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양이가 인간에게 전하는 필독서, 책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글 입력 2019.06.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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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고양이가 인간에게 전하는 필독서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인간의 사랑은 막대로 맞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책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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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폴 갈리코
출판 윌북
발매 2019.05.10.
 


고양이가 인간을 길들이는 방법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책 제목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지는 않지만 이러한 제목의 책이라면 한 번쯤 열어보고 싶어진다. 동물이 바라보는 인간, 우리들의 모습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하고 말이다. 인간이 '멍청한'이라고 수식되는 것처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집사라고 불린다. 그만큼 고양이라는 동물이 지닌 이미지, 그리고 그 묘한 까다로움 때문일 것이다. 마치 인간이 고양이에게 길들여지는 모양새니까.

'길들인다.'라는 표현을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다. 어린 왕자와 여우의 이야기 중,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하는 말이 있다. "... 만약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길들여진다는 건, 사실 누군가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서로의 이해, 서로의 관계 속 오랫동안 쌓인 시간이 길들이는 것이다. 책 속 화자는 인간을 길들인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사실 서로가 서로를 길들여 한 가족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고양이 화자의 행동들은 내가 고양이를 키우지 않아도 들은 이야기들로 알고 있는 행동들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들을 집사인 친구들이 매우 좋아했고, 자랑했다. 일을 하는 자기를 방해해도, 자신의 일상 속 고양이의 지분이 커져도 그것은 행복이었다. 우리 인간은 모르겠지만 고양이들은 계속해서 본 책을 필독하며 인간을 길들이고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이들은 서로에게 길들여져 친구, 가족, 한 마디로 반려가 되는 것이다. 이제 애완동물이라는 표현보다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더욱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단순히 애완의 무엇이 아니라, 또 다른 객체의 생명 그 자체이자 내 곁에 머무르는 생명, '반려'가 실제로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내 반려동물을 찾고 싶지만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 것, 이 책이 인간들의 언어로 번역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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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고양이가 인간에게 전하는 말

본 책은 영리한 고양이가 타자기를 두드려 적은 이야기를 인간의 언어로 해독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책의 설정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왜 이 책의 작가는 고양이 말을 해석했을까. 정말 편집자가 부탁해서일까. 고양이 언어가 매력 있어서 일까. 난 분명 인간에게 전할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좀 더 이해해보자는 그 말, 그리고 인간의 사랑이 막대기로 맞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그 말, 같이 함께 지내자는 그 말, 그런 말들을 전달하고자 함일 것이다. 책 중에서 이러한 문장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이런 인간의 사랑이 막대로 맞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인간은 사랑하다가도 사랑을 버리고 떠날 때가 많다. 우리 고양이는 절대 그러지 않지만.", 그리고 책 <어린 왕자>에서도 이러한 문장이 등장한다. "하지만 잊지 마.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해. 넌 네 장미에게 책임감을 느껴야 해."

어릴 적부터 동물들을 좋아했다. 강아지, 고양이 등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쉽게 그 마음을 열지 못한 것은 단 하나다.

"내가 과연 책임질 수 있을까?"란 물음 때문이다. 고양이가 인간에게 말하듯이 우리 인간은 사랑이 변하여 버리기도 한다. 그 잘못된 사랑으로 인해 순수한 생명들은 상처받고 고통받는다. 우리는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아직 나는 나에 대한 자신이 없다. 그래서 미루고 있다.

한순간의 귀여움으로만, 한순간의 즐거움으로만 여린 생명을 데려오는 건 내게도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길들이기로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끝까지, 생명을 다할 때까지, 길들임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말이다. 본 책이 번역된 이유는 그러한 책임을 인간에게 묻고 있다. 이렇게 길들였는데 과연 책임을 질 수 있냐고 말이다.

본 책은 1964년도에 출판되어 고양이 집사들에겐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이라고 한다. 64년에 제기된 이러한 문제가 아직까지도 해결되고 있지 않음은 슬프다.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순수한 생명들에게 우리는 상처를 주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진정한 공존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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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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