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 시작

글 입력 2019.06.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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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고생한 사람이다.

‘한’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요즘 들어 이 우울증이 꼭 고생을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온하기 때문이다. 재작년만 하더라도, 집에만 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도 못 만나는, 안 만 난는게 아니다. 나는 정말로 못 만났다. 사람들을 만나는 행위가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에.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죽일 거야라는 생각에 외출은 새벽에만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집 앞 gs. 덕분에 gs 편의점 아저씨가 늘 폐기를 챙겨줘서 그걸로 밥을 때우곤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갑자기 작년 9월 초 내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시작은 가벼웠다. 심심해서 피티를 등록하였고, 그 때쯤 아빠가 당뇨로 쓰러져서 나 스스로 건강에 관해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막 사는 것은 좋은데, 빨리 죽는 것은 좋은데, 아프게 죽을 수 있구나 처음으로 생각한 부분이다. 그래서 식단과 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규칙적 생활. 절대로 늦게 자지 않고 절대로 운동을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밥도 정말 탄단지 잘 챙겨서 먹고. 우습지만, 그렇게 해야 내가 ‘살아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술과 담배에 쩔어 살던 내가 술과 담배를 끊었다.

모든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풀었다. 운동으로 풀다보니까. 운동량은 많아지고, 그에 비해 먹는 양은 여전히 적어, 자연히 몸이 망가졌다. 건강에 좋다는 모든 것을 찾다보니까 너무 많은 정보들을 얻었다. 나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냈고, 그게 건강 관리인 줄 알았다. 내가 하는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바로 당뇨에 와서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어렵고 싫지만, 이 때의 난, 강박 장애가 심했었다. 찾아본 건강 다큐에서 좋다고 하여,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였다. 원래 양이 적고 자주 먹는 나에게, 간헐적 단식은 맞지 않았던 식습관인데, 그걸 무시하고, 무조건 당뇨병에 좋다. 라는 문구만 보고(사실 나같은 저체중에게는 포함 되지 않는 소리인데 말이지) 바로 실행을 했다.

나의 몸에 대한 이해 없이 오직 외부의 규칙으로만.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나는 간헐적 단식을 하지 않으면 나는 죽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간헐적 단식을 하였다. 그 결과 평소 양보다 많이 먹어 설사를 하거나, 시간을 넘기면 안된다. 라는 생각에 배가 고파도 먹지 않았다. 그 결과 과식으로 이어지고 그게 또 배를 아프게 했었다. 나 좋자고 스스로 만들어낸 규칙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한 다음부터 나의 몸의 맞춰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봤다.

처음의 인지의 시작은 누군가의 말이었다. 나의 식단과 운동량을 블로그와 인스타에 기록을 했는데, 누군가 나에게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처음에 그 말을 들은 나는 화가났다. 나는 강박이 아니야! 건강하게 살려고 그래! 라고 화를 내고 스스로에게 안심 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은 나를 따라다녔고, 결국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정말 내가 괜찮은 상황인지. 아니 그 때의 나는 비정상이었다. 간헐적 단식으로 먹고싶어도 참고,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스스로 인지한 난, 소름이 끼쳤고, 다시 나를 돌아봤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 전의 나는 그동안 간헐적 단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픈데 없었고,(뭐 정신 말고요) 밥 먹기 귀찮아해서 과자 한 봉지로 대충 삼일을 버텼지만, 몸은 나쁘지 않았다.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나의 삶에서 그동안 나빴던 과자로 밥 때우기, 그리고 음료수로 밥 때우기를 고쳤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규칙적 생활을 하는데, 내가 몸이 나빠질 리가 있겠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내 몸에 맞으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니까 모든 것이 편해졌다.

이미 너무 말라진 몸이지만,(사실 내 몸이 맘에 들지 않아 몸을 잡고 운적도 수십 번이다) 이 몸이 내 몸이면, 몸이 아프지 않은 이상 나쁜 건가 싶고, 그리고 사실 몸의 형태가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했다. 그냥 몸은 건강하게 기능만 잘하면 상관없는 건데! 사실 이 모든 것이 간단히 말했지만, 지난 몇 개월간 나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것이 나의 몸을 갉아먹고 나아가 다시 정신까지 갉아먹는 상태, 하지만 지금의 나는 피나는 노력으로 현재의 상태에 이르렀다.

나로서 시작하는 것, 요가와 명상. 그리고 수많은 책들. 그리고 건강하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 꾸준히 하는 것! 정말 처음에 내가 맘 먹은 대로 건강하고 맘 편하게 살아가는 것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목표를 이룬 것이지. 약 1년만의 드디어 내가 바라던 우울증과 강박장애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것이다. 몇 년을 치료를 하고 약을 먹어도 안되는 것이! 내가 일 년 간 노력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거다. 나에게 집중해서 나로서 시작하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고 사람들이 나에게 많이들 조언해준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들어줄 여력도 여유도 없었고, 그리고 듣고 싶지도 않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일부러 안하는 사람. 내가 깨닫기 전에는 안하는 사람이니까(이것도 나에 대한 이해이다) 내가 나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을 정리하자면, 나는 가만히 있는 것이 힘든 사람이며,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핸드폰만 하니까 무기력해지고 무기력해지니까 우울에 빠지고,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예민한 사람이고 생각이 원래 많은 사람인데, 굳이 남들의 기준에서 살아가려고 하니까 남들과 다르면 안된다.라는 생각에 더 우울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나를 알게 되니까 이제는 편하다. 그냥 나는 나니까 이런 생각? 이게 난데 뭐 어때? 남들이 못생겼다 해도 괜찮아 예쁘다 어쩐다. 평가해도 나는 변하지 않고 내가 그렇게 생각안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남들이랑 다른 게 어때서 다 같음 재미없으니까. 나는 원래 이 것이 매력인 사람이고, 이 걸로 대학도 갔고, 이 깡 하나로 오디션도 뭐도 하던 사람인데, 어릴 때도 그랬는데.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너무나 평온해졌다. 나는 나. 그리고 멋지지 않아도 나. 내 기준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나. 그래 나는 최송희다.




[최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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