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_letter 03.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간다.

독립출판 FULL MOON : 우리들의 작은 보름 이야기
글 입력 2019.06.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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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_letter 03.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간다.

독립출판 FULL MOON
: 우리들의 작은 보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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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에 다녀왔다. 3개월만이었다.

쫓기듯 서울을 떠나 다시 고향에 자리 잡은 뒤 정확히 108일이 지난 날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 곳을 떠나면서 나는 내 일상의 중심을 다시 나의 외부에서 내부로 옮겨올 수 있었다.

resilience;
1. the ability to be happy, successful, etc. again after something difficult or bad has happened:
2. the ability of a substance to return to its usual shape after being bent, stretched, or pressed:

회복탄력성이란 영어 단어 resilience의 번역어라 소개된다. 이 단어가 본래 우리 나라 말은 아니었단 의미다. 사실 이 단어는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할 정도로 자주 쓰인다. 이 단어의 정의는 정말 간단하다. ‘어떠한 외부의 영향에 맞서 다시 본래의 형질로 돌아오는 능력’. 즉 회복을 얼마나 빨리 하는지를 말한다.

이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별거 아닌 마침 사소한 만남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에서 보고 싶던 전시가 있었고 친구들을 만날 겸 1박 2일로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대충 명동 근처에 숙소를 잡았고 자세한 위치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저 역 근처겠거니’ 생각하고 말았는데 체크인을 하려고 정확한 위치를 켜고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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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지난 8월에 살았던 고시텔의 맞은 편에 숙소가 있었다. 그 시기는 한창 힘들어 울며 지내던 시기였는데 그 맞은 편의 건물에 반 여행자로 묶게 된 상황에 기분이 묘했다. 그때에 비하면 다분히 안정된 내 마음이 한편으론 기특하기도, 한편으로 계속 그 길을 고집해 서울에 악착같이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1년 전 가장 좋아하던 시원한 자리에 앉아 가방 속에 있던 책을 집어들었다. 한창 힘들었던 그 시기, 내 내면의 소리들을 꾹꾹 담아 적어 나갔던 내 이름이 들어간 첫 기록물 ‘full moon’.



달에게 보내는 편지 : 가려진 이야기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글을 쓰고 싶어서. 그 뿐이다.

이 책은 13명의 사람이 모여, 각자의 마음을 모아 만든 ‘작은 보름’이다.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정답’과 ‘규칙’을 벗어나, 늘 주목을 받는 ‘보름’을 벗어나 그믐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속도로 커져가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시로, 에세이로, 소설로 담았다.


나의 우울에 대하여.jpg
 

굳이 회복 탄력성 이야기를 꺼내면서 글을 시작한 이유는 내가 자신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에서 길을 잡을 수 있었던 방법이 이 책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내 글을 꾸준히 본 사람이라면(그럴 리는 아주 아주 적겠지만) 주관적인 감정이 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나는 종종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방법으로 활자를 찾곤 한다.

이 책 속엔 우울이 내 곁에 머물렀던 시간들을 빼곡히 담은 나의 기록들이 모아져있다. 그래도 이 활자 녀석들 덕분에 내가 그 우울의 터널에서 길을 잃지 않았기에, 이 녀석들은 나에게 일종의 회복 지시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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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이란 놈에게 잡아먹혀 한창 허덕이던 여름, 되찾은 아슬아슬한 학교생활로 인해 그나마 버텨나갔던 가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했던 겨울, 상처가 아물기를 바라며 미약하게 꿈틀대던 봄을 지나 다시 여름으로 들어오는 1년 여의 시간을 돌아 내가 1년 전과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제 내 손에 그 긴 시간을 기록한 나의 글이 들려져 있다는 점 뿐이었다.


풀문1.jpg


나의 글을 넘어 다른 동료들의 글 역시 각자의 그믐을 거쳐 보름으로 나아가는 각 개인의 발걸음을 담고 있다. 같은 자리에 이 책을 가지고 선 순간, 그저 조용히 이들의 발걸음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찾아가는 사람들의 흔적들 사이를 거닐며 다른 이들 역시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바랐다. 그게 지극히 소박한 이 글을 쓰는 이유다.



별이 사라진 하늘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둠이 드리워진 밤하늘 아래 이들의 곁을 지키는 존재는 달뿐입니다. 이 책은 달에게 보내는 가려진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던 시간들, 달을 보며 읊조리던 혼잣말, 기억의 소각, 우울의 그늘… 세상에 미처 가닿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고이 접어 달에게 보냅니다.

- full moon 여는 글 중에서



우울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일부로, 존중 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로 여겨지길,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이 무사하기를, 그래서 당신의 삶도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 나의 우울에 대하여 / 작가의 말 중에서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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