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심이 깃든 상상력, 에릭 요한슨 사진展

상상에는 제한이 없다
글 입력 2019.06.1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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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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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흥미가 가는 사진전이었지만 사실 가기 전까지 에릭 요한슨의 사진을 꼭 실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사진에 조예가 없기도 하고 회화처럼 붓의 터치나 생감이 강조되지 않고 설치 작품처럼 규모를 체감할 수도 없어서 스크린을 통해 보는 이미지 만으로도 작품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매표소의 긴 줄, 그보다 길게 이어진 입장줄. 대중적인 성향에 인기 전시라는 게 실감이 났지만 전시회의 인기가 흥미로 이어지지 않았다. 좁은 전시실에 그 많은 사람이 들어갈 걸 생각하니 적당히 보고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에릭의 사진은 커다랗게 출력되어 전시해야만 한다. 요소 하나하나를 보며 동심이 깃든 상상력을 느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에릭 요한슨의 세상을 만날 수 없다.



“나는 현실 세계에는 없는 풍경을

계획하고 만들어 낸다.”


- 에릭 요한슨



 

1. 이야기가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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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중 하나인 'Full Moon Service'이다. 처음에 눈에 들어오는 건 교체 중인 달과 바닥에 놓여진 달들이다. 자세히 보면 모자와 작업복에 초승달 로고가 있다. 차량엔 Full Moon Service라고 적혀있으며 내부에는 달의 위상과 Check List가 붙어 있다. Full Moon Service의 로고는 초승달이고 Moon의 첫번째 'o'는 보름달, 두 번째 'o'는 초승달이다. 그야말로 달로 범벅되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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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대표작인 'Cumulus & Thunder'도 마찬가지이다. 구름으로 출하될 양털을 다듬고 있는 사람의 오른팔과 가방에서 구름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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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었던 작품 중 하나인 신작 'The Library'는 아날로그한 도서관을 구현했다. 벽에 ‘대출목록’,‘날짜와 이름을 기입하세요’라는 종이가 붙어있고 그 아래에는 지우개 달린 연필이 놓여있다. 책 뒤에는 북엔드가, 책 사이사이에는 순서를 알려주는 알파벳 표시가 놓여있다. 안인지 밖인지 모를 곳을 향한 문에는 ‘열림’표시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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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Corner’에는 누가 그려줬는지 정말 성의없는 그림을 들고 집을 찾고 있는 남자가 등장하는데 이부분에서 에릭의 사진에 이야기가 있다는 게 확 느껴졌다. 그리고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벽에 ‘Platonic Solids’가 붙어있고 그 옆에는 손으로 쓴 좋아하기 때문에 기다린다는 낙서가 붙어 있다. '이게 뭘까? 왜일까?'하는 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2. 공감할 수 있는 상상



사진전을 관람하고 든 생각은 ‘상상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도자료를 보고 프리뷰를 쓰고 전시장에 들어설 때까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누군가가 저렇게 어린아이의 상상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상상이 동심이나 어린아이의 것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었다.


에릭 요한슨은 상상의 한순간을 포착하여 그만의 방식으로 창조했다. 말 그대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진으로 만들어냈다. 나에게도 있었고 너에게도 있었던,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상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가 잊혀졌다. 그런데 에릭은 그걸 꺼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빚어냈다.


에릭의 사진은 새롭거나 신선함과는 거리가 있다. 관람객이 사진을 보고공감의 정서를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잊었거나 놓쳤던 것을 이번 사진전에서 되찾아왔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온 하루를 듬뿍 적셨던 어린 날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에 설렜고, 일어나지 않을 일을 겁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바빴던 어린 시절의 상상은 이제 없다. 일기장을 찾아보면 그 흔적이 남아있을지도 모르지만, 상상은 머릿속에서만 온전히 그 형태를 지니고 있다. 나에겐 에릭처럼 상상을 포착하여 실재로 만드는 재주가 없다. 그러니 상상을 잃지 않기 위해선 꾸준히 상상하며 살아야 한다.


상상력이란 단어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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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는 말


예술의전당에서 Impossible is possible을 관람한 후 잠실 롯데월드몰 에비뉴엘에 위치한 291 포토그랩스에 가서 프롤로그전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가람미술관에 전시되지 않은 작품 몇 점과 스틸/MDF 포스터 액자를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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