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알라딘, 혹은 영화 자스민 [영화]

글 입력 2019.06.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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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이 돌아왔다. 어린 시절 만화 영화 알라딘을 본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실사 영화화되어 돌아온 알라딘의 소식에 기대와 걱정을 고루 표출했다. 알라딘이 지니의 도움으로 왕자의 모습을 하고 자스민 공주에게 청혼하기 위해 행차하며 등장하는 곡 'Prince Ali'의 일부가 공개되었을 때도 여러 목소리가 더해졌다.

 



 

자막이 아닌 더빙으로 우선 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에는 별다른 이유 없는 변덕이었다가, 원하는 시간에 더빙으로 볼 수 있는 관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어 예매 사이트를 수차례 들락거리면서 약간은 오기로 바뀌었다. 외국 영화를 자막이 아닌 더빙으로 볼 때, 본래 문장이 담고 있던 의미가 축소되거나 조금 바뀌는 경우가 있는 탓에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들을 한국어로 듣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극장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자막으로도 한 번 더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나 더빙으로 본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으며 그에 실망하지도 않았다. 지니는 능청스럽고 유쾌했고, 소년 태가 나는 알라딘의 목소리는 대사를 할 때와 노래를 부를 때의 목소리가 흡사해 듣기 편했다.




만화 영화와 실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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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영화 알라딘



많은 사람들이 양탄자를 타고 자스민을 향해 손을 뻗으며 자신을 믿느냐 묻는 능청스럽지만 또 미워할 수 없게 선한 만화 영화의 알라딘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알리 왕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신분을 속인 채 청혼을 하면서도 비교적 자연스럽고 뻔뻔하게 연기를 해내는 만화 속 알라딘에 비해, 실사 영화 속의 알라딘은 훨씬 어리숙하고 어색한 왕자 연기를 겨우 펼쳐나간다.


각종 보석과 진귀한 물건들을 가지고 자스민을 만나러 간 알라딘은 알리 왕자를 연기하며 각종 맛있는 잼에 대해 줄줄 늘어놓기도 하고 잔뜩 긴장한 채 중언부언 말실수를 남발하기도 한다. 보면서 함께 민망하여 더욱 고통스러운 장면이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본래 모습에 자신 없어하고 순박한 알라딘이 만화에서보다 더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스민 역시 만화 영화 속의 캐릭터와 상당히 다르다.
 

*


노래와 춤이 가득한 영화인 만큼 흥겨운 노래와 춤, 그리고 그것들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CG장면들도 보기 즐거웠다. 특히 지니가 램프에서 갓 나온 지니가 자신을 소개하는 곡인 Friend Like Me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CG가 아니더라도 추수감사절 파티에서 지니의 도움으로 자스민과 함께 춤을 추다 못해 현란한 독무를 선보이는 알라딘의 장면과 영화가 끝난 후 캐릭터들의 마지막 파티 장면 역시 뮤지컬 영화다운 즐거운 장면들이었다.
 



영화 알라딘, 혹은 영화 자스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탄생한 디즈니 만화영화



만화 영화 속 알라딘은 램프의 요정 지니의 도움과 자신의 재치로 왕자로 모습을 꾸미기도 하고 왕에게 최면을 걸고 권력을 장악하려는 악역 자파를 물리치며 결국 자스민과의 사랑을 이룬다. 자스민 공주는 여느 공주 이야기의 공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억압된 상황 속에서 자유를 꿈꾸다 알라딘을 만나 마법 양탄자를 타고 세상을 바라본다. 알라딘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도 있는 아름다운 노래 A whole new world가 그것이다.



A whole new world 영상



실사 영화 알라딘에서 A whole new world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곡은 공주라는 위치와 램프를 손에 넣은 자파가 휘두르는 횡포로 인한 억압 속에서도 절대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노래하는 곡인 speechless이다. 만화 영화 알라딘은 오래된 작품이다. 그러나 그를 토대로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온 실사 영화 알라딘은 그렇지 않다.



speechless 영상



천년동안 공주가 술탄이 된 역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왕의 유일한 혈육이면서 백성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부에도 열심이었던 자스민은 왕이 될 수 없었고, 공주는 왕자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법 때문에 초면에 얼굴을 평가하면서 웃는 타국의 왕자 같은 사람들과 언젠가는 결혼 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자스민은 결코 그런 억압받는 상황에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편하게, 침묵하며 살라는 사람들의 말에도 절대 침묵하지 않는 그녀는, 지니는 없을 지언정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사랑을 이룬 공주가 아닌 꿈을 이룬 왕을 롤모델로 삼는 여자아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사랑의 성취는 결혼이고, 결혼이 해피엔딩의 종착역이라는 말은 여러 이야기 속에서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님 곁을 따라다녔지만, 이 영화에서는 도리어 자스민보다 알라딘과 함께 하는 말 인 것 같다. 침묵하지 않는 자스민은 술탄이 되었고, 술탄의 자격으로 법을 바꾸어 왕자가 아닌 알라딘과 결혼한다.


알라딘은 자스민에게 세상을 보여주었지만, 자스민은 그 이전부터 왕이 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왕이 되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라딘에게 밝혔을 때 자신이 생각이 중요하느냐 되묻는 알라딘의 모습에서 자스민도 우리도 깨닫는다. 공주는 왕자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행동할 수 있고 왕이 될 수 있다. 자스민의 이야기는 결혼으로 끝나지 않는다.




세 개의 소원, 세 사람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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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세 가지다.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이고, 퀴즈도 세 문제이며, 야구도 삼진이면 아웃이다. 지니의 소원도 그렇다. 딱 세 가지만 들어준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도 소원을 이루는 존재도 셋이다. 인간이 되고 싶었던 지니, 자스민과 결혼하고 싶었던 알라딘 그리고 술탄이 되고 싶었던 자스민은 영화의 마지막에 모두 소원을 이룬다.


보고 나면 개운한 영화다. 노래와 춤도 즐겁고 자스민의 이야기에는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도 함께한다. 새로운 시각과 유쾌한 감성으로 재해석한 디즈니의 알라딘을 보고 한동안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왕은 자스민이라고 말하고 다닐 것 같다.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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