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은 늘 내 곁에 있어 [도서]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글 입력 2019.06.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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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정의내리기엔 너무 추상적인 질문이다. 누군가에겐 별다른 걱정 없이 평탄하게 사는 것이 행복일 수 있고, 어쩌면 어떤 이에겐 무언 갈 하나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것이 행복일 수 있다. 또 우리 모두 행복한 마음을 느끼는 때와 행복하다란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가르는 기준도 다 다르다.


그런 점에서 오늘 리뷰 할 이 책은 큰 의미를 지닌다. 성별, 나이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페이스북 친구 100명이 각자 만의 중요하고 숭고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이야기 한다.



100작가 프로젝트, 행복은 늘 내 곁에 있어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정말 따끈따근한 책이다. 행복에 대한 어떤 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내용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진심어린 짧은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글의 양식 또한 다양하다. 시 한편을 써놓으신 분들도 계시고, 간단한 산문형식도 보이고, 시나리오처럼 꾸며진 대화문도 있다. 또한 각각의 글마다 프로젝트의 리더인 임진순 작가의 그림이 들어있다.


크기변환_임진순 작가 그림.jpg
 

임진순 작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이름 석자가 적힌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연찮게 들어온 기회들은 불발돼 버리고, 이 참에 출판사에서 기회를 안 주면, 자신이 직접 출판하면 되겠다 생각해, 책의 글을 장식할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준말이라 한다)들을 구하기 시작한다.


‘왜 누군가 내게 행운을 가져다주기만을 바라고 살았을까? 누가 안주면 내가 만들면 되잖아, 출판사가 기회를 안주면 내가 출판을 하면 되잖아. 일단 그림 수준은 출판사를 통과했다. 그럼 그 다음엔 뭐가 필요하지? 글인가? 오케이. 내 페친들 중에 글 잘 쓰는 사람 많잖아?!

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말 힘들었다고.

- 프롤로그 중 일부 발췌


2018년 10월 18일 <100작가 프로젝트>의 주최자, 임진순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프로젝트 공지를 올렸다.


“우리 책 한권 내실래요?”

주-제 제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 저자가 되고 싶으신 분. 재미난 도전을 재미나 하시는 분. 재택 알바에는 관심이 있지만 고소득에는 취미가 없으신 분들만 보세요. 저랑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 없는 사이라도 괜츈해요.^^

제가 얼마 전부터 뭔가 재미난 기획을 해보자 마음먹고 궁리를 떨고 있어요. 그 중 하나가 ‘페친 100명과 공동으로 책을 내는 것’인데 과정은 이런 식이에요. 안 바쁘시면 한 번 들어나 보실래요?  ....................




말뿐인 말, 그럼 행복하단 말은?


책 장을 얼마 넘기지 않아, 내 마음과 눈길을 사로잡는 글을 발견했다.


인생에는 실수가 없다
탱고처럼

70년생, Maji 김현진

깨달음을 얻었거나 혹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분들이 늘 반복하는 얘기는 "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수행도 언설을 뛰어넘는 저 경지 어디쯤을 목표로 삼고 있고, 우리의 마음이란 놈도 말로 표현하는 순간 거짓부렁이 되어버린다고 이야기 한다.

붓다의 경우 그 언설을 뛰어넘는 경계를 설명하기 위해 8만 번이 넘는 설법을 남기셨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긴 하루에도 수만 번 날뛰는 마음자락을 지상의 언어로 말하는 건 불가능 해 보인다.

대화라는 게 얼마나 공허한지,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와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게 요즘의 대화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난 아주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고, 인문학이란 걸 배웠고, 또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설명과 설득이 필요한 비지니스를 하고 있다. 어찌하다 보니 말천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주 "말이야 막걸리야?"라는 질문을 할 정도로 화려하고, 또 적당히 현학적 허세가 가미된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다 보니 말로 점철된 삶이 지루했다. 그 순간 시작한 것이 '탱고'라는 춤이었다. 탱고의 불문율은 음악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멈출 것. 미련을 갖고 질질 끌 수가 없다. 춤을 추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그리고 춤을 추는 동안 말을 하지 말 것. 아주 미세하게 서로 밀고 끄는 동작을 감지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몸짓에 온 감각을 집중해야 한다. 말을 하면서 감각을 흐트러뜨린다면 십중팔구 발을 밟거나 넘어지게 되어있다. 춤을 추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상대방의 몸짓 하나에도 집중하는 태도, 그게 바로 탱고다.

"인생에는 실수가 없다. 탱고처럼."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알파치노의 명대사다. 그건 아마도 탱고를 출 때처럼 쓸데없는 말없이 찰나에 상대방과 그 상대방을 향한 날 알아차릴 때 가능한 이야기리라.

우리네 삶의 연주가 언제 끝날지 우리 모두는 알 수 없다. 연주가 끝나는 순간 우리의 춤도 끝이 난다.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미련도 불가능하다. 그저 우리는 지금 순간순간 우리의 모든 감각을 성성하게 살려서 나와 세상을 알아차릴 뿐이다.

이 춤의 끝이 저 비상구를 빠져나가는 것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 순간 나는 춤을 출 뿐이다. 다른 이들의 춤이 끝났다해도, 다른 이의 춤이 더 멋져 보인다 해도 내 춤의 연주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는 혼신을 다해서... "Liberttango!"


요즘 학교에서 20세기 미국 문학의 대표자, 윌리엄 포크너의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As I Laying Dying)을 배우고 있는데,  페북친구 70년생, Maji 김현진 작가님의 글을 읽자마자, 소설 속 '애디(Addie)'가 생각났다.


크기변환_내가 죽어 누워 있을때.jpg
 

이 소설은 어느 한 가족의 장례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장례여행이라니 말이 좀 이상하고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간단히 줄거릴 소개해드리자면, '애디(Addie)'는 이 가족의 어머니이며, 소설 초반에서 죽는다. 애디는 죽기 전, 남편 앤스(Anse)에게 자신이 죽거든 고향, 제퍼슨(Jefferson)에 묻어 달라고 유언한다. 그리고 정말로 가족들은 무더운 여름날, 심지어 비가 심각히 내려 마을의 다리마저 침수 된 상황에서, 어머니 시신을 넣은 관을 끌고 돌고 돌아 제퍼슨으로 향한다. 관 속의 시신은 점점 부패해 너무나 슬프게도 악취가 진동하고, 시신을 파먹는 독수리들이 쫓아다닌다.

소설은 이들의 장례여행에 대한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과 생각들로 이뤄져 있다. 그 중에서 딱 하나, 죽은 애디(Addie)의 챕터가 있다. 거기서 애디는 이렇게 말한다.


말이란 전혀 쓸모없다는 사실도 그때 깨닫게 되었다. 말하려고 하는 내용과 내뱉어진 말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캐시가 태어났을 때, 모성이란 말은, 그 단어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가진 엄마는 그런 단어가 있든 없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공포라는 말도 공포를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다. 자존심이란 말도 마찬가지로 자존심이 없는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고.  ---- 사랑이란 단어 역시 다른 말과 마찬가지임을 알고 있었다. 그저 빈 곳을 메우기 위한 형태일 뿐이라는 사실을.


당연, 에디의 말처럼 섬세하고도 이 세세란 마음들을 어떻게 말을 통해 온전히 드러낼 수 있으랴. 그렇지만 우린 '말' 없인 절대 살 수 없다. 겉만 번지르르한 텅 빈 껍데기인 말들도 많이 하며 살지만 그래도 때론 가슴 저 깊이 있는 마음을 있는 힘껏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 고민하고 또 고민해 선택한 진심 어린 낱말들을 내뱉는다.

행복하다란 말도 똑같다.

우리 대부분은 행복하단 말을 하기 위해, 행복이란 말을 채우기 위해,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란 걸 증명해내기 위해 소위 "행복이란 ~ 거예요, 이렇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어요" 라 정의 내려진 것들을 이뤄내려 한다. 물론 일정부분  맞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게끔, 그곳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게끔 도와 줄 수 있다.
 
그러나 저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일 뿐만 아니라, 단 한 사람일 뿐이다. 우리 모두 대게 큰 틀에서 비슷한 삶을 살고,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래도 개개인의 삶은 제각기 다르고, 소중하고, 고귀하다. 그렇기에 행복으로 가는 길또한 마찬가지다. 행복에 답은 없다.

어떤 무언가가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해준 다면 그 뿐 아닐까. 누구는 여행을 통해서, 누군간 공부하는 짜릿함에서, 또 누군간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 많고 많기에 나열하기도 힘들다.



나에게 있어 행복(파랑새)이란.


책을 읽으며 한참 동안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행복이란 무엇일까?

바로 위해서 아는 척, 잘난 척은 다하며, 행복에 대해 논했지만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를 기쁘게 하고, 소위 말해 살 맛 나게 해주는 아이들은 많다. 그냥 간단하게 이런 것들이 행복인 걸까. 지친 몸을 끌고 들어와, 깨끗이 씻고, 주황색 조명 아래서 책을 읽는 일도 너무나도 좋고, 또 시간 날 때 혼자 영화관에 앉아 영화보는 것도 좋고, 재미난 드라마나 예능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깔깔 웃는 것도 너무 좋고, 매번 성실히 못하고 늦고 하지만 나에 대해 온전히 생각하고 이를 글로 옮길 수 있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도 좋고, 오래된 친구들이랑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도 너무 좋고,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중 저녁 11시에 시작하는 '존박의 뮤직하이'를 들을 때면 웃음이 절로 난다. 이외에도 좋은 것 천지다.

맞는 거 같다. 다른 게 아니라 이게 행복인 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분들또한 행복은 다른 멀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 그 자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런데 오늘, 행복이 그저 삶 속에 녹아있는 것임을 알았다.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내 곁에, 내 안에 있는 것임을. 마치 파랑새 처럼

- 163, 61년생 이장규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단지 우리의 '힘듦'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 뿐이다.

- 167, 02년생 임서진


일상이 곧 행복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일상에서 기쁨과 행복하단 감정을 느낄 수 있단 자체가 엄청난 축복이기도 하다.




나만의 에필로그


이번 리뷰한 책은,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포근하고 기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다양한 분들의 저 넘어 마음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매우 가치 있는 경험이 됐던 것 같다.

이렇게 각자의 사연이 담긴 글들을 읽으면, 정말로 배우는 것들이 많다. 내가 여태껏 경험하고 느껴보지 못한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체험하고, 감정이입해 보기도 하고, 가장 가치 있는 건 '새로운 시각 혹은 관점' 을 얻게 된 다는 거다.

앞으로도 이런 유형의 책들이 많이 출판 됐으면 좋겠다.


[이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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