드러나는 베토벤의 맹목적인 성격. 하지만 어마어마한 장점이자 단점이 그저 '예술가의 특징'으로 보여지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 나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더 이입할 수 있었다. 매몰되는 감정과 그 모습이 너무 공감됐다.

대용품으로써 고통받고 연주했는데, 그 연주를 듣고 꿈을 꿨다니 정말 이렇게 아이러니할 수가 있나. 나에겐 재능이 없는데 있는 척 하는 서러움. 그리고 드디어 재능을 인정받고 자신의 시대를 누리는 중에 찾아오는 고난과 저주스러운 마음. 그리고 환희를 느낄 수 있게 해주려고 고통을 준 신에 대한 애증. 재능에 대한 미친듯한 열망에 같이 몰입이 됐다.


또, 자신의 사랑을 배려 없이 주입시키는 모습도 다 공감이 돼서 안타까웠다. 조카에도 이입하고, 베토벤에도 이입할 수 있었다. 마지막 슈베르트를 보낸 마음과, 그를 받는 마리의 마음까지. 나는 거의 전적으로 베토벤에 이입해서 공감했으며 상대편의 대부분에도 같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날 때 쯤에는 같이 울었다.



3. 무대 및 연출



중간 중간 배우들도 직접 연주를 했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너무 멋있었다. 그리고 무대도 눈에 보였다. 액자 같은 문들, 두 개의 피아노, 곳곳에 있는 촛대와 널린 악보들, 깃털 펜까지 세심하게 꾸며진 무대. 특히 액자를 타고 올라가는 조명까지 모두 좋았다. 환희를 느낄 때는 모든 조명이 비취지고, 어두울 때는 다 꺼졌다. 그리고 노래를 따라 같이 조명도 흘러갔다. 액자의 모서리 부분들이 문이었다. 공간과 공간을 나누면서도 이어지는 무대가 인상 깊었다.



4. 총평



내 취향은 좀 정해져있는 듯하다. 갈등이 미친듯이 극적으로 치닫는 부분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나서 치미는 후회까지. 후회하는 부분에는 나도 항상 같이 눈물이 나더라. 예를 들어 장발장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거나, 자베르 경감이 눈물을 흘릴 때도 같이 운다. <루드윅>에서도 같이 울었다. 게다가 한 인물의 생애의 전기를 담아서 내가 이입할 수 있는 여백이 매우 많았다.


스토리에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그 외에는 감정 분출이 주로 많았다. 난 여백 속에 같이 들어가서 충분히 몰입이 되어 엄청 울었다. 이렇게 깊게 들어가 눈물을 흘린 적이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극적인 감정으로 풍덩 빠져들었다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포스터가 조금 아쉽기는 하다.)



루드윅 역 서범석, 청년 역 이용규.jpg
 

루드윅 메인포스터.jpg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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